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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1월호 Vol. 402

새로운 세계로 떠나는 여행

Spotlight / 내일의 전통 / 깊이보기2

국립국악관현악단 <2024 신년 음악회>

새로운 세계로 떠나는 여행


내가 속한 세계와 또 다른 세계 간의 교차 지점에서는 대개 새로운 시작의 장이 열린다. 

그래서 우리는 새해가 되면 이세계와의 접선 혹은 이세계로 떠나는 여행을 꿈꾸기도 한다. 

그리고 그 하나의 장을 여는 국립국악관현악단의 <신년 음악회>가 열린다.





어떻게 새해를 맞이하면 좋을까. 올 한 해 하고 싶은 일을 적고, 해야 할 일을 이어서 적은 다음 꿈에 부풀면 될 일일까. 성실하고 부지런한 이들은 이미 그렇게 했을 것이다. 그들에게 새해는 새로운 도전의 시간이다. 더 나은 자신을 향해 뚜벅뚜벅 걸어가는 시간이다. 하지만 어떤 이들에게는 새해 또한 가능한 한 피하고 싶은 시간의 연속일지 모른다. 새해가 와도 달라질 게 없다고, 지겹기만 하다고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지 모른다. 그렇다면 새해는 그렇게 다른 이들의 마음을 이해해 보는 시간으로 맞이하면 어떨까. 게으른 게 아니라 느긋한 사람, 열정적인 게 아니라 호기심이 많은 사람의 속이야기를 듣고 그들의 속도와 에너지를 빌려와 보는 것은 어떨까. 잠시라도 그렇게 다른 삶을 살아보는 건 어떨까.


음악은 다른 삶을 살도록 도울 수 있다. 음악은 다른 장르와 메시지와 사운드와 비트로 금세 다른 세계로 초대한다. 음악마다 시대와 창작자, 연주자까지 다른 덕분이다. 주제와 감성 또한 다르다. 음악을 만드는 지역 역시 다르다. 그래서 음악은 다른 세계를 만나는 가장 빠른 이동이자 짧은 여행이 될 수 있다. 오늘도 음악의 변화는 열렬하다. 장르가 섞이고 연주자가 넘나드는 일은 부지기수여서 미처 다 이야기할 수 없을 정도다. 퓨전이라거나 크로스오버라는 틀만으로는 담을 수 없는 혼종이 곳곳에서 출몰한다.


그러니 2024년 1월 12일 금요일 저녁 7시 30분 국립극장 해오름극장에서 펼쳐지는 <2024 신년 음악회>가 올 한 해 다른 세계를 만나는 출발이어도 좋겠다. 매년 국립극장 공연의 시작을 알리는 타종 같은 공연은 늘 금세 매진되면서 많은 이들의 새해를 벅차게 열어주었다. 남산의 기운을 맞으며 공들인 음악의 감동으로 새해를 열고 싶은 이들에게 국립국악관현악단의 신년 음악회는 어느새 하나의 의례가 되었다. 신년 음악회를 찾는 이들이 남산으로 걸어 올라오는 발걸음마다 지난해의 시간이 스쳐 갈 것이다. 지난해 관람한 공연의 기억과 새해의 꿈들이 이어지고 겹치며 영글 것이다. 만나고 싶은 이들과 나누고 싶은 마음이 눈꽃처럼 피어날 것이다. 이 시간은 2024년에 볼 음악과 공연을 기대하면서 국립극장과 자주 만나자고 악수하는 시간이어도 좋지 않을까.


지휘자 정치용의 지휘로 만드는 <2024 신년 음악회>는 국악관현악의 고유한 가치와 아름다움을 아는 이들뿐만 아니라, 국악관현악이라는 새로운 세계로 들어오려는 이들을 두루 만족시킬 만하다. 국악관현악 바깥의 세계로 나가려 하거나 그 바깥의 세계에서 진입하는 이들을 조화롭게 존중하는 어울림의 장이기 때문이다. 신년 음악회를 1부와 2부로 나눠서 진행하는 이유다.


신년 음악회는 작곡가 조원행의 국악관현악 ‘청청(淸靑)’으로 문을 연다. 2011년 대한민국 작곡상 우수상을 받은 곡이자, 국립극장의 <정오의 음악회>에서도 여러 번 선보인 이 곡은 한국 전통음악을 잘 알고 있다면 더 많은 것을 느낄 수 있는 곡이며, 한국 전통음악을 잘 알지 못한다 해도 충분히 공감할 수 있는 곡이다. 국악관현악에 참여하는 여러 악기의 매력을 조화롭게 펼쳐 보이면서, 아름다운 선율의 서사를 이어가기 때문이다. 다양한 악기를 각기 다른 장단에 실어 연주할 때 음악을 듣는 이들은 한국의 자연이 선사하는 맑고 푸른 풍경 속으로 흠뻑 빠져든다. 작고 소박한 생명과 용솟음치는 자연의 에너지가 유장하게 연결되고 합일하는 순간마다 이 땅의 물과 흙과 바람이 새록새록 소중해지기 마련이다. 올해는 자연을 더 아끼고 소중하게 여겨야겠다고, 더 자주 만나야겠다고 마음먹게 하는 곡이다. 



