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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년 5월호 Vol. 418
목차 열기소년소녀를 위한 <소소 음악회> 프리뷰
소년 소녀의 하루가 선율이 되다
국립국악관현악단의 <소소 음악회>가 올해 역시 푸르른 봄의 기운과 함께 돌아온다.
새롭게 합류한 창작진과 함께 새 옷을 입은 이번 무대는 소년 소녀에게 어떤 모습으로 말을 건넬까?

지휘 장태평, 연출 이기쁨
장단 사이로 뛰어든 마음
어린 시절의 평범한 하루를 떠올려 보자. 귓가를 울리는 알람 소리에 눈을 번쩍 뜬 뒤 입에 빵 하나를 물고 허겁지겁 학교를 향해 달려가던 아침, 지루한 수업 내용에 하품을 숨기지 못하다가, 숨기지 못하는 것은 하품만이 아니라는 듯 수줍게 시작했던 짝사랑, 친구 간의 소소한 갈등과 화해까지. 그때는 그토록 평범하게 느껴진 하루가 돌아보니 매 순간 한 곡의 음악 같다. 때로는 듣기만 해도 숨이 가빠질 정도로 리듬감 넘치고, 때로는 절로 눈이 감길 정도로 차분한 선율로 흘러가는 노래.
오는 5월 30일, 31일 양일간 국립극장 달오름극장에서 공연하는 <소소 음악회>는 이처럼 음악 같은 하루를 국악 장단 위에 올려 풀어낸다. <소소 음악회>는 국립국악관현악단이 청소년들에게 우리 음악의 매력을 한결 즐겁게 경험할 수 있도록 기회를 제공하는 자리다. 2021년 첫발을 뗀 후 올해로 네 번째 공연이다. 올해는 창작집단 LAS의 대표이자 무장애음악극 <나는 재미있는 낙타예요>, 연극 <함수 도미노>, 뮤지컬 <유진과 유진> 등 장르를 넘나들며 활약하는 이기쁨이 연출을 맡는다. 제11회 ARKO 한국창작음악제 국악 부문에 선정된 국악관현악 ‘너븐숭이’를 작곡하고, 국립국악원 창작악단 ‘청춘, 청어람’ 객원 지휘자, 경기시나위오케스트라 부지휘자로 활약한 바 있는 장태평이 지휘한다.
‘청소년은 어떤 고민을 할까? 그들의 하루에는 어떤 감정이 녹아 있을까?’ 이기쁨은 이런저런 고민 끝에 이번 <소소 음악회>의 테마를 ‘청소년의 하루’로 정했다. 기쁨·슬픔·불안·질투 등 소년 소녀가 일상에서 마주하는 감정을 자연스럽게 녹일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주관객층인 청소년과 공감대를 형성할 수 있으리라 판단했기 때문이다. 이에 학생들의 하루를 시간대별로 구분하고, 각 시간대에 어울리는 키워드를 뽑은 뒤, 지휘자와 의논을 거쳐 해당 키워드와 어우러지는 음악을 선정하는 방식으로 프로그램을 꾸렸다.
소리로 빚어낸 소년 소녀의 시간
예상치 못한 늦잠으로 당황스럽게 시작한 하루는 이고운 작곡의 ‘마지막 3분, 무당의 춤’으로 전한다. 역동적인 리듬감을 지닌 곡이기에 분주하게 등교하는 모습을 담아내는 데 손색없다는 것이 장태평의 설명이다. 헐레벌떡 뛰어 간신히 도착한 학교. 하지만 수업은 역시나 지루하다. 따분함은 행복한 상상으로 해소해야 하는 법. 흐뭇하게 펼친 상상의 나래 뒤로, 시계 초침 소리를 모티프로 삼은 최지운 작곡의 ‘소소시小小時’가 경쾌하게 흘러나온다.
‘학창 시절’ 하면 빼놓을 수 없는 감정이 사랑의 설렘이다. 이기쁨 연출가와 장태평 지휘자는 몽글몽글 피어오르는 짝사랑을 표현하기 위해 색다른 선택을 한다. 바로 밴드 QWER의 ‘고민중독’을 국악관현악 장르로 편곡해 선보이는 것. 장태평에게는 이 노래가 “가장 큰 고민”이었단다. 그는 “국악관현악에도 설레는 감정을 표현하는 작품들이 있지만, 사랑의 감정은 조금 더 친근한 음악에 담아 관객에게 전달하고 싶었다. 밴드 사운드를 국악기로 연주하는 새로운 시도에 흥미가 생길 것”이라고 말했다.
점심시간을 알리는 종이 울리자마자 쏟아지듯 교실을 뛰쳐나오는 학생들의 모습은 메.비르와가 작곡한 활기찬 분위기의 ‘말발굽 소리’로 전하고, 갑작스러운 쪽지 시험이 안겨 주는 불안함은 ‘판소리공장 바닥소리’가 이번 공연을 위해 작창한 창작곡으로 풀어낸다. SNS 댓글에서 시작된 싸움의 과정은 작곡가 손다혜의 신곡을 통해 표현한 뒤, 장장 16분에 달하는 김대성 작곡의 ‘청산靑山’으로 충돌 후의 화해, 화합의 메시지를 전하며 공연은 막을 내린다.
