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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08월호 Vol.343

이유 있는 화제작을 만나다

SPECIAL┃NT Live·마당놀이·연극

국립극장 기획공연은 전통에 기반을 둔 전속단체의 공연과는 다른 색깔의 작품으로 국립극장의 외연을 넓힌다는 평가를 받아왔다. 이번엔 어떤 색으로 우리를 무장해제시킬지, 달오름극장에 오르는 국립극장 기획공연을 살펴보자. 2018-2019 시즌 국립극장 기획공연은 NT Live 4편과 마당놀이 ‘춘풍이 온다’, 그리고 초청작 연극 ‘백치’(대전예술의전당 제작)까지 총 6편으로 구성된다.

 

 


영국 국립극장이 2009년부터 선보여온 NT Live는 2014년 국내에서 처음 소개된 이후 세계의 화제작을 한글 자막과 함께 저렴한 가격에 볼 수 있다는 점에서 두터운 팬 층을 형성하고 있다. 오는 9월엔 ‘한밤중에 개에게 일어난 의문의 사건’(2018년 9월 6~9일, 15일) ‘줄리어스 시저’(2018년 9월 8일, 12~15일)를, 내년 3월엔 ‘뜨거운 양철 지붕 위의 고양이’(2019년 3월 14~17일) ‘누가 버지니아 울프를 두려워하랴?’(2019년 3월 21~24일)를 달오름극장에서 상영한다.


‘한밤중에 개에게 일어난 의문의 사건’(이하 ‘한밤개’)은 아마도 연극 팬이 오랫동안 기다려온 작품일 것이다. 15세 자폐증 소년 크리스토퍼의 성장을 그린 작가 마크 해던의 2003년 동명 소설을 원작으로 한 이 작품은 지난 2012년 영국 국립극장(이하 NT)에서 사이먼 스테판 대본, 마리안느 엘리엇 연출로 초연돼 이듬해 영국 로런스 올리비에상 7개 부문을 휩쓸며 웨스트엔드에서 장기 공연에 들어갔다. 장기 공연 중 지붕 붕괴 사고로 극장을 옮기기도 했지만 지난해 6월 초까지 공연될 만큼 큰 인기를 얻었다.


‘한밤개’는 여러 나라 무대에 올랐는데, 국내에서는 지난 2015년 말 민간 제작사 제작으로 공연된 바 있다. 다만 창의적인 시청각 효과가 돋보이는 무대를 살리기 위해 레플리카 프로덕션을 택한 대부분의 나라와 달리 한국에서는 저작권료 때문에 멕시코(2013)에 이어 대본만 계약하는 스몰 라이선스를 택했다. 그 덕분에 영상으로나마 “스토리텔링과 스펙터클의 놀라운 조화”라는 찬사를 받은 오리지널 ‘한밤개’를 직접 볼 수 있게 됐다.


‘줄리어스 시저’는 2003~2015년 NT의 예술감독을 지낸 거장 니콜라스 하이트너가 올해 1월 선보인 따끈따끈한 신작이다. 하이트너가 지난해 10월 NT의 행정감독이던 닉 스타와 함께 새롭게 문을 연 브리지 시어터의 두 번째 작품으로 영국에서 큰 화제를 모았다.
900석의 브리지 시어터는 NT의 새로운 황금기를 일궜다는 평을 받는, 하이트너와 스타가 벤처 투자 그룹 LTC의 지원을 받아 지은 상업 극장이다. 두 사람이 이끄는 런던 시어터 컴퍼니의 전용 극장으로 연간 4~5편의 신작을 선보인다.


‘줄리어스 시저’는 셰익스피어 원작을 현대적인 정치극으로 풀어낸 작품이다. 극 중 시저는 금발에 빨간 넥타이를 맨 양복 차림을 비롯해 “로마를 더욱 위대하게”라고 외치는 장면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을 연상케 한다. 또한 반란의 주역으로 브루투스를 끌어들이는 카스카 역에 젠더를 바꿔 흑인 여배우를 캐스팅하는 등 다양한 정치적 함의를 담았다. 극장에서 군중석(입석)을 선택한 관객은 마치 로마의 시민 같은 역할을 하게 되는 것이 특징이다. 영화 ‘대니쉬 걸’로 국내에도 잘 알려진 벤 위쇼가 브루투스 역으로 출연한다.


