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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08월호 Vol.355

국악과 함께한 시간, 그 결실의 감동

예술배움 ㅣ 국립국악관현악단과 함께하는 ‘관객음악학교 발표회’

 

 

관객이 만든 공연으로 다시 관객에게 특별한 선물을 전달한 시간,

바로 ‘관객음악학교’란 이름에 걸맞은 순간이었다.

 

장마가 계속되던 6월의 마지막 토요일, 덥고 습한 날에도 많은 관객이 국립극장을 찾았다. ‘관객음악학교 발표회’를 보기 위해서였다. 그들의 표정은 여타 공연을 찾은 관객의 표정과는 사뭇 달랐다. 나들이 온 듯 즐거워 보이다가도 어딘가 긴장된 모습이었다. 이번 무대가 가진 의미가 그들에게 그만큼 특별했기 때문일 것이다.

무대에 오르는 총 65명의 참가자들은 모두 아마추어다. 남녀노소, 직업을 불문하고 다양한 연령대의 사람들이 국악이라는 공통점 아래 한데 모였다. ‘관객음악학교’는 관현악 편성의 연주를 경험할 수 있는 ‘아마추어 관현악단’과 하나의 악기를 선정해 집중적으로 교육받는 ‘악기포커스’로 구성된 교육 프로그램이다. 본래 2개월 동안 연습을 진행했지만, 2018-2019 시즌부터 7개월간의 장기 프로그램으로 전환됐다. 이번 ‘관객음악학교’ 참가자들은 반년이 넘는 긴 시간 동안 매주 연습에 몰입해왔다. 시간과 정성을 쏟은 아마추어 단원들, 그리고 그것을 곁에서 지켜보았을 지인들의 표정이 덩달아 상기되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이었다.

공연 전 단원들의 지난 시간을 스케치한 영상이 공개됐다. 7개월이란 짧지 않은 시간이 담긴 영상은 뭉클한 감정을 느끼게 했다. 영상이 끝나자 막이 오르고, 관객들의 탄성이 울려 퍼졌다. 평소 모습에서 벗어나 단정하게 옷을 맞춰 입고 조명을 받는 모습은 지켜보는 지인들에겐 경탄스러운 일이었을 것이다. 그리고 그 경탄은 이내 감동으로 변했다.

 

1부는 ‘악기포커스: 대금’반의 대금 협주곡 ‘민요의 향연’으로 시작됐다.

‘민요의 향연’은 일반 관객들도 잘 알 만한 통속 민요인, ‘밀양아리랑’ ‘진도아리랑’ ‘상주아리랑’ ‘경기아리랑’으로 구성됐다. 한국인이라면 어릴 적부터 흔히 들었을 아리랑에 대한 애정과, 긴장돼 보이지만 혼신을 다하고 있음이 분명한 단원들의 표정과 몸짓 그리고 음률이 어우러져 달오름극장은 뜨거운 감동에 잠겼다. 눈물을 흘리는 관객도 보였다. 감동은 대금 협주곡 ‘삼삼오오’로 이어졌다. 이 곡은 이번 발표회를 위해 국립국악관현악단 대금 부수석 권성현 단원에게 위촉·작곡됐다. 이번이 초연으로, ‘관객음악학교’ 단원들이 옹기종기 모여 열정과 노력으로 화합을 이루는 모습을 표현한 곡이다. 대금과 다채로운 국악기가 함께 어우러진 매력을 느낄 수 있는 무대를 마지막으로 1부는 막을 내렸다.

