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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년 5월호 Vol. 418
목차 열기「木覓賞花」
南山坐對層城高 / 御溝楊柳拂虹橋
上苑花發蒸紅霞 / 太液波煖漲葡萄
甲第連雲春滿塢 / 東風吹送如酥雨
萬紫千紅總含姿 / 相催不用臨軒鼓
「목멱산 꽃구경」
남산에 앉아 높은 성을 바라보니 / 궁궐 냇가 수양버들 홍교를 스치누나
상원에 만발한 꽃은 붉은 노을 엉긴 듯하고 / 태액의 따뜻한 물결은 포도주가 넘실대는 듯
구름에 닿는 저택들, 봄이 성에 가득한데 / 봄바람은 촉촉한 가랑비를 보내는구려
천만 송이 붉은 꽃들 모두 자태 머금었으니 / 정자에서 북을 쳐 꽃 피라고 재촉하지 마소

조선 후기의 문신 이승소李承召, 1422~1484가 남산의 한 정자에 앉아 봄 경치를 읊은 작품이다. 목멱산木覓山은 남산의 옛 이름이다. 봄날의 남산을 마치 화려한 축제의 한 장면처럼 묘사했다. 만개한 꽃들이 붉은 노을처럼 남산을 물들이고, 연못의 물결은 포도주가 넘실대는 듯 일렁인다. 화려하고 생동하는 봄의 풍경이 눈앞에 펼쳐지는 듯하다. 시인은 꽃이 피기를 재촉하며 북을 치지 말라고 했다. 자연은 이미 충분하고, 봄은 제시간에 온다는 것을 그는 알고 있던 것이다. 바쁜 도심 속에서도 남산에는 여전히 그때의 봄이 남아 있다. 봄은 제 몫을 다했다. 이제 우리가 그 곁에 머물며 만끽하는 일만 남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