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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년 여름호 Vol. 427
목차 열기국립국악관현악단 소년소녀를 위한 <소소 음악회>
국악이 다음 세대 관객을 부르는 법
청소년 음악회는 당사자가 직접 흥미를 느끼고 티켓을 예매하는 경우가 적다.
대개는 부모·교사의 추천을 받거나 그들과 동행해 관람한다. 즉, 타의로 공연장에 처음 발을 들이게 된다는 것.
이처럼 수동적인 공연 입문자를 적극적인 공연 애호가로 변모시키는 데 필요한 전략은 무엇일까?
〈소소 음악회〉는 그 답을 ‘시선 맞추기’로 찾은 듯하다.

이번 창작진, 관객 생각뿐이야!
국립이라는 명칭에 알맞게 국립극장은 2004년부터 어린이·청소년·고령자와 같이 다양한 연령층에 맞춘 기획 공연을 꾸준히 꾸려 왔다. 그중 국립국악관현악단의 청소년 공연 <소소 음악회>는 2021년 초연된 이래, 올해 다섯 번째 무대화되며 국립극장 어린이·청소년 공연의 한 축으로 자리매김했다.
지난해는 〈소소 음악회〉의 작은 전환기였다. 잘 알려진 K-팝과 게임음악, 미디어아트가 기존 〈소소 음악회〉의 강점이라면, 2025년부터는 이기쁨 연출가와 장태평 지휘자가 만나 여기에 유기적 흐름이라는 날개를 달았다. 2018년 〈제비씨의 크리스마스〉로 서울어린이연극상 대상을 받기도 한 이기쁨 연출가는 국립극장 무장애 음악극 〈나는 재미있는 낙타예요〉(2023)를 선보이는 등 공연을 목표 관객의 시선에 맞추는 데에 탁월한 능력을 지닌 연출가다. 경기시나위오케스트라의 부지휘자를 지낸 장태평 지휘자는 지난해 인터뷰에서 “나를 구성하는 요소는 대부분 어린 시절 예체능 경험을 바탕으로 하고 있다”라고 설명하며, 청소년 음악회의 중요성에 관한 진심을 전하기도 했다. 공연을 처음부터 끝까지 따라가다 보니, 이들이 입문자 관객을 위해 기울인 노력과 세심한 고민의 흔적을 곳곳에서 발견할 수 있었다. 다시 뭉친 이 창작자들이 지난 5월 무대에 올린 〈소소 음악회〉를 들여다보자.
일상 속 갈등의 감정
올해 〈소소 음악회〉의 주제는 ‘감정’이다. 청소년 시기에 느낄 수 있는 다양한 감정을 국악 작품과 연결해 감정의 스펙트럼을 확보했다. 첫 시작을 연 작품은 ‘얼씨구야 풍년이구나’로, 수도권 시민에게는 지하철 환승 음악으로 잘 알려진 두 곡, 김백찬 작곡의 ‘얼씨구야’와 박경훈 작곡의 ‘풍년’을 메들리로 이은 것이다. 무대 위에 화면을 통한 미디어아트로 제시되는 지하철 풍경은 마치 어딘가로 이동하는 아침의 정경을 함께 그려 냈다. 또한 국악관현악단의 각 악기군을 나눠 보여 주는 연주 구간 덕분에 지금부터 이어질 공연의 연주자와 악기를 소개하는 분위기도 자아냈다. 제목에서 눈치챌 수 있듯이, 이 작품의 감정 키워드는 ‘즐거움’이었고, 무대 전체에서 그 감정이 명확하게 전달되었다.
이어서 연주된 ‘아뿔싸! 시험’은 지난해와 마찬가지로 협연을 맡은 판소리공장 바닥소리의 작품이었다. 소리꾼 정지혜·강나현·김부영이 무대 뒤편에서 대화를 나누며 등장해 공연 무대의 확장, 공연 방식의 혼합을 체험하게 했다. 내용은 시험이 있다는 걸 깜빡하고 쉬는 시간을 즐긴 학생들이 시험문제를 보고 당황하는 내용으로 학생들의 일상에 맞춘 주제였다. 감정 키워드는 ‘경쟁·승부’이지만, 외국어 공부에는 ‘파파고’를 사용하고 싶다는 표현이 나오는 등 관람하는 학생이 재미를 느낄 수 있는 요소를 넣어, 청소년 관객들이 미소 지으며 공감을 표하곤 했다.
