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연의 핵심은 누구도 소외되지 않는 무대를 만드는 것이다. 단순한 ‘배려’가 아닌, 모두가 함께 만들어 가는 공연을 지향한다. <함께, 봄>은 뛰어난 실력을 갖추고도 여러 제약 속에서 무대에 설 기회가 적었던 연주자에게 새로운 가능성을 열어 준다. 장애인과 비장애인, 프로와 아마추어가 한데 어우러지는 이번 공연은, 진정한 포용의 예술을 실현하려는 아름다운 움직임이다.
올해는 성남시립교향악단 상임지휘자 금난새가 포디엄에 올라 한국대학생연합오케스트라를 이끈다. 국립극장은 단순한 공연장을 넘어, 실력 있는 연주자에게 무대를 제공하는 플랫폼 구실도 하고 있다. 2010년 3월 창단된 한국대학생연합오케스트라는 다양한 전공의 대학생·대학원생·졸업생으로 구성되어 활발한 활동을 펼쳐 왔다. 비록 아마추어 연주자들이지만, 클래식에 대한 뜨거운 마음으로 꾸준히 성장해 온 단체다. 순수한 열정을 가진 이들은 이번 무대를 통해 한층 더 성장하는 소중한 경험을 쌓을 것이다. 국립극장의 이러한 지원은 국내 클래식 음악계의 발전을 도모하는 것은 물론 클래식이 특정 계층의 전유물이 아니라 누구에게나 열려 있는 예술임을 보여 준다.
협연자로는 피아니스트 김정원과 김건호가 나선다. 서로 대비되는 두 연주자의 협연은 이번 공연의 가장 기대되는 순간 중 하나다. 김정원은 유려한 테크닉과 섬세한 표현력을 겸비한 피아니스트이다. 반면, 시각장애를 지닌 김건호는 클래식 음악을 오직 청각으로 감각하며 그만의 독창적 해석을 만들어 낸다. 보이지 않는 세상 속에서 오로지 소리에 집중해 만들어 내는 그의 연주는, 한 음 한 음에 깊이를 담아내며 청중에게 특별한 울림을 선사한다.
공연의 서막은 한국대학생연합오케스트라가 연주하는 차이콥스키 ‘백조의 호수’로 화려하게 열린다. 이어 피아니스트 김건호가 모차르트 ‘피아노 협주곡 21번’ 1악장을 연주한다. 이 곡은 경쾌한 주제 선율이 피아노와 오케스트라 사이에 자연스럽게 교차하며 전개되며, 연주자의 해석에 따라 그 깊이와 감성이 달라지는 작품이다. 김건호의 따뜻하고 부드러운 터치가 이 악장의 서정적 아름다움을 한층 극대화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어지는 무대에서는 김정원과 김건호가 모차르트의 ‘두 대의 피아노를 위한 협주곡 10번’ 1악장을 함께 연주한다. 두 대의 피아노가 대화하듯 명확한 선율을 주고받으며, 두 연주자의 개성 넘치는 해석이 돋보이는 작품이다. 때로는 조화롭게, 때로는 대조적으로 흐르는 이 곡은 관객에게 듣는 즐거움을
안겨 준다.
이후 김정원은 브람스 ‘피아노 협주곡 1번’ 1악장으로 중후한 감동을 전한다. 이 곡은 젊은 시절 브람스의 내면적 갈등이 고스란히 담긴 웅장한 스케일의 작품으로, 어두운 분위기 속에서 점진적으로 고조된다. 강렬한 피아노 솔로와 오케스트라가 극적 대화를 펼치며 긴장감을 더한다. 연주자에게 높은 집중력을 요구하는 이 곡을 김정원이 어떠한 색채로 완성할지 기대를 모은다.
공연의 대미는 한국대학생연합오케스트라가 연주하는 스트라빈스키의 ‘불새’이다. 이들이 선보일 1919년 버전은 원곡을 한결 간결하게 정리하면서도 관현악적 효과를 부각한 편곡으로 환상적 분위기를 자아낸다. 오케스트라의 폭발적 에너지가 필요한 이 곡에서 한국대학생연합오케스트라의 뛰어난 기량을 엿볼 수 있을 것이다.
공연에서는 장애인을 위한 다양한 배리어프리 서비스가 제공된다. 지휘자 금난새는 프로그램 해설자로도 활약하며, 곡의 흐름을 친근하게 설명해 관객의 이해를 도울 예정이다. 이는 실시간 한국 수어로 통역되며, 무대 양쪽 모니터를 통해 확인할 수 있다. 국립극장 홈페이지에서도 수어·음성 해설과 자막이 포함된 공연 정보 영상을 확인할 수 있다. 공연 당일에는 점자를 포함한 안내지가 해오름극장 로비에서 무료로 배포된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음악을 통해 서로를 이해하는 마음이지 않을까. 국립극장이 지속적으로 이어가는 배리어프리 공연이 앞으로도 더욱 많은 이들에게 다정한 봄날을 안겨 주길. 프로와 아마추어,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함께 만들어 가는 이번 무대가 공연계의 새로운 ‘봄’을 선사하길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