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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간 국립극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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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년 4월호 Vol. 4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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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이 남기고 간 선율

달다 / 미리보기 2
국립국악관현악단 어린이 음악회 <신나락 만나락>
신이 남기고 간 선율

5월, 가정의 달이면 많은 어린이가 이 공연을 보기 위해 국립극장을 찾는다.
20년의 역사를 자랑하는 국립국악관현악단의 명실상부 대표 어린이 공연,
어린이 음악회 <신나락 만나락>이다.



좌측부터 작 구도윤  |  연출·작창 박인혜  |  작곡·음악감독 이고운


선생님과 친구들의 손을 잡고, 혹은 가족의 손을 잡고 극장에 들어서는 어린이들의 얼굴을 떠올리니 벌써부터 마음이 환해지는 듯하다. 올해 국립국악관현악단은 설문대할망 제주 신화를 소재로 만든 신작 <신나락 만나락>을 선보인다. 한창 공연 준비에 바쁜 창작진, 박인혜(연출·작창)·구도윤(작)·이고운(작곡·음악감독)을 만나 공연에 관한 이야기를 살짝, 먼저 들어보았다.


설문대할망, 세상을 만든 엄마의 품

설문대할망은 제주 섬을 만들었다고 전해지는 신화 속 여신이다. <신나락 만나락>은 이 신화를 소재로 천계와 인간계를 오가며 일하는 엄마 설문대와 그의 딸 선율이가, 오물이와 함께 늪·화산·숲을 모험하며 성장해 가는 이야기를 다룬다. 평소 제주 신화를 소재로 작업을 이어 온 박인혜 연출가가 설문대할망 신화를 작가에게 먼저 제안했다. 

“제주 신화 속 여성들은 세상의 온갖 고난을 겪고도 절대 삶을 포기하지 않아요. 저는 늘 그런 여신의 강인함에 꽂히는 것 같아요. 여신의 치맛자락과 너른 품으로 세상을 만들었다니, 상상하는 것만으로도 정말 아름답지 않나요?” (박인혜)

구도윤 작가는 “이 작품은 우리 모두 함께 쓴 대본”이라며 입을 열었다. 

“처음에는 연출님이 제안 주신대로 신화에 초점이 맞춰져 있었는데, 브레인스토밍 과정에서 모성의 이야기를 더해 보자고 정선미 피디님이 추가로 제안해 주셨어요. 설문대할망 신화와 모성이라는 두 개의 소재를 ‘국악관현악 음악회’라는 특성을 살려서 쓰고자 노력했습니다.” 


‘어린이’와 ‘어른이’, 모두를 위한 음악회

<신나락 만나락> 주인공 ‘선율’은 엄마의 부재에도 친구 오물이와 함께 모험하기를 선택하고, 두려움 속에서도 기꺼이 길을 나서는 씩씩하고 용기 있는 어린이다. 선율이 이런 캐릭터가 된 이유를 창작진의 이야기 속에서 들을 수 있었다. 

“‘모성’이라는 화두에 늘 관심을 두고 있었어요. 저는 아이가 없지만, 제 주변에 어머니인 친구들이 대부분인데, ‘모성’이라는 게 무엇이길래 사람을 저렇게 변화시킬까 싶은 적이 많았거든요. 어린이는 가르침의 대상이 아니라 어른을 변화시키는 존재라고 생각해요.” (박인혜)

“워킹맘·휴직맘·전업맘, 모든 엄마에게 어린이와 같은 기쁨을 주고 싶어요. 세상 모든 엄마가 이 공연을 통해 자녀와 많은 이야기를 나눌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구도윤)

“대본을 읽으면서 선율과 엄마가 다시 만나는 장면에서 좀 울었어요. 어린이가 스스로 성장해 가는 과정을 어른으로서 어떻게 바라보고 도와야 하는지, 양육자들이 주목해서 보면 생각할 거리가 많을 것 같습니다.” (이고운)

정선미 피디는 ‘일하는 엄마’가 ‘여신’으로 표현되는 부분이 좋다고 덧붙였다. 늘 바빠 보이던 엄마가 하는 일이 이 세계를 위한 아주 중요하고도 큰일인 것 같아서.




무대 위 국악기와 어우러지는 인형의 질감

이번 공연에는 특별히 퍼펫Puppet, 인형이 무대에 함께 오른다. 퍼펫들은 각각 한 명의 배우처럼 역할한다. 인형이 인간과 같은 배역으로 한 무대에서 노래하고 연기하도록 연출하는 것은 박인혜 연출가에게도 ‘큰 도전’이라고 말했다.

