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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간 국립극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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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년 4월호 Vol. 4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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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통을 지키는 귀한 소리꾼

달다 / 미리보기 6
국립극장 <완창판소리> 임현빈의 강도근제 ‘수궁가’
전통을 지키는 귀한 소리꾼

전라남도 해남 출신의 임현빈 명창이 강도근제 ‘수궁가’로 관객을 만난다.
해학과 풍자가 가득한 ‘수궁가’로 그가 지켜 온 전통 판소리의 깊이와 매력을 만나는 자리다.





고법에서 소리로, 명창 탄생의 길

전라남도 해남 출신의 임현빈은 어린 시절 추정남 선생(1940~2019, 전라남도 무형문화재 판소리 고법 보유자)에게 고법을 배우며 국악의 길로 들어섰다. 광주의 남도예술고등학교에 진학한 후에도 소리보다는 북과 장단에 관심이 더 많았다. 그러던 어느 날, 우연한 기회로 방송에 출연하게 된 그는 소리꾼에게 집중되는 스포트라이트를 보며 소리꾼의 꿈을 꾸게 되었다. 판소리에서 장단이 매우 중요하긴 하지만, 전체 판을 지휘하고 이끄는 것은 결국 소리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고교 시절, 한애순 명창이 마침 그가 다니던 남도예술고등학교에 출강했다. 임현빈은 그에게 박록주제 ‘흥보가’를 배우며 판소리의 매력에 눈을 떴다. 임현빈은 소리꾼의 성장 과정을 계단식이라고 표현한다. 성장하다 정체되고, 또다시 성장하면서 나아가는데, 돌이켜 보면 고교 시절에 많은 계단을 올랐던 것 같다고 한다. 소리를 하기로 결심하고 오래지 않은 1993년, 남원 흥보제 판소리 경연대회에서 대상을 수상했다. 재능 있는 소리꾼의 탄생이었다. 이후 임현빈은 성우향·이난초 명창을 사사하며 자신만의 소리를 갈고닦았다. 
하지만 그의 예술적 여정이 순탄치만은 않았다. 원하던 대학 진학이 바로 이뤄지지 않아 방황하는 날도 있었고, 20대 때는 개그맨이 되고 싶다는 생각에 소리에서 잠시 멀어지기도 했다. 그러나 언제나 그의 곁에는 그의 재능을 알아보고 꽃피워 주려는 스승들이 있었다. 고교 졸업 후 만난 성우향 명창은 “너는 타고난 게 있다. 소리에는 은금보화도 있고 부귀영화도 있다”라며 제자의 마음을 다잡아 주었고, 이모이자 스승인 이난초 명창은 ‘어디로 튈지 모르는’ 조카를 한결같이 지켜 주며 자신이 가진 소리를 아낌없이 내주었다. 임현빈은 스승의 사랑과 기대 속에서 소리꾼으로서 자신의 정체성을 잡아갈 수 있었고, 마침내 35세가 되던 2011년에 제38회 춘향국악대전 판소리 명창 부분 대통령상을 거머쥐며 명창의 반열에 올랐다. 


날카로운 풍자와 리듬감이 넘치는 강도근제 ‘수궁가’