좌측부터) 협연 황세희 / 지휘 정치용


새해가 되면 더 그리워지는 명인 황병기의 ‘춘설’을 하피스트 황세희의 연주로 만나는 일은 지나간 시간과 새로운 시간을 동시에 마주하는 방법이다. 하피스트 황세희는 하프라는 다른 현악기로 고즈넉하고 여유로웠던 황병기의 대표곡을 계승한다. 작곡가 손다혜가 편곡한 ‘춘설 주제에 의한 하프협주곡’은 ‘춘설’의 깊이와 가치를 잇는 작업이고, 그 음악에 새로운 생명을 부여하는 노력이다. 전설이자 거인으로 낡지 않는 음악은 이렇게 오늘의 음악이 된다.


한편 작곡가 홍민웅에게 위촉한 창작곡 ‘파도: 푸른 안개의 춤’은 신년 음악회를 기대하게 만드는 신곡이다. 계속 새로운 곡을 써내며 미래를 두드리는 젊은 작곡가는 이 곡을 타악 협주곡으로 만들었다. 국립국악관현악단의 타악 파트 연주자들이 총출동하는 곡은 파도가 만들어내는 역동적인 광경을 서정적으로 형상화했다고 한다. 음악을 연주하는 이들뿐만 아니라 음악을 듣는 모두의 한 해가 이와 같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만들었다는 사실을 알아차리는 순간 국립극장 해오름극장은 든든한 덕담을 들은 듯 훈훈한 기운으로 가득해지지 않을까.


1부가 국악관현악과 창작의 시간이라면, 2부는 크로스오버의 시간이다. 2부에서는 <팬텀싱어 4>를 통해 사랑받은 크로스오버 보컬그룹 크레즐이 협연한다. 국악관현악과 보컬리스트들이 함께 연주하는 일이 더는 드물지 않은데, 크레즐의 무대는 성악가 이승민과 뮤지컬 배우 임규형, 대중가수 조진호와 국악인 김수인이라는 멤버들의 존재로 남다르다. 팀 안에서 크로스오버를 실현해 낸 이들의 무대는 어떤 음악이든 받아 안을 수 있다는 무한한 자신감이 배어난다. 크레즐이 그동안 선보인 ‘나 하나 꽃피어’ ‘홀로 아리랑’ ‘황진이’는 신년 음악회라는 무대, 국립국악관현악단과의 협연이라는 변화 속에서 어떻게 펼쳐질까. 다른 장르의 노래와 연주가 만나는 순간의 증인이 되는 일은 공연에 오는 이들만 만끽할 수 있는 특권이다. 새해에 가장 자주 마주하면 좋을 시간은 이렇게 공연장에서 마주하는 새로운 시도와 도전의 시간이 아닐까. 



협연 크레즐


공연의 대미를 장식하는 곡은 국립국악관현악단 신년 음악회에서 빠지지 않고 등장해 감동을 전해온 대표 레퍼토리, ‘하나의 노래, 애국가’다. 신년 음악회의 마침표 같은 느낌표를 찍을 예정이다. 이 곡은 작곡가 손다혜가 2020년 <신년 음악회>에서 처음 선보인 곡으로 ‘대한제국 애국가’ ‘임시정부 애국가’ ‘애국가’를 결합해 편곡한 ‘애국가 환상곡’이다. 한 해를 여는 시점에서 백 년 이상의 역사를 집대성하면서 미래를 직시하게 하는 곡이다. 1월은 멀리 보고 크게 보아도 좋을 시간. 한 사람의 시민으로 어떻게 살아가면 좋을지, 우리 사회라는 공동체는 어떻게 나아가야 하는지 질문하고 답하는 곡이 되지 않을까. 


이렇게 음악에 감응하고, 삶의 의지를 벼리며, 시야를 넓히는 신년 음악회는 올해도 한 해의 시작으로 맞춤하다. 모두 음악과 함께 건강하기를. 늘 강건하기를 빌어본다.


글. 서정민갑 대중음악의견가



국립국악관현악단 <2024 신년 음악회>


일정 2024-01-12

시간 금 19:30

장소 국립극장 해오름극장

관람권 R석 5만 원 / S석 3만 원 / A석 2만 원

문의 02-2280-41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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