“어린이 음악극이 전형적이지 않으려면, 그것을 벗어난 미감을 발휘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저는 매끈하고 잘 빠진 것보다 조금 거칠고 투박하더라도 아날로그한 미감을 선호하거든요. 요즘 어린이는 웹툰이나 애니메이션 같은 매끈한 미감에 익숙하니 무대예술만큼은 조금 달랐으면 했어요. 그래서 인형을 선택했습니다. 특별히 ‘예술무대산’의 류지연 미술감독님의 인형이 국악기의 질감과 잘 어울리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참여를 요청드렸고요.” (박인혜)

창작진은 인형 제작을 위해 직접 ‘예술무대산’의 작업실이 있는 가평을 찾기도 했다. 류지연 감독은 인형의 얼굴을 가위로 한땀 한땀 오려 내어 만들고 있었다. 박인혜 연출가는 류지연 감독의 인형이 서정적이고 느린 미학, ‘국악’이 가진 특성과 결이 잘 맞는다고 말했다. 그리고 “어린이들이 지금껏 보던 미감과는 다른, 아주 느린 과정을 통해 만들어진 인형의 미학을 경험하고 상상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관객에게 전하는 메시지

“이 작품을 하면서 『탈무드』에 있는 이야기를 떠올렸어요. 악마는 바쁠 때 세상에 술을 보낸다는데, 그럼 신이 바쁠 때는 우리한테는 무엇을 남겨 둘까? ‘음악’이라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극 중 선율이 엄마가 여신이잖아요? 일을 해야 해서 잠시 떠났지만, 곳곳마다 음악 친구를 남겨 놓았어요. 그 음악 친구들이 신이 떠난 자리를 채우는 ‘사랑’이라고 느껴 주셨으면 좋겠어요.” (구도윤)

“음악감독으로서 대본의 ‘말맛’을 살려주고, 이야기 전개와 잘 붙는 음악을 만들기 위해 노력했습니다. 이 공연으로 국악기와 처음 만나는 어린이도 많을 텐데, 이들이 눈과 귀에 국악기를 잘 담아 갔으면 좋겠어요. 교육적 측면도 중요하니까요. (웃음)” (이고운)

“저는 <신나락 만나락>이 어린이가 ‘자립’하는 이야기라고 생각해요. 부모를 떠나서 사는 것만이 자립이 아니라 마음속 심지를 굳게 만드는 것도 자립이잖아요. 이 이야기는 어린이가 마음에 심지를 심는 과정을 보여 주죠. 마음을 열어 친구를 만들고, 자연을 느끼고, 누군가를 돕고, 그 속에서 음악을 만나는 과정이요. 이 과정이 어린이 스스로 주변에 무엇이 있는지 돌아보게 한다고 생각해요. 어린이 관객 여러분도 선율이와 함께 마음에 심지를 심을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박인혜)

<신나락 만나락> 창작진은 더불어 출연 배우들이 긍정적 태도, 서로를 배려하는 마음, 그리고 무엇보다 사랑스러움이 넘쳐서 함께 작업하는 시간이 즐겁다고 입을 모아 말했다. 그리고 프리 프로덕션 기간에 모든 제작진이 넘치는 열정으로 작업에 임해 준 것에 대한 깊은 고마움을 전했다. 이렇게 하나의 마음으로 빚어낸 이야기와 음악이 어떤 풍경으로 무대에 펼쳐질까? 제주라는 섬을 만든 신이 떠난 자리를 채우는 국악관현악과 선율의 이야기, 따스한 봄을 닮은 이야기와 음악을 기대해 본다. 


 시놉시스 
먼 옛날, 음악이 없던 세상에 노래하는 아이, ‘선율’이가 있었어요. ‘노래’하는 버릇을 가진 선율이를 모두가 이상하게 생각했지만, 단 한 사람! 엄마만은 달랐어요. 선율이는 엄마만 있다면 사람들이 아무리 놀려도 괜찮았어요. 하지만 엄마는 세상의 부름을 받아 저 멀리 일을 하러 떠나야 했답니다. 엄마를 되찾기 위해 선율이는 소원을 이루어 준다는 전설 속 ‘거인신’을 찾아 나서요. 여행길에서 선율이는 예기치 못한 음악 세상과 친구를 만나게 됩니다. 과연 선율이의 우렁찬 노랫소리가 거인신을 감동시켜 소원을 이루게 해 줄 수 있을까요?


글. 백소망   
음악그룹 아마씨 동인으로 음악을 짓고, 부른다. 공연 만드는 일을 ‘애정’하고, 이따금 전통공연예술에 관한 글을 쓴다. 전통음악과는 애증 관계에 있다.  


국립국악관현악단 어린이 음악회 <신나락 만나락>
일정 2025-04-22 ~ 2025-05-04 | 시간 화·수·목·금 11:00, 토·일 14:00
장소 하늘극장 | 관람권 전석 2만 원 | 문의 02-2280-41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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