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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년 5월호 Vol. 418
목차 열기엔톡 청년기자단 발대식
건강한 예술의 맛을 찾아, 국립극장으로

“완전 뮤덕이시네요!”
“그 정도까진 아닌데….”
매번 ‘뮤덕’까지는 아니라고 손사래 치곤 했다. 국립극장의 청년기자 임명장을 받은 지금은 다소 멋쩍다. 이 ‘뮤덕’이라는 단어에 이질감을 느낀 이유는, 내가 본 극들을 손으로 꼽아야 한다는 데 있다. 무엇보다 ‘극장’이라는 장소 자체를 내 발로 가 본 게 1년도 채 되지 않았다. 그러나 막상 지난해에 ‘내돈내산’으로 본 뮤지컬은 너무나 꿈같은 시간을 선사했다. 그렇게 내 블로그에는 공연 리뷰가 하나둘씩 늘어갔다. 이 마음을 나눌 기회를 찾아 헤매다가 대외 활동까지 지원한 것이다. 그래, 이쯤이면 나도 ‘뮤덕’이 맞다.
올해 1월, <오지게 재밌는 가시나들>을 보러 국립극장에 처음 방문했다. 국립극장이 남산 언저리에 있어서일까. 분명 공연을 보러 왔는데, 등산 후 산의 정기를 받아 가는 듯했다. 연극 <붉은 낙엽>을 보러 두 번째로 심방했을 때도, 그 건강한 느낌은 여전했다. 해오름극장의 북라운지에서 큐레이션된 책을 읽으며 연극을 기다리는데 영혼이 맑아지는 것 같았다.
연극을 본 다음 날 인스타그램 자동 추천 스토리가 떴다. ‘국립극장 엔톡 청년기자단 모집’. 내가 팔로우하는 사람들이 모두 국립극장을 팔로우하고 있었나 보다. 모집 마감 기간이 얼마 남지 않아 아리송한 마음으로 제출했는데, 지원 사실을 잊어 갈 무렵 합격 문자가 도착했다. 이런 서프라이즈 같은 합격이 가장 기쁜 법.
발대식에서는 박인건 극장장님이 직접 임명장을 수여하셨다. 극장장님은 대중가요를 ‘시원한 콜라’, 클래식 음악은 ‘건강한 우유’로 비유하셨다. 그렇다. 예술은 음식과 비슷하다. 손이 자주 가진 않아도 분명 몸에 도움이 되는 음식이 있다. 먹고 나면 제법 뿌듯하기도 한 그런 음식. 전통적인 순수예술이 그렇다. 모든 것의 기본이 되는 재료. 국립극장이 주는 건강한 느낌은 비단 극장이 남산 근처여서뿐만이 아니라, 이곳에서 건강한 예술이 향유되고 있어서일지도 모르겠다.
국립극장의 정식 명칭은 국립‘중앙’극장이다. 이름에서 알 수 있듯 문화체육관광부 소속의 공공기관이며, 한국을 넘어 아시아 최초의 국립극장이기도 하다. 또한 국립극장은 국내 유일의 ‘제작극장’인데, 이는 자체적으로 공연 프로그램을 만들 수 있다는 뜻이다. 즉 공연을 준비하고, 만들고, 운영하는 일련의 과정을 진행할 수 있는 역량을 내부에서 갖추고 있다. 이 덕분에 공연 라인업을 미리 공개하는 ‘국립극장 레퍼토리시즌’을 2012년부터 도입해 관객과의 약속을 지키고 있기도 하다.
엔톡 청년기자단은 국립극장 레퍼토리시즌 공연을 위주로 관람하고, 국립극장이 어떻게 공연예술을 질적으로 향상하고 있는지 취재한다. 국립극장이 모두가 누리는 예술을 위해 어떤 노력을 하고 있는지도 알린다. 마지막으로 국립극장은 공공기관인 만큼 국민이 쉽게 누릴 수 있는 문화시설의 역할을 하는데, 국립극장에 오는 것만으로도 좋은 문화 활동이 된다는 점을 알리는 것 또한 기자단의 역할이다.
무언가를 사랑하게 되면 자연스럽게 책임감 또한 생긴다. 마치 연인 관계처럼 말이다. 좋아하는 것과 관련한 직업을 탐색하게 되는 일도 그런 마음에서가 아닐까. 꼭 본업으로 이어지지 않더라도, 좋은 공연과 국립극장을 알리는 일에 아주 작은 책임이라도 부여받고 싶었다. 발대식과 오리엔테이션이 끝난 후에도 나는 북라운지에서 종일 머물다 나왔다. 기자단 활동에 열정을 느끼는 만큼, 본업에도 더 큰 프로 의식을 가져야겠다는 다짐을 새기며.
글. 채수빈 엔톡 청년기자단
가장 가까운 국립극장
가장 가까운 국립극장에서 만난 ‘칠채’의 다채로운 변주
- 국립무용단 <가무악칠채>

