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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간 국립극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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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월간 국립극장

2025년 5월호 Vol. 4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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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려상 김소정

풀다 / 젊은 공연예술 평론가상
수상작 요약문
젊은 공연예술 평론가상 

장려상 김소정



 주제 1 

리어여, 물이여…

물로 표현한 우리의 ‘생태’ 창극 〈리어〉



© 국립창극단 〈리어〉



국립창극단이 그동안 해외 원작을 창극화한 경험을 바탕으로, 수없이 공연된 셰익스피어의 작품 중 『리어왕』을 창극으로 ‘다시’ 썼다. 각색을 맡은 배삼식 작가는 ‘노자의 도가’라는 동양철학적 관점에 근거하되, 기본적인 플롯의 흐름은 따르면서 등장인물을 간소화하고, 인물 설정에 변화를 두며 국립창극단만의 창극 〈리어〉를 만들어 냈다. 이렇게 만들어진 창극 〈리어〉는 두 가지 관점으로 분석할 수 있다.


먼저 창극 〈리어〉는 중세의 세계관을 기반으로 쓰인 이 작품을 도가적 관점, 즉 자연의 흐름에 따라 모두 제자리를 찾게 되는 결말로 귀결시킴으로써 원작과 결말은 동일하지만, 그 과정에서 뚜렷한 차이를 드러낸다. 이에 리어의 비극은 ‘언어 비극’이 되며, 거너릴과 리건, 에드먼드의 죽음은 자연의 순리를 따르지 않고 역행한 결과가 된다. 그리고 거너릴의 남편 올버니는 유일하게 도道와 인仁을 지키는 인물로, 현 사태를 한탄하되 방관자의 모습을 유지하며 도가의 천지불인天地不仁과 상통하는 모습을 보인다.

다음으로, 이 작품은 생태 비평적 관점으로까지 확장될 수 있다. 최근 공연계의 화두 중 하나인 생태 비평은 서구에서 시작된 공연계의 흐름으로 문화(인간)와 자연을 대립항으로 상정하며, 셰익스피어 작품과 같은 정전을 새로이 분석함에 있어 당대의 자연관과 셰익스피어의 삶에 ‘집중하기도 한다.’ 창극 〈리어〉에서는 서구의 자연관에 입각해 셰익스피어가 사용한 단어를 모두 동양의 자연관에 기반한 단어로 바꾸는 작업을 했고, 대사를 다시 썼다. 이 속에서 물로 대변되는 자연과 인간은 세밀하게 얽매여 소통한다. 그리고 극의 포문을 연 “물이여 리어여, 리어여 물이여”를 중심으로 창극 〈리어〉는 지금까지의 연극이 오랫동안 ‘우리는 누구인가’를 물어 온 것에 더해 ‘우리는 어디에 있고, 무엇으로 구성되어 있는지’ 질문한다.


마지막으로 창극 〈리어〉는 서구의 음악극인 오페라나 뮤지컬과 비슷하면서도 차별화되는 우리 고유의 음악극인 창극이 가야 할 방향성을 제시한다. 현재 창극은 유례없는 호황기인 듯하나, 그 내면을 살펴보면 아직도 그 정체성과 문법을 제대로 확립하지 못하고 있다. 이때 창극 〈리어〉는 지금까지 국립창극단이 최소한으로 확립해 온 공통의 구조를 답습하면서도, 동양의 철학이라는 새로운 관점을 기반으로 새로운 문을 열어 주었다.


참고문헌

국립창극단, 창극 〈리어〉 프로그램북, 2024.

노자, 소준섭 옮김, 『도덕경』, 서울:현대지성, 2020.

조주영·최성희, 「‘리서치’로서의 생태연극 : Carla and Lewis의 에코드라마터지」, 『현대 영미 드라마』 33, 한국현대영미 드라마학회, 2020, 218~220쪽.

Cless, Downing, 『Ecology and Environment in European Drama』, London:Routledge, 2011.

Cohen, Alexander, “Review: LEAR, Barbican”.

Taplin, Phoebe, “Lear – Barbican Theatre, London”.

Miller, Tate, “Review: Lear by National Changgeuk Company of Korea, Barbican Centre”.




