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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10월호 Vol.345

판소리와 가믈란이 만난다면

예술배움┃외국인국악아카데미 수강생 마거릿 테레지아

한국학이 막연하게 느껴질 때 한국문학의 즐거움을 알았다. 문학 공부가 힘들어졌을 때 판소리를 만났다. 어려움을 피하지 않고 열심히 하다 보니 계속 좋은 성과를 내고 싶어졌다.


국립극장 외국인국악아카데미에 3년째 참여하고 있는 마거릿 테레지아(Margareth Theresia)는 한국에서 국어국문학 박사 과정을 공부하는 유학생이다. 고국인 인도네시아에서 대학 시절 한국학을 전공하고, 2014년 한국에 와 한국 고전문학으로 석사 공부를 시작했다. 대학 시절 한국문학에 빠져들면서 즐거움을 맛본 데 이어 본격적으로 공부를 시작했지만 타국의 언어와 생활에 적응하는 과정은 어려웠고 공부 역시 만만치 않았다. 2년이 지나 석사 과정을 마치고 박사 과정을 시작할 무렵, 마거릿은 외로움을 달래기 위해 이런저런 대외 활동에 관심을 가졌다. 그러던 중 국립극장 외국인국악아카데미를 알게 됐다. 전공 수업에서 판소리에 대해 배웠으나 이론으로만 접했기에 직접 배우고 싶은 터였다. 그렇게 판소리반 수업에 참여한 그녀는 도전을 거듭하며 3년째 꾸준히 판소리 수업을 듣고 있다.

 


“실제로 어떻게 부르는지, 국악인이 문학을 소리로 어떻게 표현하는지 궁금했어요. 직접 해보니 이야기를 전하면서 감정을 함께 표현해야 한다는 점이 재미있어요. 동시에 그게 판소리의 가장 어려운 점이기도 하고요.”


판소리반·사물놀이반·한국무용반 세 분야 수업이 운영되는 외국인국악아카데미는 한국 문화에 관심 있는 외국인이 전통공연예술을 쉽고 재미있게 익힐 수 있도록 진행된다. 판소리반에서는 매 학기 한 작품의 특정 대목을 배우는데, 같은 작품이더라도 매번 다른 대목을 배우기 때문에 마거릿처럼 수업을 오래 들은 수강생도 학기마다 새로운 재미를 느낄 수 있다고 한다.


“제가 국립극장에서 판소리 수업을 들은 지 3년째인데 저보다 더 오래 참여한 친구도 있어요. 춘향가를 여러 대목 배웠고 적벽가도 한 대목 배운 적이 있죠. 사실 제가 가장 배우고 싶은 건 심청가예요. 한번은 판소리반 문수현 선생님이 심청가 공연을 하셨는데 정말 재미있더라고요. 외국인을 위한 공연이어서 소리는 한국어로 하되 그 내용이 무대 뒤에 영어 자막으로 나왔고, 아니리는 영어로 해서 쉽게 이해할 수 있었거든요.”


여행이나 유학으로 한국을 찾는 많은 외국인이 한국 드라마나 케이팝을 통해 한국에 호기심을 갖게 되는 것과는 달리, 마거릿이 대학 시절 한국학을 전공하게 된 이유는 다분히 현실적이었다. 당시 한국학과는 인도네시아 국립대학교의 신생학과였고, 인도네시아에 한국 회사가 늘어나는 데 비해 현지에서 한국어에 능통한 사람은 많지 않았기에 취업에 이점이 있다는 교수의 말이 설득력 있게 다가왔다. 그런데 막상 호기심을 갖게 된 것은 다른 부분에서였다. 한국문학사 시간, 마거릿은 설화를 비롯한 한국의 ‘이야기’에 끌렸다. 더 알고 싶어 친구들과 스터디 그룹을 만들어 영어로 된 한국문학사 자료를 찾아 공부하기도 했다. 그녀는 느꼈다. ‘나는 이야기를 좋아하는구나, 그리고 이걸 계속 공부해도 되겠구나’ 하고. 전공 공부를 그만둬야겠다고 생각한 시기에 한국문학을 만났다고 마거릿은 웃으며 이야기했다. 판소리를 시작한 것도 그녀가 한국 생활과 대학원 공부에 지쳐 가장 힘들 때였으니, 고민의 시간이나 외로움, 일종의 위기가 결과적으로 그녀에게 좋은 약이 된 셈이다.
외국인국악아카데미에서 마거릿은 판소리뿐만 아니라 좋은 사람도 만났다. 문화에 큰 관심이 없던 그녀는 다양한 문화적 토대와 취미를 지닌 친구들을 알게 됐고, 서로 좋아하는 것을 공유하며 관심 영역을 넓히고 있다.


“어떤 친구는 밴드를 하고 어떤 친구는 배우자가 사물놀이를 하는 분이어서 사물놀이 이야기도 전해 들어요. 공연이 있을 땐 서로 초대하고, 선생님도 수강생이 공연하면 와서 응원해주시거든요. 선생님을 통해 ‘시조창’이라는 것도 알게 됐어요. 그런 다양한 것을 배울 기회가 생겨서 더욱 재미있고 서로 돈독해서 수업 분위기도 참 좋아요.”


흥미로운 것은, 마거릿이 판소리를 배우며 한국 문화의 참맛을 알아가는 동시에 자국인 인도네시아 문화에도 깊은 관심을 갖게 된 것이다. 그녀는 3년째 주말에 인도네시아 대사관에서 자국의 전통악기인 가믈란과 전통무용을 배우고 있다. 인도네시아 전통무용단에도 참여해 부지런히 활동한다. 정작 인도네시아에 있을 때엔 크게 관심을 기울이지 않던 것들인데, 다양한 활동을 이어가면서 새로운 목표가 생겼다.
“박사 공부를 마치면 인도네시아 대학에서 한국어와 한국문학을 가르치겠다는 목표를 갖고 있어요. 판소리는 한국 고전문학을 전하는 훌륭한 방법이 될 것 같아요. 그에 더해, 한국에 인도네시아 문화를 전하는 역할도 할 수 있으면 좋겠어요. 어느 한쪽의 것만 알리고 전하는 것은 오히려 한계가 있겠더라고요. 인도네시아와 한국 양쪽을 모두 잘 이해하고 양국에 서로의 문화와 언어를 알리고 싶어요. 그리고 ‘판소리와 가믈란의 결합’ 같은 문화 컬래버레이션도 꼭 해보고 싶습니다.”

 

이아림 오니트 에디터 | 사진 김창제

 

국립극장 외국인국악아카데미
외국인국악아카데미는 한국을 찾은 외국인이 한국 전통공연예술을 흥미롭게 접하고 이해할 수 있도록 마련된 강좌다. 2013년 신설된 이후 쉽고 재미있는 강의와 주한 외국인의 문화 커뮤니티로 꾸준히 사랑받고 있다. 매년 상반기와 하반기 두 차례 진행되며, 현재 판소리·사물놀이·한국무용 세 반이 운영되고 있다. 2018년 하반기 수업은 판소리·사물놀이·한국무용을 한 번이라도 접해본 이들을 위한 실기 위주의 수업으로 진행된다. 수강생에게는 국립극장 공연 티켓 할인 혜택이 제공되며, 70퍼센트 이상 출석한 수강생에게는 국립극장장 명의의 수료증이 발급된다.


문의 국립극장 예술교육팀 02-2280-58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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