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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04월호 Vol.339

심청이 걸어온 길

SPECIAL|고전소설 '심청전'부터 창극 '심청가'까지

판소리 다섯바탕 현대화하기의 대장정을 마무리하는 창극 ‘심청가’. 깊은 감동과 가슴속 울림을 전하는 심청의 이야기를 만나본다.


고전소설 ‘심청전’과 판소리 ‘심청가’
고전소설 ‘심청전’은 이른 나이에 어미를 잃고 앞 못 보는 아버지의 보살핌 아래 자란 심청이 아버지의 개안開眼을 위해 자신을 희생한 후, 용왕의 도움으로 재생再生해 복록을 누리는 이야기다. 이 이야기는 부녀 간의 사랑과 작품 전편에 흐르는 슬픔의 정서, 그리고 이를 극복한 행복한 결말로 많은 이에게 감동을 주며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다.
소설 ‘심청전’은 판소리와 창극·연극·무용 등의 다양한 공연 장르로도 많은 사랑을 받아왔는데, 특히 판소리 ‘심청가’는 ‘춘향가’ 다음으로 널리 불렸고 대중적 인기를 누린 작품이다. 익히 알고 있는 이야기에 선율과 가락을 붙여 부르고 연행함으로써 작품의 서사는 한결 풍부한 정서적 울림을 전달하며 대중과 소통한다. 17세기 무렵 등장한 것으로 추정되는 판소리가 19세기까지 가장 인기 있는 공연 장르로 군림한 까닭은 이야기가 갖는 재미와 교훈이 창唱을 통해 표현됨으로써 대중을 더욱 강하게 사로잡았기 때문일 것이다.

 

국립창극단 ‘심청가’는 언제부터, 어떻게 전개되어왔나?
판소리는 20세기 극장 문화가 유행하면서 창극으로 변모를 꾀하기도 하는데, 창극의 수많은 레퍼토리 가운데 하나가 바로 ‘심청가’였음은 두말할 나위가 없다. 1인이 다역多役을 소화하는 기존의 판소리와 다르게 배역配役해 무대에 올리는 창극은 1930년대 조선성악연구회에 의해 시도되었다고 볼 수 있다. 그리고 조선성악연구회가 무대에 올린 가장 이른 시기의 ‘심청가’는 1936년 김용승 각색·정정렬 연출로 공연된 가극 ‘심청전’이라고 할 수 있다. 이후 ‘심청가’는 20세기에 걸쳐 창극의 주요 레퍼토리로 관객을 꾸준히 만났다.
1962년 2월에 ‘국립국극단’으로 창단된 현재의 국립창극단도 1969년 9월 국극 ‘심청가’를 레퍼토리로 삼아 2000년대 이전까지 15회에 걸쳐 ‘심청가’를 공연했다. 2000년대 이후에도 ‘심청가’는 주요 레퍼토리로 국립극장 무대에 올랐다. 특히 2006년 창극 ‘청’(유영대 감독·박성환 각색·김홍승 연출)은 국가 브랜드 공연으로 대표되면서 2011년까지 매년 무대에 올랐다. 이는 70회 이상의 공연과 7만 명 이상의 관객 동원을 기록하며 창극 ‘심청가’의 위상을 다시금 확인하게 했다. 그러나 2012년부터 국립극장 무대에서 창극 ‘심청가’를 볼 수 없었는데, 이번 판소리 다섯바탕의 현대화를 위한 창극 시리즈의 마지막 순서로 다시 한 번 창극 ‘심청가’를 무대에서 만날 수 있어 반갑다. 연출은 손진책, 작창은 안숙선, 음악감독은 이태백이 맡았다.