“‘이렇게 길고 무거운 음악을 관객이 지루함 없이 들을 수 있을까’ 하는 우려가 있었어요. 하지만 ‘청산’은 단순히 무겁기만 한 음악이 아니라, 우리나라의 자연을 노래하는, 크고 아름다운 선율을 지닌 곡이기 때문에 학생들의 마음에도 가닿을 거라고 생각했어요.”(장태평)
선곡이 장태평 지휘자의 몫이라면, 곡과 곡 사이를 매끄럽게 연결하는 것은 이기쁨 연출가의 몫이다. ‘국립국악관현악단의 연주를 들려주는 것’에 초점을 맞추면서도, 관객의 이해도를 높이는 방법을 떠올렸다. 미디어아트를 적극적으로 사용하는 것이다. 이기쁨 연출가는 “워낙 디지털 이미지가 익숙한 세대 아닌가. 시각적 연출을 통해 공연이 전체적으로 하나의 흐름을 가지고 흘러갈 수 있게끔 만들었다”고 강조했다.
“한 곡, 한 곡이 모두 매력적이에요. 이 음악들을 어떻게 연결해야 그 매력을 극대화할 수 있을까 생각했어요. 한 곡이 끝나고 나면, 자연스럽게 다음 노래가 궁금해지길 바랐고요. 그래서 미디어아트, 청년 단원의 간단한 액팅 등 재미를 더할 수 있는 요소를 곁들였죠.”(이기쁨)
공연 관람이 익숙지 않은 청소년 관객의 이목을 집중시킬 수 있는 작품을 만드는 건 쉽지 않은 일이다. 더군다나 여전히 지루하다는 편견 속에 갇혀 있는 국악을 소재로 하니, 창작진이 짊어진 짐의 무게가 무겁다. 국악의 매력을 온전히 전하면서도 공연을 향한 관객의 흥미를 유지하는 것. 창작진이 해결해야 하는 가장 큰 숙제다. 두 사람은 “청소년 관객을 너무 ‘어리게만’ 대하지 않기 위해 노력했다”고 입을 모았다. 이기쁨 연출가는 “청소년은 한 명의 관객으로, 하나의 독립된 개체로 충분히 설 수 있는 존재다. 이들의 호기심을 연출적 포인트, 선곡의 다채로움을 통해 공연 마지막까지 이어갈 수만 있다면 자연스레 우리 장단에 스며들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러한 노력에 더해, 국립국악관현악단이 창단 30주년을 맞아 협업한 카카오프렌즈의 인기 캐릭터 ‘춘식이’가 공연 전반에 등장해 청소년들이 국악의 매력을 즐길 수 있도록 안내하는 것 역시 이번 <소소 음악회>의 특징이다.

산과 강처럼, 자연처럼
10대 시절 국악을 접한 장태평 지휘자는 단숨에 그 매력에 빠졌다. 자연스럽게 마음속으로 흘러드는 매력 말이다. 장단 위에서 한껏 뛰노는 우리 소리는 자유롭게 흐르는 강물 같았고, 일정하게 뛰는 심장 박동 같았다. 몇 시간 동안 장구를 치고, 상모를 돌리면서도 입가에는 웃음이 끊이질 않았던 예인들 곁에서 시간을 보낸 그는 그 “삶 자체가 음악이었던 순간”이 여전히 매일의 원동력이 된다고 말한다. 자신이 느낀 그 벅찬 마음을 <소소 음악회> 공연장에 방문하는 소년 소녀들에게 전하고 싶다는 책임감이 크다.
“지금의 저를 구성하는 요소는 대부분 어린 시절의 예체능 경험을 바탕으로 하고 있어요. 꽹과리를 치고 판소리를 배운 경험, 땀을 뻘뻘 흘리며 테니스를 치던 순간, 음악회와 전시회를 다니던 시간…. 예술을 눈에 담고 몸으로 표현하는 경험이 인생을 건강하게 살아가는 데 굉장히 중요한 역할을 해 준다고 생각해요. <소소 음악회>에서 느낀 감동이 청소년 관객에게도 삶의 확실한 동기가 되어 줄 거예요.”(장태평)
결국 <소소 음악회>가 학생들에게 건네고 싶은 말은 ‘평범한 우리 삶도 한 편의 공연이 될 수 있다’는 것 아닐까? 교실에서 객석으로 자리를 옮긴 아이들은 어느새 무대 위 주인공이 되어 장단 위에서 자유롭게 춤춘다. 어쩌면 이들은 공연이 끝난 뒤에도 자신의 마음을 채운 감정과 소리를 곱씹으며 이전에는 생각지 못했던 자신만의 울림을 발견할지 모른다. 그 울림에서 파생되는 또 다른 감정은 어른이 되어도 잊히지 않는 뜨거움으로 남을 것이다.
“마음껏 상상했으면 좋겠어요. 저희가 선택한 키워드와 감정에 얽매이지 않고요. 음악의 강점이 듣는 이의 마음대로 무한하게 상상할 수 있다는 점 아니겠어요? 그저 편안하게 공연을 즐기고, 자유롭게 사유할 수 있는 시간이 되길 바라요.”(이기쁨)
소년소녀를 위한 <소소 음악회>
일정 2025-05-30 ~ 2025-05-31 | 시간 금 11:00, 15:00, 토 15:00
장소 달오름극장 | 관람권 R석 3만 원, S석 2만 원 | 문의 02-2280-41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