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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년 5월호 Vol. 418
목차 열기2025 <여우락 페스티벌>
이희문의 ‘여우락 선언’
올해 7월 4일부터 26일까지 국립극장을 달굴 제16회 <여우락 페스티벌>은 두 가지 키워드로 정리된다. 이희문 그리고 민요다.

밴드 ‘씽씽’ ‘오방신과’, 그리고 다채로운 솔로 활동으로 독특한 비주얼과 세계관을 보여 준 경기민요 소리꾼, 이희문이 올해 <여우락 페스티벌>(이하 <여우락>)의 예술감독이다. 그리고 그는 2025년 행사를 아우르는 주제로 ‘민요’를 택했다. 매년 전통 성악·기악·연희의 다양한 갈래를 병풍처럼 펼쳐 보였던 <여우락>이 민요라는 한 분야에 키워드를 맞췄다는 것부터가 파격이다. 누군가에게는 마치 “자, 올해 올림픽은 박태환 조직위원장이 맡습니다. 올해는 수영만 합니다!” 같은 선언처럼 들릴지도 모르겠다. 어쨌든 총 12개 작품, 16회 공연에 아티스트 200여 명이 참여할 예정이다. 역대 최다 참여 인원 기록을 깰 참이다. 민요의 기치 아래 어떤 무대가, 또 어떤 꿍꿍이가 준비되고 있을까.
그래서 만나기로 했다, 이희문을. 신출귀몰하는 이 소리꾼 또는 엔터테이너는 이번에도 국립극장 해오름극장 어딘가에 태연자약하게 앉아서 필자를 기다리고 있었다.
페스티벌 예술감독은 처음이시죠?
네. 극장 쪽에서 제안을 받았을 때 고민 많이 했습니다. 다양한 장르를 아울러 크게 펼쳐내는 축제를 감히 제가 덜컥 맡아서 할 수 있을까, 걱정이 많았습니다. 일주일 정도 고민했습니다. 용기 내 해 보겠다고 답했죠.
가장 어려운 지점은 뭐였나요?
평이란 건 늘 갈리게 마련입니다. 실질적으로는 관객 점유율을 만족스러운 수준으로 채울 수 있을까가 고민이었습니다. 결국 ‘내가 제일 잘할 수 있는 걸 해야겠다’로 결론 내렸죠. 돌아보면 그동안 <여우락>엔 기악 연주자 출신 예술감독이 많았죠. 저도 2014년·2016년·2017년 무대에 참여하면서, 또 관객으로서 계속해 <여우락>을 지켜보면서 어느 정도 느낀 바가 있습니다. 어떤 해에는 축제 같은 분위기가 있었는데 몇 년 동안은 또 실험적 음악이 상대적으로 많았죠. 물론 코로나 사태도 거치면서 조금 분위기가 가라앉은 면도 있다고 봐요.
좀 아카데믹해졌죠.
최근 시국도 불안정하고 국민들께서 화도 많아지고 했잖아요. 그래서 이제 좀 들썩들썩 축제로 다시 가도 좋겠다고 생각했죠. 관객들이 잠시라도 재밌게 놀다 갈 수 있는 축제요. 민요는 지금의 가요와 비슷하다고 봅니다. 사람들의 애환과 기쁨을 언어와 멜로디에 실어서 바로 공감할 수 있게 풀어내니까요.
“올해 올림픽은 박태환이다! 전 종목 수영이다!” 이런 느낌이 낯설 수도 있잖아요. 대주제를 민요로 잡았다고 했을 때, 국립극장의 반응은 어땠나요?
받아 주셨으니까 이렇게 지금 만들고 있겠죠?(웃음) 민요가 가진, 노래가 가진 특성이 관객과 소통하는 것이기 때문에 좋게 봐 주신 듯합니다.
“지금 모든 참가 팀에 제가 가장 당부하는 부분은 ‘재미’예요. 이를테면, 현대무용을 접목한 무대에서는 무용을 위한 민요인지, 민요를 위한 무용인지 모를 정도로 새로운 조합을 도모하고요. 대중가수가 참여하는 무대는 전통음악 프로듀서와 합을 추구하죠. 정가를 하는 분은 민요의 훅Hook을 도입한, 좀 더 대중성 있는 작업을 하고 계시죠.”
기획 중인 프로그램 가안을 슬쩍 봤습니다. 최백호·인순이 이런 분들 이름이 일단 눈에 확 띄더라고요.
대중가수 중에서도 전통음악과 접점이 있거나 조금이라도 관심 있는 분들을 택했습니다. 그렇다 하더라도 70분 이상 되는 공연을 부탁드릴 때는 그쪽에서 부담감을 가지시는 것도 어찌 보면 당연했어요. 인순이·최백호 선생님의 경우, 민요에 대한 당신들의 관심을 좀 확장해 드리겠다고 했는데 흔쾌히 수락하셨죠.
최백호 씨가 특히 의외였어요. 최근 최백호 씨 음악을 보면 모던 발라드부터 힙합, 전자음악까지 다양한 부분을 끌어안지만 빠른 템포 노래는 ‘영일만 친구’ 정도 빼면 잘 안 떠오르거든요. 최백호와 민요라….