앞선 두 곡이 재미를 주었다면, 이어지는 작품은 더욱 무게가 있는 국악관현악곡이었다. 최지혜 작곡의 ‘감정의 집’ 중 3악장은 ‘불안·고민’ 키워드와 연결한 음악으로, 타악기의 간단한 리듬으로 시작해 웅장하게 마무리되는 구조를 가졌다. 3악장 안에는 다양한 리듬형의 등장, 위아래로 흔들리는 선율이 꾸준히 등장해 계속 변화하는 생각과 불안한 마음을 느낄 수 있었다. 그렇지만 마지막의 힘찬 마무리는 자연스럽게 다음 작품의 감정으로 이어졌다.
네 번째 곡인 손다혜의 ‘버럭(怒)’은 2025년 〈소소 음악회〉를 위해 위촉·초연된, 즉 청소년 관객을 위해 만든 작품으로 올해 재연되었다. 붉은 조명과 함께 시작한 이 작품은 이날의 공연 중 타악기의 장단이 가장 뚜렷하게 드러난 곡으로, 청소년기의 ‘분노·반항’을 잘 표현했다. 여러 소리를 뚫고 화려하게 연주되는 태평소와 피리, 빈 여백 없이 모든 순간을 꽉 채우는 장단으로 관객석 곳곳에서 탄성과 함께 “멋있다”라는 감탄이 들려왔다.

그 뒤의 화해 이야기
이어지는 이준호 작곡의 ‘축제’는 미디어아트와 가장 잘 어우러지는 곡이었다. 앞선 두 작품이 장단의 세계를 소개했다면, 이 작품은 선율의 세계를 알려주었다. 맑은 피리 소리와 화면에서 터지는 불꽃놀이가 어우러지는 축제의 향연은 ‘일탈·상상’에 해당했다. 또한 작품의 후반부에 이어지는 풍물놀이는 여러 축제에서 종종 마주치는 풍물패를 떠올리게 했다. 앞선 분노의 감정이 이 음악을 통해 해소되는 것일까? 어느새 머릿속에 저절로 이야기가 이어지고 있었다.
이어지는 작품은 최지운 작곡의 ‘윤슬’. 여러 악기의 긴 음가音價와 국악의 맑고 탁함을 지닌 작품으로 이날의 프로그램에서 가장 이질적인 곡이었다. 그 차이가 초연한 정서를 빚어 ‘허탈’하고 ‘공허’한 기분을 안겨 주었다. 해금이 이끄는 부드러운 너울거림은 희로애락의 감정을 한 걸음 뒤에서 관조할 수 있도록 도와주었다.
그리고 마지막, 다시 판소리공장 바닥소리의 차례가 왔다. ‘우린 고유해’는 마치 공연의 에필로그처럼 다시 일상으로 돌아갈 청소년들에게 전하고 싶은 메시지가 담겨 있었다. 엇모리장단이 고유한 인물을 소개하는 장단이라면, 여기 모인 청소년 관객을 위한 장단은 단연 엇모리가 아니겠느냐며 청소년의 자아를 ‘응원’하고 있었다.
어른이 준비한 청소년 공연
공연 관람 없이 오직 이 프로그램의 감정 키워드만 읽어 보면, 청소년이 느끼는 감정을 지나치게 평면화한 것이 아닌지 의문이 들 수 있다. 그러나 음악을 직접 감상하면 다르다. 프로그램 속 작품 수준은 이기쁨 연출가와 장태평 지휘자가 지난해에도 전했듯이 “청소년을 너무 어리게만 보고 싶지 않다”는 의도를 느낄 수 있다. 청소년이 아닌 나의 감상만으로는 부족할까 싶어 목격담을 덧붙인다. 필자는 공연 내내 장단에 맞춰 몸을 흔들던 한 청소년 관객을 잊을 수 없다. 이러한 노력이 모여 다음 세대의 공연 관객이 형성됨을 믿어 의심치 않는다. 유치하지 않으면서, 지나치게 무겁지는 않은, 어린이와 어른 사이에 놓인 청소년과 눈높이를 맞춰 대화하고 싶다면 앞으로도 계속될 국립국악관현악단의 청소년을 향한 시선과 음악적 시도에 주목해 보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