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킵네비게이션

주메뉴 바로가기 본문 바로가기 빠른예매 바로가기 사이트 지도 바로가기
월간미르 상세

2018년 04월호 Vol.339

국립국악관현악단 '정오의 음악회'

프리뷰┃삼박자가 잘 맞는 음악회

꾸준히 변함없는 사랑을 받으며 관객과 만나온 ‘정오의 음악회’가 올해로 10년째를 맞았다.

‘정오의 음악회’의 첫 문을 여는 ‘음악견문록’은 전 세계의 다양한 음악을 감상할 수 있는 자리로 ‘국악의 세계화’에 걸맞은 무대다. 4월 공연에서는 ‘요족무곡’을 들려주는데 곡의 제목에서 짐작할 수 있듯이 이 음악은 중국의 소수민족인 요족의 무용음악이다. 왠지 모를 애잔함과 아련한 분위기로 시작되는 음악과 함께 중국의 드넓은 초원을 여행하다 보면 음악은 점점 빠른 속도로 변하고 어느덧 관객은 중국 특유의 멜로디에 맞춰 춤을 추는 요족 여인의 무대를 관람하는 여행자가 될 것이다.

 

 

이번 공연에서는 또 한 곡의 중국 소수민족 음악을 선보인다. 중국인이지만 한민족의 혈통을 지닌 사람들, ‘조선족’의 노래인 ‘연변목가’가 연주되는데 이 음악은 조선족 음악의 거장, 안국민의 작품을 작곡가 백대웅이 국악관현악곡으로 재탄생시킨 것으로 연변 농부의 흥얼거림에서 시작됐다고 한다. 1959년에 레코드로 취입된 이후, 중국의 문화대혁명 전까지 연변을 상징하는 노래로 방송을 타곤 했으며, 한적하고 목가적인 풍경에서부터 분주하게 움직이는 농부의 모습, 그리고 굿거리장단에 황금물결이 넘실거리는 풍요로운 농촌 정경 등을 그려낸다. 백대웅은 리듬에 능한 작곡가로 우리 장단을 자유자재로 사용하는 작곡가다. 굿거리·엇모리·자진모리·동살풀이 등을 통해 작곡가 특유의 생동하는 음악적 감수성을 만날 수 있으며 고인이 된 국악 작곡계의 거장을 떠올려볼 수 있는 귀한 무대가 될 것이다.

 

‘정오의 음악회’에서는 ‘국악의 대중화’에 맞춤한 무대가 매회 펼쳐진다. 바로 ‘이 음악이 좋다’이다. 이 코너는 대중가요 가수들이 국립국악관현악단과 호흡을 맞추는 무대로 이번 공연에서는 양수경이 무대에 오른다. 양수경은 ‘사랑은 창밖의 빗물 같아요’를 비롯한 수많은 히트곡을 낸 원조 디바인데 국악예술학교(현 국립전통예술고등학교)를 졸업한, 국악과 인연이 깊은 가수이기도 하다. 그녀는 민요를 잘 불러서 박귀희 명창의 수제자로 발탁되기도 했다고 전해진다. 그런데 선생의 집에 들어가려던 날, 학교로 가수 한 명을 추천해달라는 요청이 왔고 그 추천을 받아들여 가수가 됐다는 후문이다. 이번 무대가 국악관현악과의 첫 호흡이라고 하니 더욱 기대된다.


국립국악관현악단은 ‘국악의 대중화’와 ‘세계화’를 표방하고 있지만 그 근본이 되는 ‘전통’ 또한 간과하지 않는다. 국악의 대중화?세계화는 제대로 된 ‘전통’ 위에 안착되어야 그 뿌리가 든든해지기 때문일 것이다. 그래서 정오의 음악회에서는 우리의 전통을 온전히 감상할 수 있는 ‘전통의 향기’라는 코너에서 국립무용단 정관영 단원의 반주와 함께 최원자 단원의 전통무용 ‘장구춤’을 선보인다. 장구춤은 어깨에 장구를 비스듬히 둘러메고 추는 춤으로 본래 농악의 한 부분이었던 것을 전설적인 무용가이자 전통무용을 현대화하는 데 기여한 최승희가 무대에 올렸고, 현재는 새로운 형태의 독립된 무용 장르가 되었다. 느린 장단에서는 한국춤 특유의 곡선미를, 빠른 장단에서는 신명과 흥을 느낄 수 있다. 특히 장구로 빠른 장단을 치며 관객의 흥을 한껏 돋우는 부분이 인상적이다.


‘정오의 음악회’에서는 국악관현악단의 기본 레퍼토리라 할 수 있는 ‘기악협연’ 무대가 매회 펼쳐진다. 4월 공연에서는 ‘소금 협주곡 1번’이 연주되는데 이 음악의 주인공 ‘소금’은 대금과 연주법은 같지만 악기가 더 작아서 ‘小’금이라는 이름이 붙은 관악기다. 소금은 국악기 중에 가장 높은 음역을 가지고 있어서 합주할 때 음악의 느낌을 조금 더 섬세하게 해주고 음악에 포인트를 주기도 한다. 또한 맑고 투명한 음색 덕분인지 서양악기 혹은 현대적인 악기와의 크로스오버에도 폭넓게 사용되고 있다. 이번 무대에서는 국립국악관현악단원 김한백의 소금 연주가 더해져 국악관현악 선율 위를 사뿐히 넘나드는 소금의 매력을 느낄 수 있다.


우리는 가끔 무언가가 딱 맞아떨어질 때 “삼박자가 잘 맞네”라고 한다. 영화나 드라마의 삼박자는 스토리·연기·연출이라 하고, 여행의 삼박자는 볼거리·먹을거리·살 거리(쇼핑)라고 말하기도 한다. 그렇다면 좋은 국악 공연의 삼박자는 무엇일까? 사람마다 견해가 다르겠지만, 내가 생각하는 좋은 공연의 삼박자는 음악·연주자·관객이다. 그런 면에서 볼 때 ‘정오의 음악회’는 삼박자가 딱 맞는 공연이다. 다양한 장르의 다채로운 음악과 국립국악관현악단의 완성도 높은 연주, 그리고 하늘극장을 가득 메워 따뜻한 박수로 음악회의 분위기를 살려주는 관객들. 이 세 가지가 함께하는 ‘삼박자가 잘 맞는 정오의 음악회’는 4월 4일에 만날 수 있다.


박근희 1995년 MBC TV ‘ 미기픈믈’로 방송 활동 시작, KBS 클래식FM과 국악방송 등에서 라디오 원고를 썼다. 공연·영화·칼럼·기사 쓰기 등 국악과 관련된 많은 일을 했지만 여전히 모든 것이 새롭다.

 

국립국악관현악단 ‘정오의 음악회’
날짜 2018년 4월 4일
장소 국립극장 하늘극장
관람료 전석 2만 원
문의 국립극장 02-2280-4114

 

사이트 지도

사이트 지도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