2부가 시작되기 전, 단원들이 ‘관객음악학교’를 짧은 단어로 정의해보는 영상이 흘러나왔다. 제각각 다른 감상을 이야기했지만, 그들에게 ‘관객음악학교’가 얼마나 소중한지 충분히 짐작할 만했다. 지난 7개월이 단원들에겐 잊고 있던 꿈을 일깨워준, 즐거운 긴장의 시간이었음이 분명했다. 곧이어 2부의 막이 오르고 ‘아마추어 관현악단’ 5기가 등장해 ‘신뱃놀이’를 연주했다. 경기민요 ‘뱃노래’의 선율과 기본 장단을 바탕으로 다채롭게 변주한 곡이다. 친숙하고 매력적인 국악에, 최근 세계 음악 흐름에서 가장 큰 관심을 받고 있는 아프리카 리듬을 결합한, 세련되고 이국적인 무대였다. 이어진 순서는 ‘영화음악 메들리’였다. 아일랜드 민요 ‘캐롤란과 캐슬의 대화’, 뉴에이지 그룹 ‘시크릿가든’의 ‘송 프롬 어 시크릿 가든’, 영화 ‘캐리비안의 해적’ OST ‘캐리비안의 해적 메들리’ 등 귀에 익은 곡들이 관객의 큰 호응을 얻었다. 마지막 곡인 국악 관현악과 통일을 위한 ‘반달 환상곡’ 또한 우리에게 익숙한 동요 ‘반달’을 주제로, 북한에서 채보한 토속 민요를 접목해 작곡한 곡이다. 2018년 국립국악관현악단의 정기 공연 ‘다시 만난 아리랑’에서 초연된 곡으로 관객들에게 새로운 즐거움을 선사했다. 1부가 감동의 시간이었다면 2부는 흥과 공감의 시간이었다. 마지막 곡인 ‘반달 환상곡’이 끝난 후에도 흥이 가시지 않은 관객들은 앙코르를 요청했고 5기 ‘아마추어 관현악단’은 ‘신뱃놀이’를 또 한 번 들려줬다. 이 곡을 끝으로 1시간 동안 감동과 열정을 전해준 ‘관객음악학교 발표회’는 마무리됐다.

 

오랜 시간 자신의 삶터에서 각기 살아온 개개인이 ‘관객음악학교 단원’이란 타이틀로 하나가 됐다. 음악으로 뭉친 그들의 여정은, 늦가을인 11월에 시작해 장마철인 6월 말에야 막을 내렸다. 시간은 모두에게 공평하다지만, 그들이 지나온 시간엔 분명 특별한 것이 있다. 최선을 다해 배우고 익혔으며, 스승 그리고 동료와 끈끈한 관계를 맺게 됐고, 부진으로 인한 고민과 성장에서 오는 기쁨도 느꼈을 것이다. 다시 못 올 소중한 시간을 보낸 이들에게 ‘관객음악학교 발표회’는 달콤한 결실의 순간이었다. 더불어 관객도 달고 귀한 열매를 머금은 것 같은 따뜻한 추억과 함께 전문 연주자의 공연에서는 느낄 수 없는 감동을 공유했다. 관객이 만든 공연으로 다시 관객에게 특별한 선물을 전달한 시간, 바로 ‘관객음악학교’란 이름에 걸맞은 시간이었다. 이제 또, 국악과 함께 빛나는 삶을 이어갈 관객음악학교 단원들의 새로운 열매를 기대해본다.

 

권민경 시인, 문화예술평론가. 저서로 시집 ‘베개는 얼마나 많은 꿈을 견뎌냈나요’가 있다.

 

국립국악관현악단과 함께하는 ‘관객음악학교’

국립국악관현악단이 국악 관객 개발을 목적으로 운영 중인 교육 프로그램. 2016년 시작된 ‘아마추어 관현악단’이 2018-2019 시즌을 맞아 ‘악기포커스’ 프로그램을 신설하며 ‘관객음악학교’로 확대 개편됐다. ‘아마추어 관현악단’은 국악 비전공자들이 경험하기 어려운 관현악 편성 연주를 체험하고 국립국악관현악단의 수준 높은 강습을 통해 음악을 완성해 나가도록 돕는다. ‘악기포커스’는 국악기 초보자부터 숙련자까지 1년에 한 개의 악기를 선정해 수준별 맞춤 강습을 제공한다. 새로운 시즌의 악기는 해금이다. ‘관객음악학교’는 이론 수업은 물론 국립국악관현악단의 정기공연 관람 등 다채로운 프로그램으로 구성된다. 더욱 풍성한 커리큘럼으로 관객을 찾아갈 2019-2020 시즌 ‘관객음악학교’ 단원 모집은 추후 공지할 예정이다. 문의 kimeojinyi@korea.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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