 주제 2 

수조를 나와 대지로 나아가는 신체의 확장 :

연극 <물질>




© 강북문화재단 제공, 코끼리들이 웃는다 〈물질〉



최근 유튜브 쇼츠에서 공연 클립이 유행하면서 공연장을 찾는 사람이 많아졌지만, 우리는 아직도 ‘사회의 변화를 위한 극장’을 추구하는 해외 극장과 달리, 극장의 뚜렷한 정체성과 그 역할을 규정하지 못하고 있다. 이런 사회적 맥락 속에서 장소성, 커뮤니티, 관객 참여라는 세 가지 키워드를 중심으로 꾸준히 작품 활동을 해온 극단 ‘코끼리들이 웃는다’의 작품, 연극 〈물질〉이 강북문화예술회관 강북소나무홀에서 진행된 점은 상당히 주목할 만하다. 구민들의 접근성이 높은 복합문화공간에서 대중에게 익숙하지 않은 미감을 지닌, 컨템퍼러리한 공연을 하는 것은 다소 위험한 시도로 보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 작품은 누구에게나 익숙한 ‘물’이라는 도구를 가지고 관객을 무감각에서 감각으로 이끌어 냈으며, 낯선 타인과 기꺼이 함께할 수 있는 신체를 가진 주체로 변화시켰다.


객석에 들어서는 순간 관객은 무대 위 물로 가득 찬 좁은 수조 안에 가만히 서 있는 네 명의 퍼포머를 발견한다. 공연이 시작된 후, 네 명의 퍼포머는 각자의 내레이션에 맞춰 격렬하게 움직이고, 이에 따라 수조 안에는 각기 다른 수만 가지의 파동이 생긴다. 그러나 이러한 그들의 외침은 ‘고요한 외침’일 뿐, 수조 밖에 있는 사람은 그들의 시끄러운 침묵을 들을 수 없다. 그들의 몸부림은 물속 파동을 거세게 만들어 그들 스스로를 옥죄게 할 뿐이다. 이때 퍼포머의 신체는 드라마 연극에서의 지시 관계인 기의-기표에 머물지 않고, 그 자체로 주체적 진정성과 독립성을 획득한다. 관객은 ‘인물 그 자체’로 퍼포머를 인식하게 되며 일상생활 속 알고는 있었지만, 크게 신경 쓰지 않았던 외모 혐오, 임산부, 성정체성, 자살 충동에 대해 자신은 어떤 입장을 취하고 있었는지 성찰하게 된다. 그 순간, 객석에 앉아 있던 다른 네 명의 퍼포머들이 무대 위로 올라가 그들이 있던 수조로 일말의 망설임도 없이 들어가고, 그들과 마주 보고 시선으로 교감함으로써 그들의 외침은 세상 밖으로 나오게 된다. 이때 그들의 입에 재갈을 물리며, 소멸과 죽음과 같은 두려움을 느끼게 했던 물의 이미지는 다양성과 포용성, 그리고 정화와 재생을 가진 매개체로 변화한다.


그리고 여기에 방관하며 그들을 바라보던 관객이 퍼포머의 즉흥적 지목에 의해 무대 위로 올라간다. 시공간의 경계가 무너지면서 퍼포머의 시공간이 관객의 시공간과 동일해지기 시작하며, 지목된 관객은 더는 관객이 아닌, 한 명의 퍼포머로 자신의 신체를 전환한다. 이렇게 다시 또 다른 퍼포머로 이어지는 교감과 연대는, 관객과 퍼포머 간의 긍정적 순환을 불러일으킨다. 이에 관객은 더는 방관자가 아니라 퍼포머와 동일하게 공동 주체화되며 함께 공동체를 형성한다.


이렇게 연극 〈물질〉은 혐오와 구분 짓기가 너무나도 만연한 지금, 나와 너무나도 다른 누군가를 이해하는 과정을 신체적 접촉으로 보여 줌으로써 일상생활에서 전복된 가치를 극장 안에서 회복하고자 한다.


참고문헌

김기란, 「포스트드라마 연극의 연기 개념과 배우의 정체성」, 『드라마 연구』 59, 한국드라마학회, 2019.

장지원, 「전후 시기 포스트모던댄스에 나타난 민주적 성향에 관한 연구 – 즉흥작업을 중심으로 -」, 『무용역사기록학』 51, 무용역사기록학회, 2018.

좌혜경·권미선, 「제주 해녀의 생업과 문화」, 『제주도연구』 32, 제주학회, 2009.



글. 김소정

서울대학교 대학원 협동과정 공연예술학전공 석사과정을 졸업하고, 동 대학원에서 박사과정에 있다. 뮤지컬(이론)을 연구하고 있으며, 특히 한국 뮤지컬 연구와 평론에 큰 관심을 두고 있다. 최근에는 한국 고유의 음악극이라 할 수 있는 창극도 주목하며 연구하고 있다.



전문은 국립극장 홈페이지에서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국립극장 → 공연예술박물관 → 조사·연구 → 평론가상

https://m.ntok.go.kr/Community/BoardNotice/Details?articleId=2056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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