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단한 내공으로 관객을 쥐락펴락하는 <완창판소리>. 짧게는 세 시간, 길게는 여덟에서 아홉 시간까지 오로지 고수의 북장단에 의지해 판소리를 완창(完唱)한다는 것은 소리꾼에게나 그 자리에 함께하는 관객에게나 특별한 도전이다. 1984년부터 지금까지 매달 이런 도전의식으로 뜨겁게 달아올랐던 무대가 바로 국립극장 <완창판소리>다. 평생 수련을 숙명으로 알고 정진해온 소리꾼과 고수, 그리고 그 노력에 박수를 보낸 귀명창들이 없었다면 희미하게 사라져버렸을 소중한 소리판. 2022년 하반기, 이 귀한 무대에 오를 명창은 장문희, 김경호, 유영애, 안숙선이다. 소리의 이면과 창자, 고수에 대한 친절한 해설도 매 공연마다 곁들여져 소리 듣는 재미에 빠질 수 있도록 돕는다. 인류의 문화유산 걸작으로 칭송받는 판소리에 조금이라도 호기심이 생긴다면 주저 말고 문을 두드려 보자.
유영애의 동편제 흥보가
2022년 11월 <완창판소리>에서는 고희를 넘긴 관록의 유영애 명창이 동편제 '흥보가'를 묵직한 소리로 들려준다. 1988년 남원 춘향제 전국판소리명창경연대회에서 대통령상을 수상하며 명창의 반열에 오른 유 명창은 소리가 구성지며 중하성에 강하다는 평을 받고 있다. 전라북도 무형문화재 '심청가' 예능보유자로 한국 뿐만 아니라 여러 나라를 순회하며 50여 회가 넘는 왕성한 완창 무대를 펼쳐왔다. 남원국립민속국악원 창극단 지도위원·악장·예술감독, 광주시립창극단 예술감독을 4년간 역임했고 자신의 이름을 딴 판소리 전수관을 통해 제자 양성에도 힘쓰고 있는 이 시대의 명창이다.
이번에 유영애가 부를 '흥보가'는 동편제의 명맥을 잇는 소리다. 송흥록-송광록-송우룡-송만갑-김정문으로 전승되어온 소리를 박록주 명창이 새로 다듬으며 계승했다. 사설을 간결하게 다듬었을 뿐만 아니라 장단의 변화를 통해 골계적 대목의 재미를 더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동편제는 기교를 부리기보다 소리 자체를 통성으로 힘 있게 내지르고 말의 끝을 분명하고 강하게 하는 것이 특징이다. 유영애 명창은 정확한 성음을 구사하고 우조와 계면조의 구분이 정확해 '판소리의 교과서'라 칭해지는 만큼, 동편제 '흥보가'의 진면목을 보여줄 것이다.
유영애 '흥보가' 동편제
고수 박근영
해설 유영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