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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 7월호 Vol. 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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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학이 없으면 미래도 없다. 세상의 모든 분야는 이처럼 냉혹한 운명을 타고났다. 창극도 마찬가지. 하지만 안타깝게도 아이들을 위한 창극 교육 프로그램을 찾기란 하늘의 별 따기다. 국립극장이 2013년부터 운영 중인 ‘국립극장 청소년 창극아카데미’(이하 창극아카데미)는 그래서 더더욱 의미가 깊다.
지난 9년간 250여 명의 수료생을 배출하며 미래 창극의 기반을 다져온 창극아카데미는 관련 분야의 전문 강사진에게 창극의 창작 과정 전반을 배우는 교육 프로그램이다. 올 4월부터 6월 중순까지 진행된 창극아카데미 입문 과정에는 마스터 클래스 강사 안숙선 명창을 필두로 국립창극단원 서정금, 극단 달과아이 상임연출 최여림, 극단 조각바람프로젝트 동인 송재영, 서울문화재단 어린이 창의예술교육 프로젝트 리더 최유리, 창작연구소 오동나무해프닝 대표 윤혜진이 창극의 새싹을 틔우기 위해 두 팔 걷고 나섰다. 이들은 각자 전문 분야에 따라 판소리·연극놀이·무용·연주 등을 아이들에게 성심성의껏 가르쳤고, 과정 말미에는 수료 공연 연출까지 맡았다.
창극아카데미 입문 과정에 참가한 초등학교 4학년에서 중학교 2학년 사이의 청소년들은 4월 30일 첫 수업을 시작으로 매주 토요일 4시간씩 창극을 배웠다. 발림·아니리·장단·추임새 등 판소리 기초수업은 물론 창극의 대본을 이해하고 직접 써보는 시간, 무대에서 원활한 움직임을 위한 몸의 이해와 움직임에 관한 수업이 이어졌다. 점심시간과 휴식시간에 펼쳐진 아이들 나름의 대화와 놀이는 창극에 재미를 더하는 원동력으로 작용했다. ‘춘향가’ 중 ‘적성가’, ‘적벽가’ 중 ‘조자룡 활 쏘는 대목’과 ‘군사설움대목’, ‘흥보가’ 중 ‘흥보 박 타는 대목’이 다채롭게 어우러진 창극아카데미 입문 과정의 대미, 6월 12일 수료 공연에서는 최선을 다해 자신들만의 창극 무대를 완성한 아이들에게 힘찬 박수가 쏟아졌다. 아이들 마음에 심어진 창극이 무럭무럭 자라날 수 있도록 이끄는, 영양분 가득한 격려와 응원이었다.
청소년 창극아카데미 입문반올해 창극아카데미 입문 과정을 사이좋게 수료한 두 형제가 있다. 세종시와 국립극장(서울 장충동) 사이의 먼 길을 마다하지 않고 오간 윤치영(중1)·윤건영(초4) 형제와 국립창극단의 창극 <아비. 방연>과 <흥보전>에 출연한 손연우(초6)·손연재(초4) 형제가 그 주인공. 지난 3개월간의 여정을 이야기하는 네 아이의 목소리에는 배움의 기쁨이 가득했다. 이번 교육과정이 아이들에게 충분한 만족감을 선사했다는 방증이다.
윤치영첫째 형 친구가 판소리를 배우는 모습이 보기 좋아서 저도 초등학교 3학년 때부터 판소리를 배우기 시작했어요. 연극에도 관심이 많아서 배우려고 알아보던 중에 창극아카데미를 발견했고, 2019년부터 4년째 참가하고 있어요. 동생도 판소리를 하고 있어서 올해 처음으로 같이 오게 됐죠.
손연우저는 초등학교 1학년 때부터, 동생은 6살 때부터 판소리를 배우고 있는데요. 전통 판소리보다 활동적이고 친구들과 폭넓게 어울릴 수 있는 창극에 매력을 느껴서 2019년과 지난해에 이어 올해 세 번째로 참여하고 있어요. 동생도 지난해와 올해 창극아카데미에 참여했어요.