무용은 정적이고 어려울 것이라는 편견을 단숨에 깨는 작품이 있다. 바로 국립무용단의 <가무악칠채>다. ‘칠채’는 농악에서 행진할 때 쓰이는 가락으로, 한 장단에 징을 일곱 번 치는 데서 유래했다. 3분박과 2분박이 혼합되어 박자가 빠르고 복잡한 것이 특징이다. 하지만 칠채를 잘 몰라도 상관없다. 공연이 끝나면 어느새 나도 모르게 칠채장단을 두드리고 있을 테니까.
이 작품의 매력은 가歌·무舞·악樂이 한데 어우러져 무대 위에서 생동감 있게 상호 작용한다는 것이다. 소리와 무용, 무용과 음악이 서로 호흡하며 벅찬 에너지를 전달한다. 안무를 맡은 이재화를 비롯해 국립무용단원 8인, 소리꾼 김준수와 가객 박민희, 음악감독 허성은을 포함한 연주자 7인이 무대를 함께 만들어 간다.
가·무·악의 유쾌한 호흡
<가무악칠채>에는 소리꾼이 등장해 칠채장단을 마음껏 가지고 논다. 소리와 춤의 호흡이 경이로운 쾌감을 선사하는 것은 물론 연출적 유쾌함도 잃지 않았다. 소리꾼이 처음 등장했을 때 장단을 잘 맞추지 못하자, 무용단원이 마치 ‘잘 보라’는 듯 입으로 소리를 내며 장단을 알려 준다. 이는 칠채가 생소한 관객에게 알려 주는 것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12312 / 12312 / 12312312312”
보고 있으면 나도 모르게 웃음이 날 만큼 소리꾼과 무용수들의 호흡이 유쾌한 부분이다. 무용이 무언가 어렵고 정적일 것 같아 관람을 망설였던 관객도 자연스레 작품에 빠져들게 된다.
농악의 가락 ‘칠채’의 힙한 변신
작품에서는 칠채를 다채롭고 새로운 방식으로 표현하기 위한 다양한 시도가 엿보인다. 그중 하나가 루프스테이션이다. 안무가 겸 무용수 이재화는 무대 위에서 직접 북과 장구 등의 악기를 연주하고, 루프스테이션을 활용해 소리를 쌓아 칠채장단을 만들어 낸다. 빠르고 복잡한 칠채장단을 완벽하게 쌓아 올리는 모습은 단순한 즐거움이나 쾌감을 넘어, 예술적 경이로움을 불러일으킨다.
음악 역시 우리가 익히 떠올리는 ‘농악’과는 사뭇 다르게 ‘록 음악’을 듣는 듯 힙하고 현대적 느낌을 자아낸다. 마치 록 페스티벌에 온 듯한 시원한 전율이 몸을 관통한다. 특히 일렉트릭기타 선율이 인상적인데, 칠채를 연주하는 일렉트릭기타의 선율이 홀로 울려 퍼질 땐 메트로놈
같기도, 맥박 같기도 하다. 무용수들이 붉은 조명 아래에서 가슴 위에 손을 올렸다 떼는 동작과 합쳐지면, 마치 심전도 기계 소리처럼 느껴진다. 이는 생명이 저물어 가는 과정 같기도 하고, 새로운 태동 같기도 하다.

기술 활용한 독창적 연출
일렬로 자리한 무용수들 앞을 붉은 레이저빔이 촘촘하게 비춘다. 무용수가 레이저빔에 손을 가져다 대면 악기의 현을 연주하는 듯하고, 레이저 사이를 유영하듯 움직일 때는 오선지 위에 흐르는 음표 같다. 만약 음악에도 몸이 있다면 이런 모습일까?
<가무악칠채>는 우리 농악의 가락인 칠채를 현대적 감각으로 재해석하고, 무용과 연출적 요소를 통해 시각적으로 형상화한 것이 인상적인 작품이다. 무용과 국악에 익숙하지 않은 이들도 강렬하고 유쾌한 에너지 속으로 단숨에 빠져들게 하는 귀한 힘이 있다.
국립무용단 <가무악칠채>는 2018년 초연되었으며, 현재는 국립극장 온라인 스트리밍 서비스 ‘가장 가까운 국립극장’에서 무료로 감상할 수 있다.
글. 이수빈 엔톡 청년기자단
사진. ‘가장 가까운 국립극장’ 홈페이지
‘가장 가까운 국립극장’ 바로가기
https://archive.ntok.go.kr/gagaku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