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단한 내공으로 관객을 쥐락펴락하는 <완창판소리>. 짧게는 세 시간, 길게는 여덟에서 아홉 시간까지 오로지 고수의 북장단에 의지해 판소리를 완창(完唱)한다는 것은 소리꾼에게나 그 자리에 함께하는 관객에게나 특별한 도전이다. 1984년부터 지금까지 매달 이런 도전의식으로 뜨겁게 달아올랐던 무대가 바로 국립극장 <완창판소리>다. 평생 수련을 숙명으로 알고 정진해온 소리꾼과 고수, 그리고 그 노력에 박수를 보낸 귀명창들이 없었다면 희미하게 사라져버렸을 소중한 소리판. 2022년 하반기, 이 귀한 무대에 오를 명창은 장문희, 김경호, 유영애, 안숙선이다. 소리의 이면과 창자, 고수에 대한 친절한 해설도 매 공연마다 곁들여져 소리 듣는 재미에 빠질 수 있도록 돕는다. 인류의 문화유산 걸작으로 칭송받는 판소리에 조금이라도 호기심이 생긴다면 주저 말고 문을 두드려 보자.
안숙선의 만정제 춘향가
2022년의 마지막 날 열리는 12월 송년판소리는 우리 시대를 대표하는 대명창 안숙선의 만정제 ‘춘향가’로 꾸며진다. 안숙선 명창과 국립극장 완창판소리와의 인연은 각별하다. 1986년 처음 이 무대에 오른 이래 판소리 다섯 바탕을 모두 완창하며 30회가 넘는 최다 출연의 기록을 세웠고, 2010년부터는 매해 12월 공연의 주인공을 맡아오고 있다. 그중에서도 이번 무대는 지난 9월 국가무형문화재 판소리 ‘춘향가’ 예능보유자로 지정된 안 명창의 귀한 ‘춘향가’ 소리를 감상할 수 있어 더욱 특별하다.
만정제 ‘춘향가’는 김소희 명창의 호 ‘만정’에서 명명한 ‘춘향가’의 한 유파다. 김소희 명창의 대표적인 소리는 단연 ‘춘향가’로, 춘향의 비극적 상황이 두드러지는 것이 특징이다. 만정의 소리를 가장 잘 물려받은 애제자로 꼽히는 안 명창은 스승의 소리뿐만 아니라 삶과 예술을 대하는 정신까지도 닮고자 했다. 이번 무대에서는 만정 소리를 계승 해가고 있는 다섯 명의 제자, 유수정 전 국립창극단 예술감독과 국립창극단 서정금, 소리꾼 이선희·박자희·박민정이 함께한다. 음악적으로 섬세한 만정제 ‘춘향가’ 를 감상하며 한 해를 마무리해보는 것은 어떨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