윤건영보통 판소리는 혼자서 공연하는 경우가 대부분인데요, 창극은 친구들과 함께 판소리로 무대를 만들 수 있고 연기도 함께 할 수 있어서 더 좋아요. 저처럼 활기차고 발랄한 친구들에게 잘 맞는 예술인 것 같아요. 그래서 요즘에는 ‘형을 따라서 창극아카데미에 참가하길 정말 잘했다’는 생각을 종종 한답니다.(웃음)
손연재창극아카데미에서 연기나 몸의 움직임, 판소리 기술 같은 새로운 것들을 배우는 일도 재미있지만, 친구들이나 형·누나들과 함께 노는 것도 참 재미있어요. 다들 판소리와 창극을 좋아하다 보니 말도 잘 통하고, 점심을 같이 먹고 쉬는 시간에 수다를 떠는 게 정말 좋아요. 예전부터 창극아카데미에 참여해 온 형들과도 많이 친해졌어요!
윤치영 학생
윤건영 학생손연우이번에 ‘적벽가’를 처음 배웠는데요, 다른 판소리와 달리 웅장하고 멋진 느낌이 듬뿍 담겨 있어서 다른 때보다 열심히 배우고 연습했어요. 그래서인지 수료 공연에서 주인공 중 한 명인 주유 역을 맡았는데, 좋아하는 곡에서 중심 역할을 맡을 수 있어서 뛸 듯이 기뻤어요.
윤건영지금까지 판소리를 배울 때는 다른 사람들과 파트를 나눠서 불러본 적이 거의 없었는데, 판소리 첫 수업 때 파트를 나눠서 부를 기회가 생겨서 참 재미있었어요. 형이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저한테 아이디어를 잘 내는 것 같다’고 칭찬해 줬을 때도 내심 기분이 좋았어요. 형이 없었다면 저 혼자서 멀리까지 창극을 배우러 오기 힘들었을 거예요.
윤치영창극아카데미에 처음 참가한 2019년에는 너무 어려서 부모님이 데려다주셨는데, 이듬해부터는 버스와 지하철을 타고 국립극장에 왔어요. 힘든 것보다는 오히려 혼자 씩씩하게 창극을 배우러 다닐 수 있어서 재미있고 기뻤죠. 지금은 동생과 함께 다니다 보니 전보다 덜 심심하고 의지도 돼서 좋아요.
손연우 학생
손연재 학생손연우2019년 창극아카데미에 처음으로 참가한 뒤 창극이 정말 재미있어졌는데요, 그때 어머니가 <아비. 방연>의 오디션 공고가 나왔다고 알려주셨어요. 용기를 내서 동생과 오디션에 참가했고, 2년 연속 창극에 참여할 수 있었죠. 뱃사공·해설·아이들·흥보 둘째 아들과 같은 단역이었지만, 창극을 배우는 사람 입장에서 무척 소중한 무대 경험이었어요. 정식 창극 무대였던 만큼 떨리기도 했는데, 동생과 함께 열심히 연습한 덕분에 단 한 번도 실수하지 않았어요!
윤치영저는 판소리보다는 활동적이고 친구들과 어울릴 수 있는 창극이 더 잘 맞는 것 같아요. 그래서 앞으로 창극을 꾸준히 배울 생각이고, 판소리와 다른 악기들을 다루는 일도 게을리하지 않으려고 해요.
윤건영저는 피아니스트를 꿈꾸고 있지만, 판소리와 창극도 참 재미있어요. 피아노도 열심히 치면서 전통 예술인 창극도 배우면 더 멋진 피아니스트가 될 수 있을 것 같아요.
손연우앞으로도 국악을 여러 방면으로 배워보려고 해요. 요즘에는 가야금도 배우고 있는데, 동생과 함께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훌륭한 소리꾼이 되는 게 저희 형제의 변치 않는 꿈이에요.

윤치영4년째 창극아카데미에 참가하고 있는데, 새로운 친구들을 사귈 수 있고 제가 좋아하는 판소리와 연극도 많이 공부하고 연습할 수 있어서 단 한 번도 후회한 적이 없어요. 그러니 망설이지 말고 창극아카데미에 참가하라고 말하고 싶어요.
손연우판소리만 하다 보면 소리와 연기를 함께 할 기회가 많지 않잖아요. 그래서 판소리와 국악을 좋아한다면 창극아카데미에 참가해서 더 다양한 경험을 해보라고 추천하고 싶어요. 우리 꼭 다음 창극아카데미에서 만나요!(웃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