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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 12월호 Vol.371

한 해를 마무리하는 귀한 시간

미리보기 둘 | 국립극장 송년판소리 ‘안숙선의 흥부가-만정제’


기품 있고 우아한 대명창 안숙선의 소리로 지친 마음을 달래 본다 

우리 시대를 대표하는 제일의 명창, ‘대명창’이라 할 수 있는 한 사람을 꼽으라면 누구나 안숙선을 떠올릴 것이다. 안숙선 명창은 맑으면서도 곰삭은 성음, 명료한 발음, 한국적 몸짓의 아름다움을 제대로 표현해 내는, 우리 시대를 대표하는 명창으로 상징된다. 대중적 인기에서도 그렇지만 그간 쌓아온 소릿길의 진정성 때문에 이 같은 평가가 자연스럽다. 질러내는 목은 가슴이 아릴 정도로 호소력 있으며, 적당히 쉰 목소리는 그의 판소리 공력을 짐작게 한다. 부채를 펼친 자태도 기품 있고, 우아한 발림도 특유의 아름다움을 지녀서 작은 체구로 온 무대를 휘어잡는다.

안숙선 명창은 남원 출신이다. 전통음악을 하는 집안에서 태어났기에 어려서부터 전통예술의 세계에 심취했고, 판소리와도 익숙하게 되었다. 안숙선의 소리 입문은 남원을 끝까지 지키면서 ‘흥부가’를 지켜온 강도근 명창으로부터 비롯된다. 안숙선 명창은 오십 대가 넘어서 다시 강도근 선생을 찾아 어린 시절 배운 그 ‘흥부가’를 다시 닦아 공부했다. 이십 대 초반 서울에 온 안숙선에게 가야금과 판소리를 가르쳐준 분은 박귀희 명창이다. 현재 안숙선 명창은 국가무형문화재 제23호 가야금산조 및 병창 보유자이지만 족보가 확실한 판소리 다섯 바탕을 완벽하게 자신의 스타일로 정착시켜서 부르고 있다. 

안숙선은 김소희 선생에게 만정제 ‘춘향가’와 ‘흥부가’를 배웠다. 김소희 선생은 단정하면서도 엄격한 분으로, 오늘의 안숙선 명창이 가진 우아하고 기품 있는 소리의 토대가 되었다. 만정제 ‘흥부가’는 김소희 선생이 박녹주제를 근간으로 삼아 사설을 다듬고 일부 장단을 새롭게 바꾸어 짠 것으로 2시간 정도에 걸쳐서 연행된다. 만정제 ‘흥부가’는 박녹주 명창의 다른 유파인 박송희 선생이나 한농선 선생의 바디와 부분적으로 다르게 구성돼 있다.

‘흥부가’ 골계미와 비장미가 어우러지는 리얼리즘 판소리 
‘흥부가’는 판소리 다섯 바탕 가운데서도 대중성을 가장 높게 쳐왔다. 이유는 ‘흥부가’가 전통사회 우리 삶의 구체적인 여러 국면을 처절하게, 거칠면서도 골계적으로 표현하는 데 있다. ‘흥부가’는 형제간의 우애를 다루면서 조선 후기 서민 사회의 궁핍한 정황을 살갑게 그려내는 작품이다. 동생 흥부가 갖고 있는 착한 성품과, 형 놀부의 심술궂고 악착같은 기질을 대조해 보여주면서 우리 흥미를 돋우는가 하면, ‘흥부 매품을 파는 대목’이나 ‘돈타령’ 등을 통해서 가난한 서민들이 고생하며 살아가는 모습을 사실적으로 보여준다. 흥부는 부러진 제비 다리를 고쳐준 대가로 박씨를 얻고, 그곳에서 온갖 돈과 쌀과 비단과 집이 나와 행복하게 살게 된다. 놀부는 흥부가 갑자기 부자가 됐다는 소식을 듣고는 자기도 제비를 잡아서 더욱 부자가 되려는 탐욕으로 제비를 찾아 나선다. ‘흥부가’의 전체 정조는 해학적이다. 흥부가 켜는 박통 속에서 ‘쌀’과 ‘옷’과 ‘집’이 나온다는 것도 조선 후기 민중의 의식주에 대한 꿈을 환상적으로 반영한 것이다.