최백호 선생님과 제가 딱 한 번 공연을 함께 한 적이 있어요. 저의 ‘청춘가’를 너무 좋아한다고 하시더군요. 저는 최백호 선생님의 ‘바다 끝’이란 곡을 너무 좋아해요. 그걸로 통했죠. 아마 최백호의 민요 공연은 캠핑장에서 모닥불 피워 놓고 커피 한잔하면서 도란도란 인생 이야기하는 느낌이 들 겁니다. 옛날 ‘여행 스케치’ 느낌이랄까. 마침 일전에 제가 국악 그룹 ‘공명’의 공연을 봤는데 캠핑이 콘셉트더라고요. 그래서 ‘공명’의 박승원 씨와 최백호 님의 합작을 이번에 성사시켜 봤죠.
‘레이어스 클래식 ✕ 긴 요(謠)자들(최정아, 김세윤, 김유리)’도 타이틀부터 흥미로워요. ‘레이어스 클래식’은 특히 유튜브에서도 인기가 높은 악단인데요. 클래식 실내악이 본격적으로 <여우락> 무대에 들어오는 것도 이채로워요.
일전에 제 스승님이 민요에 대해 이야기할 때, ‘민요는 한 끗 차이로 천박해질 수 있다’ ‘격 있게 불러야 한다’고 하셨어요. 그래서 클래식의 우아함을 더 극적으로 강조해 보려 합니다. 긴 요자들은 ‘긴 여자들’이라는 뜻도 돼요. 클래식 느낌의 드레스를 입었을 때 어울릴 만한 키가 큰 소리꾼들을 매치했습니다. 사실 드레스와 정장 사이에서 고민 중이긴 합니다만….
‘정은혜 ✕ 까데호’도 기대되는 곱하기(✕)입니다. 밴드 까데호는 사실 ‘치트키’ 아닌가요? 어떤 장르랑 만나도 워낙 잘 해내는 팀이니까요.
그렇죠. 래퍼 넉살과 컬래버레이션 앨범도 냈고요. 그래도 까데호가 남도 민요에 도전하는 건 처음일 겁니다.
아차차…. 개막 공연을 깜빡했네요. ‘요상한 민요 나라 히무니’라고요. 이희문이, 할 때 그 ‘무니’인 거죠? 게스트가 일단 화려합니다. 가수 겸 뮤지컬 배우 아이비, 힙합 그룹 마이티 마우스, 가수 민해경, 드래그Drag 아티스트 나나영롱킴….
여러 장르의 분들이 자연스레 모여서 자연스레 축하해 주는 모습도 좋겠다 싶었어요. 민해경 씨는 국악예고(현 국립전통예술고등학교)에서 가야금을 전공했고, 1983년 앨범에 보면 ‘민요 접속곡’이라고, 민요 메들리도 넣었어요. 많이들 아시다시피 제가 학창 시절에 민해경 백댄서라는 꿈을 꾸며 춤을 추기도 했고요. 나나영롱킴 씨는 오프닝을 맡는데, 제 앨범에 있는 ‘정선 아리랑’을 립싱크하면서 특유의 화려한 퍼포먼스를 보여 줄 겁니다.

아마 <여우락> 사상 립싱크 무대는 처음일 듯하네요.
‘정공법’을 원하신다면, ‘최수정 ✕ 박애리 ✕ 박준길’ 그리고 ‘이춘희 ✕ 김수연 ✕ 김광숙’의 민요 무대를 보시면 됩니다. 선생님들의 구전심수의 길을 다큐멘터리 같은 무대로 펼쳐 보려 해요. 상대적으로 귀한 남성 민요 소리꾼들의 삶은 ‘고금성 ✕ 고만고만’ 공연에서 엿보실 수 있고요. ‘최수정 ✕ 박애리 ✕ 박준길’ 무대에서는 ‘떼민요’의 추억을 제대로 되살려 드릴 작정이에요. 1970~80년대 TV에서는 사실 떼로 나와서 민요 부르는 장면이 많았거든요.
김세레나 씨 등요.
네. 그 여성 떼창의 기억을 이 시간에 그 자료 화면과 함께 되돌려 볼 겁니다. 33명 정도가 무대에 나올 듯해요.
그간 <여우락>의 기악 무대를 좋아하신 분들은 좀 아쉬울까요?
레이어스 클래식도 있고, ‘웅산 ✕ 이재하’ 공연에서 이재하 거문고 연주자, 그리고 웅산 밴드의 화려한 연주도 있을 겁니다.
이번 <여우락>에서는 관객과 함께 즐기는 무대가 많을 듯하네요. 여러 목표가 있겠지만 그중에 꼭 이루고픈 목표가 있다면요?
제가 일전에 <여우락>에 직접 참여하면서 ‘프렐류드’라는 재즈 밴드와 ‘한국남자’란 프로젝트를 만들어서 앨범도 내고 공연도 이어갔어요. 물론 ‘씽씽’도 있었고요. 이번에도 지속 가능한 신생 그룹, 회자되는 히트곡이 <여우락>을 통해 꼭 하나씩 나왔으면 하고 간절히 바랍니다. 그리고 관객의 오감을 건드리는 페스티벌이 됐으면 합니다.
앞으로 <여우락 페스티벌>은 어떻게 나아가야 할까요?
재밌게. 갈수록 더 재밌게. 그러려면 용감해져야 할 것 같네요.
이번 <여우락 페스티벌>에 관객들이 꼭 가져와야 할 준비물이나 마음가짐 있을까요?
놀러들 오시면 좋겠어요. ‘나도 가서 민요 한 자락 불러 보리라. 기꺼이 불러 보리라!’ 하면서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