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라져 가는 것들, 그 자취에 불어넣는 숨결
포르투갈어로 숨결, 호흡을 뜻하는 소프루(Sopro). 오늘날 세계가 가장 주목하는 연출가 티아구 호드리게스의 연극 <소프루>는 극장의 무대 뒤편에 존재하는 수많은 삶을 프롬프터의 시선으로 들여다본다. 보이지 않는 곳에서, 무대 위 배우에게 대사를 일러주는 프롬프터는 처음으로 관객에게 모습을 드러내 지난날 극장에서의 아스라한 기억을 불러낸다. 프롬프터 크리스티나 비달 개인의 일생은 고전 연극의 서사, 포르투갈 연극사와도 촘촘하게 엮여 허구와 실재, 연극과 현실 사이의 경계를 허물고 서로 스며든다.
2017년 프랑스 아비뇽 페스티벌 초연 이후 세계 각국에서 찬사를 받은 <소프루>는 배우들의 목소리와 음악이 아닌, 극장이라는 공간에 깃든 숨결에 조용히 귀를 기울인다. 마치 호흡처럼 손에 잡히지는 않지만, 우리를 살아가게 하는 것들을 돌이켜보는 작품은 삶과 예술에 대한 예찬이자 녹록지 않은 현실 속에서도 무대를 만드는 이들에 바치는 오마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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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솟아나는 생명력을 뽐내며 아름다움과 지성을 선보이는 뛰어난 공연” 르 몽드
제작: 도나 마리아 2세 국립극장 (Teatro Nacional D. Maria II)
연출·극본: 티아구 호드리게스(Tiago Rodrigues) / 포르투갈 출신의 세계적인 연출가, 배우이자 극작가. 2003년 Mundo Perfeito를 창단, 2014년부터 Teatro Nacional D.Maria Ⅱ 예술감독을 맡아 특유의 시적 감각으로 시대와 장르를 가로지르는 연극을 선보여 왔다. 아비뇽 페스티벌의 차기 예술감독으로 선정된 그가 앞으로 그려낼 축제의 변화 역시 기대를 모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