‘흥부가’의 연행은 목이 빼어나 장면을 잘 표현하고, 서민적 삶의 국면을 발림으로 잘 드러내는 명창이라야 제대로 그려낼 수 있다. 완벽한 성음을 구사하지 않으면 ‘흥부가’의 맛을 제대로 표현하기 어렵고, 극적인 부분은 표정 연기나 발림을 통해 관객과 함께해야 비로소 살아 있는 ‘흥부가’가 된다. 안숙선 명창이 제자들과 함께 연창으로 부르는 만정제 ‘흥부가’에서 주목해서 들어야 할 노래는 슬프게 애원성으로 내는 ‘두손 합장’과 ‘가난타령’, 무겁게 내어 끌고 가는 ‘떴다 보아라’ 대목, 제비의 여정을 긴 호흡으로 그려내는 ‘제비노정기’, 그리고 우리에게 기쁨을 주는 ‘박타는 대목’ 등이다. 그리고 ‘음식타령’이나 만정제 ‘흥부가’를 마무리하는 덜렁제의 ‘제비몰러 나간다’ 등이 백미라고 할 수 있다.  

올해 ‘송년판소리’ 잔치는 ‘흥부가’와 남도민요
이날 완창 잔치는 2부로 구성된다. 1부는 안숙선 명창이 정미정·김미나·박애리·김준수 등 제자들과 함께하는 만정제 ‘흥부가’ 연창 무대다. 정미정 명창과 김미나 명창은 국립창극단의 중견 배우이자, 유수 판소리 대회에서 대통령상을 받은 분들이다. 박애리 명창은 판소리와 창극을 현대 관중에게 널리 알리는 것을 넘어 국악과 대중음악을 접목하는 몫을 충실히 해낸 스타 소리꾼이다. 그리고 ‘국악계 아이돌’로 불리는 김준수는 국립창극단의 간판스타로 팬이 많다. 안숙선 명창과 제자들의 소리 색채가 어우러지는 모습만으로도 기대되는 무대다. 만정제 ‘흥부가’의 북 반주는 명고수 김청만 선생과 조용수 선생이 함께 한다. 김청만 명고수는 국가무형문화재 제5호 판소리 고법 예능보유자로서, 소리꾼과 조화를 이루면서도 화려한 기교가 특히 주목되는 명고수다. 조용수 명고는 국립창극단 기악부장으로 활약하고 있다. 

1부 ‘흥부가’ 연창에 이어, 2부는 안숙선 명창이 제자들과 함께 꾸미는 ‘남도민요 향연’이다. 코로나19로 전 국민이 지친 상태에서 이 어려운 상황을 함께 이겨내려는 뜻으로, 남도민요의 정수인 ‘육자배기’와 ‘진도아리랑’으로 무대를 구성했다. 여기에 국립창극단 기악부 단원들의 수준 높은 연주가 더해지니 올 한 해 국립극장의 완창판소리를 사랑하고 지켜준 애호가 여러분과 함께 즐기는 풍성하고 흥겨운 무대가 될 것이다. 12월 셋째 주 토요일 오후 3시, 국립극장 하늘극장에서 안숙선 명창의 만정제 ‘흥부가’를 만나보자.

국립극장 송년판소리 ‘안숙선의 흥부가-만정제’

2020년 12월 19일

국립극장 하늘극장

전석 3만 원

02-2280-41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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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영대 고려대학교 교수. 고려대학교 국어국문학과를 졸업하고 같은 대학원에서 ‘심청전연구’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판소리학회 회장과 국립창극단 예술감독, 무형문화재위원을 역임했으며, 현재 세종시 무형문화재위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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