‘수궁가’는 ‘별주부전’ ‘토끼전’이라고도 하며, 수궁 용왕의 치병을 위해 토끼의 간을 구하고자 육지로 나온 별주부(자라)가 토끼를 꼬여 수궁으로 데려가고, 이후 토끼가 기지를 발휘해 다시 육지로 돌아오는 이야기를 담고 있다. 이 과정에서 용왕·수궁대신·토끼 등은 각기 세속의 인간 유형을 대변하며, 그들의 행동과 선택은 날카로운 풍자와 해학의 대상이 된다. 특히 자신의 병을 치료하기 위해 신하들에게 토끼의 간을 구해 오라고 명하는 용왕의 모습은 백성의 고통에는 아랑곳없이 자신의 안위만을 생각하는 지배층의 이기적 면모를 부각한다. 용왕의 병환을 해결하기 위해 열린 수궁 회의는 봉건사회의 폐단을 꼬집는 중요한 장면으로, 겉으로는 용왕에게 충성을 맹세하지만 속으로는 자신의 안위만을 걱정하는 신하들의 모습에서 거짓된 충성심과 자기 보신에 급급한 당시 관리들의 행태를 엿볼 수 있다. 수궁에서 훈련대장을 할 수 있다는 자라의 거짓 유혹에 속아 자신의 터전을 버리고 용궁으로 떠나는 토끼는 민중 삶의 척박한 현실을 보여 줌과 동시에 손쉽게 부귀영화를 얻으려는 인간의 어리석음을 해학적으로 드러낸다. 그리고 용궁을 탈출하는 토끼의 기지에서는 생존을 위한 탁월한 처세술을 유쾌하게 보여준다. 
임현빈 명창이 이번에 선보이는 ‘수궁가’는 강도근제 이난초 바디의 소리다. 강도근(1918~1996) 명창은 20세기 판소리사의 중요한 인물로, ‘흥보가’ ‘수궁가’에서 독보적 기량을 발휘했다. 그의 소리는 통성으로 질러 내는 단단한 고음을 특징으로 하고, 그의 ‘수궁가’는 다른 바디에 비해 빠른 장단에 붙임새가 다양한 음악적 특징을 가지고 있다. 특히 자진모리장단이 나오는 부분에서 리듬감이 풍부하게 살아나는데, 육지 삶의 고단함을 노래하는 토끼의 ‘삼재팔란’ 대목, 토끼를 잡아들이는 ‘좌우 나졸’ 대목 등이 대표적이다. 
임현빈은 강도근의 소리를 잘 계승한 제자로 알려진 이애자·전인삼·이난초·김소현 등의 소리꾼 중에 이난초 명창으로부터 1998~1999년경 ‘수궁가’를 익혔다. 이난초는 강도근의 소리를 충실히 유지하면서도 자신이 가진 고유한 목구성을 바탕으로 ‘수궁가’를 전승해 왔다. 강도근의 ‘수궁가’는 유성준제를 기본으로 하나 임방울 소리에 영향을 받아 완성됐다. 그렇기에 유성준제를 그대로 계승한 정광수의 ‘수궁가’와 약간 차이가 있다. 이를테면 정광수본에 있는 ‘약성가’가 강도근제에는 빠져 있다. 그러나 임현빈은 이번 완창에서, 정광수 바디에서 ‘약성가’를 가져와 선보일 예정이다. 기실 정광수 바디는 보성소리의 느낌이 많이 난다. 따라서 이번 무대에서는 단단한 소리의 강도근제를 계승한 면모와 정광수 바디의 보성소리 특징을 두루 감상할 기회가 될 것이다.


귀한 소리꾼을 꿈꾸며

임현빈은 개인적으로 트로트와 가요를 즐기고 다른 악기에도 관심이 많지만, 판소리와 다른 장르를 섞으려는 시도를 하지 않았다. 취미로 즐기는 것과 지켜야 할 전통은 분리되어야 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어린 시절 선배, 동료들은 그에게 ‘잘하는 소리꾼’이 아닌 ‘귀한 소리꾼’이 되라는 조언을 많이 했다. 소리 잘한다고 오만하지 말고 가진 소리를 귀히 여기고 이를 잘 지키라는 의미였다. 그는 오롯이 전통 판소리에 집중한 자신의 선택이 옳았다고 믿으며, 앞으로도 이를 잘 지키는 소리꾼이 되고 싶다고 한다. 명고 이태백 선생님이 늘 말씀하셨듯 전통은 ‘흔들리지 않는 산’이기 때문이다. 
이번 ‘수궁가’ 완창에서 그는 그가 배운 전통 소리를 그대로 선보일 예정이다. 남성 명창으로서 임현빈은 남성 소리꾼 특유의 우렁차고 웅장한 소리를 계승하고 있다. 그의 힘 있는 표현, 풍부한 성량을 통해 전통 판소리의 매력을 발견하는 시간이 될 것이다. 임현빈 명창의 귀한 소리로 ‘수궁가’의 풍자와 해학, 그리고 그 안에 담긴 삶의 지혜를 만나 볼 수 있길 바란다.


글. 송소라  
고려대학교 민족문화연구원 연구교수. 「20세기 창극의 음반, 방송화 양상과 창극사적 의미」(2017)로 박사 논문을 제출하고, 판소리와 창극 관련한 연구를 꾸준히 수행하고 있다.


국립극장 <완창판소리> 4월: 임현빈의 수궁가-강도근제
일정 2025-04-12 | 시간 토 15:00
장소 하늘극장 | 관람권 전석 2만 원 | 문의 02-2280-41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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