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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02월호 Vol.337

사랑한다면 이들처럼

프리뷰 | 국립국악관현악단과 함께하는 아마추어 관현악단 3기



‘아마추어(amateur)’라는 단어의 어원은 라틴어 ‘아마토르(amator)’로, ‘사랑하는 사람’이라는 뜻이다. 그래서 아마추어라고 하면 보통 어떤 일을 직업으로 삼지는 않으나 애정을 갖고 행하는 사람들을 칭한다. 그와 대조적으로 쓰이는 ‘프로페셔널(professional)’은 고대 프랑스어 ‘프로페스(profess)’로부터 유래했는데, 이는 ‘공적으로 말하다’라는 의미를 지니고 있다. 그래서 우리가 ‘프로’라고 하는 사람들은 자신의 전문 분야를 공적으로 가르칠 수 있는 수준에 이른 전문가들이다.

아마추어와 프로는 서로를 동경한다. 아마추어 연주자들은 프로 음악가들의 잘 훈련된 테크닉과 뛰어난 감성을 흠모하고, 음악을 직업으로 삼은 프로들은 아마추어들이 지닌 순수한 열정과 음악을 즐기는 모습에 힘을 얻는다. 매서운 한파가 서울의 공기를 쨍하게 얼렸던 1월 초, 이들이 한자리에 모여 발표회를 준비하고 있는 국립극장 뜰아래 연습장을 방문했다. 그곳은 서로가 서로에게 건강한 음악의 동기가 되어주는 순환적인 에너지로 가득했다.

사실 서양음악 오케스트라나 앙상블의 경우 비전공자와 아마추어들로 구성된 단체도 많고 그 수준도 상당하다. 하지만 국악 합주는 아마추어들의 접근성이 썩 뛰어난 분야는 아니다. 특히나 여러 종류의 악기가 함께하는 ‘국악관현악’ 규모라면 아마추어가 참여할 수 있는 기회는 더욱 더 적다. 국립국악관현악단은 2016년부터 매년 1·2월 두 달 간 국악을 사랑하고 취미로 국악기를 연주하는 일반인들을 모아 아마추어 관현악단을 운영하고 있다. 지난 두 해 동안 100여 명이 이 프로젝트를 거쳐 갔다.

올해 3기를 맞은 국립국악관현악단과 함께하는 아마추어 관현악단은 가야금·거문고·아쟁·해금·대금·피리·타악 7개 파트의 참가자 48명을 선발했다. 이들은 2월 24일 달오름극장에서 있을 연주회까지 약 두 달 동안 국립국악관현악단 단원들의 지도를 받는다. 일반적으로 아마추어 오케스트라의 연주회가 적어도 6개월, 보통 1년 정도 연습 시간을 갖고 공연을 여는 것에 비하면 무척 짧은 시간이다. 그러나 이들이 길지 않은 시간 동안 호흡을 맞추고 무대에 오를 수 있는 것은 참여자 간에 주고받는 서로에 대한 존중과, 무엇보다도 음악에 관한 애정, 절실함 덕분이다.

“자, 여러분이 이제 무엇을 연습하셔야 하느냐면…” 문양숙 가야금 수석 단원이 입을 열자 현을 튕기던 손들이 서서히 동작을 멈춘다. 그녀는 스마트폰으로 메트로놈 앱을 켜고 박자를 세면서 빠른 장단을 훈련하는 법, 까다로운 부분을 가장 편하게 소화할 수 있는 운지법 등을 상세하게 알려줬다. 공식적인 연습은 주 2회지만, 지도를 맡은 국립국악관현악단 단원들은 참가자들이 합주를 대비해 혼자서도 연습할 수 있도록 책임지고 안내한다.

“가야금 전공자이자 국립국악관현악단 단원으로서 제가 가진 것들을 이분들께 하나라도 더 나눠주는 것이 제 역할이라고 생각해요. 곡을 연주할 때 어떤 감정이 생기고, 그래서 어떤 마음을 갖고 현을 뜯게 되는지 공감해보려고 하죠.”

퇴근 후 피곤함을 이기고 연습실을 찾는 참가자들을 보면 악기에 손을 올리는 순간 눈빛이 바뀌고 얼굴에 생기가 돈다고 한다. 그녀는 아마추어 관현악단 지도를 맡으면서 음악 전공자로서 스스로를 되돌아보게 됐다고 이야기한다.

실제 참가자들 역시 이번 프로젝트를 통해 자신의 취미 생활에 새롭게 눈을 뜨게 됐다고 말한다. 대학생 양지혜 씨는 지난해에 이어 2년 연속 이 프로젝트에 참가했다. 초등학교 때 우연히 가야금 선율을 접했고, 그 독특한 음색에 빠져 악기를 배웠지만 대부분의 시간은 혼자 연습하면서 보냈다. 고등학교 졸업 후 진학한 대학에도 국악 동아리는 없었다. 국악관현악처럼 규모 있는 합주는 국립국악관현악단에서 진행하는 이 프로젝트를 통해서야 처음 접할 수 있었는데, 첫 합주 때의 전율을 잊지 못해 3기에 다시 지원하게 됐다고 했다. “여러 국악기가 함께 내는 크고 웅장한 소리에 압도됐어요. 가야금 선율에 다른 악기의 소리가 덧입혀지니 정말 새롭더라고요.” 2기 참여자들은 프로젝트가 끝난 뒤에도 한 달에 한 번씩 모여 지속적으로 국악관현악 합주를 이어나가고 있다.


아마추어 관현악단에 모인 사람들은 본업도, 성별도, 나이도 제각각인 만큼 국악기 연주 경력도 천차만별이다. 창작곡이 많은 국악관현악 특성상 정악에 익숙하거나 오선보가 낯선 이들은 변화한 환경에 적응하느라 진통을 겪기도 한다. 그러나 조금 앞선 이들은 기다려주고, 조금 뒤처진 이들은 열심히 쫓아가는 가운데 서로를 토닥이며 두 달을 보내고 나면 마법처럼 무대가 완성될 것이다.

악보를 좇는 눈짓과 다른 사람의 소리에 귀 기울이고 함께 호흡하려 애쓰는 몸짓 하나 하나에 절실함이 묻어나온다. “지금이 아니면 못 할 것 같았어요.” 대금을 연주하는 이중석 씨의 한마디가 참가자들의 마음을 대변한다. 학업으로, 취업 준비로, 회사 일로, 육아로, 각자 맡은 일에 치여 살면서 국악에 대한 애정은 마음속에 삭여야 했다. 그러던 중에 마음껏 불고 뜯고 치고 소리 내도 되니 이들의 반가운 마음을 어찌 다 헤아리겠는가. 그 어떤 무대보다 짙은 울림으로 가득할 2월 24일 연주회를 기대해본다.

글 이채은 판소리를 비롯한 조선 후기 문화예술 전반에 관해 연구하고 글을 쓰고 있다.

국립국악관현악단과 함께하는 아마추어 관현악단 3기 연주회
날짜    2018년 2월 24일
장소    국립극장 달오름
관람료 무료(2월 중 국립극장 홈페이지 안내)
문의    국립국악관현악단 02-2280-4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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