 

안숙선 명창이 이야기하는 2018 창극 ‘심청가’의 특징과 의미
국립창극단은 2010년대 들어 다양한 실험으로 창극 공연을 해왔다. 기존 전승 5가를 새롭게 해석해 무대에 올렸고, 실전 판소리를 복원해 현대적으로 구성하기도 했다. 그뿐만 아니라 서양 비극을 소재로 해 새로운 레퍼토리를 제작하는 등 국립창극단이 2012년 이후 걸어온 행보는 파격에 파격을 거듭한 것이었다. 그렇다면 이번 ‘심청가’는 어떠한가.
안숙선 명창은, 이번 창극 ‘심청가’는 극의 형태를 판소리의 중심에 두는 방향으로 진행될 것이라고 한다. 판소리 ‘심청가’가 가지고 있는 슬픔과 비극의 정조, 그러면서도 해학을 잃지 않는 면모를 살리면서 소리의 진정한 맛을 느낄 수 있도록 구성한 것이다. 손진책 연출이 추구하는 창극 ‘심청가’가 판소리의 아름다움과 미학을 최대한 살리는 것에 있기에, 작창을 맡은 안숙선 명창 역시 소리를 더욱 진지하게, 깊이 있게 만들어나가는 데 힘을 쏟고 있다고 한다. 명창은 판소리의 핵심인 ‘소리’의 가치는 창극을 통해서도 분명 이어져야 하는 것이며, 이번 작품을 통해서 우리 소리의 아름다움과 진실성이 잘 드러나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이번 창극 ‘심청가’는 2시간의 공연 시간을 지향한다. 과거 완판 창극을 지향하며 모든 소리 대목을 충실히 이행하고자 시도하던 것과는 달리 압축적으로 소리 대목을 짜고 장면을 구성하는 것이다. 사실 5~6시간의 판소리 ‘심청가’를 2시간의 창극으로 만드는 것은 결코 쉬운 작업이 아니다. 완성형에 가까운 판소리 ‘심청가’의 소리 대목은 어느 것 하나도 놓칠 수 없이 소중하기 때문이다. 작창을 맡은 안숙선 명창 역시 이 부분이 가장 어렵고 고된 작업임을 토로했다. 이를테면 10분의 중모리를 2~3분으로 압축하면서도 장면 간의 전환이 물 흐르듯 연결되어 관객에게 잘 전달되어야 하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관객에게 울림이 있는 ‘심청가’의 주요 눈대목이 있는바, 참여 배우들은 이를 잘 구현하는 것을 제일의 과제로 삼아 매진하고 있다고 한다. 관객에게 사랑을 받은, 그리고 정서적으로 큰 감동을 준 주옥같은 소리 대목, 즉 아리아를 놓치지 않고 잘 표현하려는 것이다.  

 


작창을 맡은 안숙선 명창은 1982년 창극 ‘심청전’에 심청으로 출연한 것을 시작으로 2000년대 초반까지 심청 역을 맡았다. 또한 1999년에는 국립창극단의 예술감독으로 있으면서 ‘심청전’을 진두지휘하기도 했다. 안숙선 명창에 따르면, 오랜 시간 창극 ‘심청전’과 함께하면서 다양한 시도를 했지만, ‘심청가’에는 변하지 않는 핵심 가치가 분명 존재한다고 한다. 그것은 바로 부모를 향한 자식의 ‘효孝’다. 부모를 생각하는 효는 보편적 가치이면서도 한국인에게는 문화의 특성상 한층 더 절절한 의미를 갖지 않나 한다. 시대가 변하고, 사회 환경이 변해도 지켜야 할 가치로서 ‘효’가 심청을 통해 많은 이들에게 다시 한번 깊은 감동과 가슴속 울림을 줄 것으로 기대한다.

 

 

* ‘심청전’ ‘심청가’에 대한 표기는 작품 고유명이거나 소설의 경우 ‘심청전’, 판소리에 해당하는 경우 ‘심청가’로 표기함을 밝혀둡니다.


송소라 고려대학교 CORE사업단 연구교수. 창극을 주제로 한 논문으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판소리와 창극을 비롯한 전통예술에 관심을 두고 연구하고 있다. 대표 논문 ‘20세기 창극의 음반. 방송화 양상과 창극사적 의미’(2017), ‘북한의 ‘심청전’ 수용 양상과 의미’(2015)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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