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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간 국립극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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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년 4월호 Vol. 4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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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려상 오해인

풀다 / 젊은 공연예술 평론가상
수상작 요약문
젊은 공연예술 평론가상 
장려상 오해인


 주제 1 
사신의 숨결, 국악의 울림
인문학적 상상력을 통해 본 국악관현악 ‘영원한 왕국’



© 국립국악관현악단 〈탄생〉

국악관현악 ‘영원한 왕국’은 고구려 사신도를 모티프로 삼아, 한국 전통음악과 서양 관현악의 융합을 통해 새로운 음악적 정체성을 탐색하는 작품이다. 이 곡은 청룡·백호·주작·현무로 대표된 사신을 각기 다른 악기와 리듬으로 표현하며 자연의 질서와 순환을 음악적으로 구현하고 이를 통해 인간과 자연, 우주의 연결성을 표현한다.

청룡은 동쪽을 상징하며 새로운 출발과 강인한 생명력 그리고 사계절 중 봄을 나타낸다. 그리고 백호는 서쪽이자 가을이며 자애로운 어머니이기보다 안전한 보호자에 가깝다. 흥미롭게도 음악은 청룡으로 시작하기보다 백호로 시작하기를 선택한다. 타격하듯 강한 서두보다 서정적 멜로디로 이어지는 가야금과 거문고의 연주는 자연의 잔잔한 흐름과 백호의 보호자적 성격을 강조한다. 백호의 비호 아래 태어난 청룡은 동쪽에서 솟아오르는 태양처럼 대금의 맑고 힘찬 소리로 새로운 출발을 알리고, 대금의 끝에 자리한 소금은 높고 날카로운 음색으로 청룡의 응축된 에너지를 발산한다.
현무는 타악기군을 통해 대지를 상징하며, 북이나 징과 같은 저음의 악기들을 통해 땅속 깊은 곳에서 울려퍼지는 소리처럼 대지의 힘과 안정을 나타낸다. 꽹과리나 자바라 같은 날카로운 음색의 타악기들은 북쪽의 차가운 바람을 연상시킨다. 현무는 거북과 뱀의 결합으로 만들어진 동물로서 인간 세계에 가장 가까운 신수로 여겨지기에, 인간이 발을 딛고 사는 대지의 힘을 상징하는 것은 자연스러운 연결이라고 볼 수 있다. 이어 주작은 태평소로 그려지며 여름의 뜨거운 열기와 활기를 상징한다. 태평소의 리드미컬한 연주는 디오니소스적 열정과 자연의 풍요로움을 발산한다. 인생의 절정을 맞은 인간에게 삶의 즐거움과 기쁨, 그리고 자연의 축복과 선물이 함께한다.

각 악기는 사계절과 우주의 순환을 상징적으로 묘사하며 서로 조화를 이루어 간다. 곡의 흐름은 계절의 변화와 함께 진행되며, 자연과 우주 그리고 인간의 삶이 하나의 큰 질서 속에서 조화를 이루는 모습을 그린다. 모든 악기가 함께 어우러지는 클라이맥스에서는 각 신이 지닌 개별적 특징이 모여 하나의 완전한 세계를 이루는 모습을 보여 준다. ‘영원한 왕국’은 국악의 전통적 가치와 현대적 창작의 조화를 통해 국악관현악의 가능성을 제시하며, 고구려의 기상과 민족적 정체성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중요한 시도로 평가된다. 또한 한국적 정체성을 세계에 알리는 예술적 시도로서의 가치 역시 지닌다.


 주제 2 
영(靈)과 육(肉)의 언어로 풀어낸 역사와 인간의 교차점
음악극 <적로 : 이슬의 노래>를 중심으로



© 대전시립연정국악원 제공 〈적로 : 이슬의 노래〉

〈적로 : 이슬의 노래〉는 2017년 초연된 음악극으로, 일제강점기를 살다 간 대금 명인 ‘종기’와 ‘계선’의 이야기를 현대적 시각으로 재해석한 것이다. 이 작품은 단순한 전기적 재현을 넘어, 현대 관객에게 예술적 성찰과 인간의 근원적 감정을 일깨우는 새로운 해석을 제공하고자 한다. 두 대금 명인의 예술적 공감과 대결을 통해 음악과 인간의 본질을 탐구하며, 영혼과 육체의 교차점을 심도 있게 드러내고자 하는 것이다.

극 중 종기와 계선의 관계는 단순한 경쟁을 넘어 존중의 의미를 내포한다. 정영두가 연출하고 안무한 이들의 씨름 대결 장면인 ‘용호상박’은 대금 연주에서 민속악과 정악이라는 서로의 음악적 세계관을 충돌시키면서도 균형을 잡는 모습으로 상호 공존 의식을 드러낸다. 두 명인의 음악적 대결을 육체적으로 표현한 장면은 경쟁과 상생의 철학을 담고 있다. 씨름은 상대를 제압하는 것뿐만 아니라 균형과 조화를 이루는 데 목적이 있으므로 종기와 계선의 예술적 라이벌 관계가 씨름이라는 은유로 작동할 수 있었다.

또한 배삼식이 극본을 쓴 이 작품은 ‘산월’이라는 가상의 인물을 통해 과거와 현재를 연결하고, 인간의 근원적 감정인 그리움과 연결됨을 극적으로 표현한다. 산월은 종기와 계선이 함께했던 젊은 시절의 추억을 상징하며, 과거의 산월과 현재의 산월이 교차하는 장면에서 이들의 예술적 여정과 내면의 감정을 회상하게 한다. 산월은 단순한 과거의 화신이 아닌, 두 명인의 예술적 열정과 영감을 다시 불러일으키는 존재로서, 예술의 영속성과 인간의 심오한 감정의 깊이를 상징한다.

작품은 두 대금 명인이 서로 다른 음악적 배경과 세계관을 가졌음에도 불구하고 결국 공허를 딛고 예술적 여정의 마무리를 함께하는 모습을 그려낸다. 이들의 대결과 합일은 예술적 공생을 나타내며, 대립과 조화 속에서 더욱 빛나는 예술적 성취를 이룬다. 특히 이들의 대결은 경쟁이 아닌 서로가 필요한 관계로, 대립 속에서도 서로 인정하고 의존하는 상호 의존적 예술의 모습을 강조한다.

〈적로〉는 연출·안무·극작의 조화로운 결합을 통해 음악극이라는 장르의 가능성을 확장하며, 전통과 현대의 융합을 통해 관객에게 예술의 본질과 감동을 전달하고자 한다. 이를 통해 관객은 예술이란 무엇이고, 어떠해야 하는지에 대해 성찰할 기회를 가지며, 각 예술적 요소가 상호 작용하며 만들어낸 전율의 순간을 경험하게 된다.


글. 오해인
이화여자대학교 국제사무학과, 정치외교학과 졸업 및 동 대학원 정치외교학과 석사 졸업. 국어국문학과 박사과정 재학 중. 텍스트로서의 문학적 상상력과 글로는 다 표현하지 못할 음악, 춤, 노래, 무대장치 등에 관심이 많다. 그리고 그 사이에 서 있다.


전문은 국립극장 홈페이지에서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국립극장 → 공연예술박물관 → 조사·연구 → 평론가상
https://www.ntok.go.kr/museum/qrcode.d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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