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립극장(극장장 박인건) 전속단체 국립창극단(예술감독 겸 단장 유은선)은 11월 21일(금)부터 11월 29일(토)까지 창극 <이날치傳>을 달오름극장에서 공연한다. 조선 후기 8명창 중 한 명이자, 날쌔게 줄을 잘 탄다고 하여 ‘날치’라 불린 이경숙(1820~1892)의 삶을 소재로 한 창작 창극이다. 2024년 초연 당시 전통연희와 판소리가 어우러진 유쾌한 무대로 호평을 받으며 객석점유율 99%를 기록한 작품으로, 약 1년 만에 관객과 다시 만난다.
<이날치傳>은 양반집 머슴으로 태어나 줄광대로 활동하다 명창의 북재비로 들어가, 온갖 수모를 견디며 귀동냥으로 소리를 익힌 끝에 명창의 반열에 오른 이날치의 일대기를 그린다. 극본을 맡은 윤석미 작가는 역사서 속 인물의 단편적 기록에 상상력을 더해 서사를 새롭게 구성했다. 신분의 한계를 넘어서고 자신의 운명을 스스로 개척하며 예인(藝人)으로 살아간 이날치의 삶을 다양한 일화와 함께 생생하게 풀어낸다.
2024년 초연 당시 전통 판소리를 중심으로 하되 다양한 전통연희를 조화롭게 녹여낸 연출과 국립창극단 단원들의 탄탄한 소리 기량이 어우러지며, 관객이 함께 호흡하는 신명나는 무대라는 평가를 받았다. 이번 재공연에서는 초연의 흐름을 유지하면서도 일부 장면을 보완해, 보다 밀도 있는 이야기와 완성도를 갖춘 무대를 선보일 예정이다.
연출을 맡은 정종임은 다시 한번 우리 전통예술의 정수를 느낄 수 있는 신명 나는 놀이판을 펼친다. 판소리뿐 아니라 남사당패 풍물놀이, 재담, 줄타기, 고법, 탈춤 등 다채로운 전통연희가 어우러지며, 판소리에 익숙하지 않은 관객들도 편하게 즐길 수 있는 창극을 구현한다. 특히 무대 위에서 실제로 펼쳐지는 아찔한 줄타기 묘기는 이 작품의 백미로 꼽힌다.
음악은 주요 눈대목을 포함해 우리 소리의 흥과 멋을 풍부하게 담아낸다. 작창을 맡은 윤진철은 옛 판소리의 성음과 발성 등 고제(古制) 요소를 더해, 당대 명창들의 개성을 살리며 소리를 짰다. 박만순, 송우룡, 김세종, 박유전 등 조선 후기 8명창이 소리로 기량을 겨루는 ‘통인청 대사습놀이’ 장면은, 마치 음악 오디션 프로그램이나 힙합의 랩 배틀처럼 역동적이고 속도감 있게 구성되어 흥을 더한다. 이날치가 부르는 ‘심청가’ 중 ‘심청이 물에 빠지는 대목’에서는 이최응 앞에서 목숨을 걸고 소리를 해야 하는 긴박한 상황 속에, 처절하면서도 애절한 소리가 관객의 마음을 깊이 울린다. 작곡가 손다혜는 가야금‧거문고‧대금‧해금‧피리‧아쟁‧모듬북 등의 국악기와 신시사이저‧어쿠스틱 기타 등의 서양 악기를 조화시켜 극의 몰입도를 한층 높였다.
무대는 ‘소리판’이라는 개념을 시각적으로 구현한다. 지름 10m의 원형 바닥은 관객의 시선을 집중시키며, 나무의 나이테나 사람의 지문을 연상케 하는 무늬를 통해 시간이 켜켜이 쌓인 듯한 느낌을 준다. 이는 이날치의 삶에 얽힌 굴곡과 변화무쌍한 여정을 상징적으로 드러낸다.
주인공 ‘이날치’ 역은 초연에서 맹활약한 국립창극단의 젊은 소리꾼 이광복과 김수인이 더블 캐스팅되어 다시 무대에 오른다. 이날치의 의형제이자 조력자인 ‘개다리’ 역은 최용석이 맡으며, 극의 흐름을 이끄는 재치 있는 입담의 ‘어릿광대’는 서정금이 연기한다. 이 외에도 국립창극단 단원을 비롯해 줄타기꾼, 전통연희꾼 등 총 40여 명이 함께 출연해, 더욱 유쾌하고 신명나는 놀이판을 완성한다.
한편 국립창극단은 ‘2025 찾아가는 국립극장’ 사업의 일환으로, 서울 공연에 앞서 거제문화예술회관 대극장(11월 6일), 평택남부문화예술회관(11월 13~14일)에서 <이날치傳>을 공연한다. 지역 관객과도 소통하며, <이날치傳>의 흥겨운 무대를 전국으로 확장해갈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