내년 3월엔 미국 현대연극을 대표하는 작가인 테네시 윌리엄스와 에드워드 올비의 대표작이 NT Live로 찾아온다. 영 빅 시어터가 지난해 선보인 ‘뜨거운 양철 지붕 위의 고양이’는 윌리엄스에게 두 번째 퓰리처상을 안긴 작품이다. 베네딕트 앤드루가 연출한 영 빅 버전에선 시에나 밀러와 잭 오코넬 등이 거짓말 위에 놓인 위태로운 가족의 모습을 긴장감 있게 표현한다. 또 웨스트엔드의 영향력 있는 프로듀서 소니아 프리드먼이 이끄는 소니아 프리드먼 프로덕션SFP이 지난해 해럴드 핀터 극장에 올린 ‘누가 버지니아 울프를 두려워하랴?’는 원작자 에드워드 올비를 거장의 반열에 오르게 한 첫 장편 희곡이다. 중년 교수 부부와 젊은 교수 부부, 4명의 인물을 통해 가족의 일그러진 현실과 이상을 그렸다. 제임스 맥도널드의 연출도 깔끔하지만 이멜다 스턴튼을 비롯한 네 주인공이 연기 배틀을 벌였다는 평가를 받았다.

 

신작부터 고전까지, 놓칠 수 없는 즐거움
국립극장이 초청한 대전예술의전당의 연극 ‘백치’도 주목해야 한다. 국립극장과 대전예술의전당은 지난해 기획공연 교류와 공동 제작 등에 나서기로 협약을 맺었다. 그 일환으로 지난 6월 대전예술의전당에서 국립무용단의 ‘향연’을 선보인 데 이어, 이번 10월 대전예술의전당이 개관 15주년을 기념해 제작하는 연극 ‘백치’를 국립극장 무대에 올릴 예정이다.


‘백치’는 19세기 러시아 리얼리즘 문학을 대표하는 도스토옙스키의 동명 소설을 원작으로 한다. 순결한 인간이 탐욕과 위선으로 일그러진 시대의 소용돌이에 휘말려 모두를 파국으로 몰고 가는 비극을 다뤘다. 중견 연출가 박정희와 극작가 이미경이 섬세한 시선으로 원작의 매력을 한층 깊이 있게 그려낼 예정이다. (2018년 10월 3~7일, 달오름극장)

 


연말연시에 큰 사랑을 받는 국립극장 마당놀이는 ‘춘풍이 온다’로 관객을 만난다. 고전소설 ‘이춘풍전’을 원작으로 한 ‘춘풍이 온다’는 희대의 난봉꾼 이춘풍이 기생놀음에 빠져서 가산을 탕진한 뒤 똑똑한 아내 김씨 부인 덕분에 개과천선하는 내용이다. ‘이춘풍전’을 현대적으로 각색해 새로운 레퍼토리를 탄생시켰다는 것만으로도 시선을 끌기에 충분하지만, 올해는 하늘극장이 아닌 달오름극장에서 한결 포근하고 가족적인 분위기를 연출할 예정이라 더욱 기대가 크다. (2018년 12월 6일~2019년 1월 20일, 달오름극장)


극단 미추가 30년간 이끌어온 마당놀이는 2014년 국립극장 레퍼토리로 부활했다. 이번에는 연출가 손진책, 안무가 국수호, 작곡가 박범훈이 참여한다. 연세 지긋한 어르신뿐만 아니라 어린아이까지 온 가족이 즐기는 공연 문화로 연령층을 확대해온 마당놀이는 특유의 해학과 풍자로 큰 호응을 얻고 있다. 무엇보다 우리 소리가 단단하게 중심을 잡고, 그 위에 배우들의 코믹 연기가 더해지는 것이 일품이다.

 

장지영 국민일보 기자 겸 공연 칼럼니스트. 네이버 올댓아트를 비롯해 다양한 매체에 공연 관련 글을 쓰고 있다. 깊이 있으면서도 어렵지 않은 글로 대중과 공연계를 잇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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