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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연
○ 장애를 다루는 이중적인 잣대에 대한 물음
셰익스피어의 ‘리처드 3세’는 그가 이후에 쓰게 되는 모든 비극의 총아이다. 셰익스피어는 그의 초기 작업으로 사극을 쓰면서 인간의 내면과 갈등에 대해 많은 것을 깨달았다고 보인다. 특히 ‘리처드 3세’는 셰익스피어의 4대 비극 전체에 걸쳐 나타나는 인간의 결핍이 보여주는 모든 비극을 다 보여준다고 할 수 있다. 햄릿에서의 왕권을 빼앗긴 왕자로서의 삶과 이룰 수 없는 오필리어와의 사랑, 맥베스의 권력에 대한 욕망, 오셀로의 콤플렉스와 리어왕의 육체적 늙음(장애)에 따른 파국 등 그 모든 비극의 주인공이 갖은 갈등 요소를 모두 지닌 인물이 리처드 3세라 하겠다.
기괴한 것, 평범하지 않고 사람의 모습이 덜 갖춰진 어떠한 것(난쟁이, 절름발이, 곱추 등)에 대해서 그 괴이함이 정신마저 지배한다는 출발 선상에서 그의 불완전한 몸은 조카 살해범으로 적당한 외관으로 여겨지기에 충분하다. 불완전한 몸은 양심의 가책마저도 반토막 내고 욕망과 이기심으로 왕권을 쟁취한다. 동시대에 조선에서는 세조가 있었으니 이 또한 흥미로운 사실이다. 동양과 서양을 막론하고 권력욕 앞에 조카는 그저 걸림돌일 뿐임을 보여주는 인간에 대한 통찰을 보여주는 사건이다. 헌데 이토록 닮은 꼴의 사건에 대한 시각은 확연한 차이를 보여준다. 한쪽은 승자의 기록이요 한쪽은 패자의 기록이라는 커다란 차이를 차치하고라도 역사를 다루는 방식엔 작가적 시각이 들어가기 마련이다. 더욱이 ‘리처드 3세’는 희곡이고 정사도 아니다. 그렇기에 여러 연출자에 의해 변주되어서 무대에 올려지고 있는 것이고 현대 시점에서 새로운 시각으로 볼 필요성이 분명히 존재한다.
역사적 사실에 입각해 쓰였다고는 하지만 패자의 악인 만들기에는 무리수가 많은 것도 있어서 남편을 잃고 ‘글로스터’(리처드 3세)를 증오하던 앤이 갑자기 글로스터와 결혼을 하는 등 말이 안 되는 부분들이 있는데 그런 것들을 웃음으로 풀어낼 수 있을 것이다. 한국적 해학, 즉 비극적 상황을 웃음으로 승화시키는 것이다. 그러한 승화를 통해 인간의 내면을 통찰하는 시각을 제시하는 것이 바로 해학이므로 이 무거운 극을 가볍게 만들어 대중들에게 다가가는 예술로 쉬운 사극을 만들어 보려 한다. 장애를 가진 악역도 쉽게 그려내기 어려워지는 배리어프리의 시대에 우리 단체는 ‘리처드 3세’를 장애인이 연기하는 게 중요한 것이 아니라 한 단계 더 나아가 그 배우가 얼마나 관객들에게 몰입도 있는 연기를 보여줄 수 있는지를 보여주려 한다.
매우 부당하고 폭력적인 세상에 내던져진 한 인간이 살아남기 위해 도전장을 내민 것을 욕망이라 부정당할 수 있을까. 자신조차 자신을 사랑하지 않는 현실 속에서 인간의 기본적 욕구인 사랑 받고자 함을 욕할 수 있을까. 그것은 매우 현실적이며 현재적 질문이기도 하다.
1. 서막
보스워스 들판 전투 경보 울리고 무대 뒤로 조명이 들어오면 리처드가 그림자를 길게 드리우고 등장한다.
캐츠비의 원군을 보내달라는 소리가 들리고 리처드는 자신의 패배를 감지한 듯 조카들의 죽음을 떠올리며 쓰러져 간다.
2. 리처드, 불구의 몸으로 왕을 꿈꾸다.
장미 전쟁은 헨리가 이끄는 요크 가문의 승리로 끝나고 큰아들 에드워드가 왕위를 계승 받은 상황. 전쟁에서 누구보다 용감히 싸운 리처드는 자신의 자리를 차지한 외척들로부터 미움을 받는 위협적인 인물로 좀 더 강력한 권력을 가져야겠다고 생각한다. 가문을 잃은 랭커스터 가문의 세자빈 앤과 혼인을 결심하고 둘째 조지를 제거하고자 계략을 꾸민다. 에드워드 왕은 몸이 쇠약하여 왕비 엘리자베스와 그녀 가문을 흔들어 조지가 왕위를 찬탈할 거라 불안하게 해 조지를 런던탑에 가두게 한다. 이후 살인마를 시켜 조지를 죽이고 에드워드 왕이 죽자 버킹검과 같은 귀족들을 부추겨 왕비 일족을 사지로 몬다. 그리고 런던탑에서 에드워드의 아이들인 조카들마저 죽인다.
3. 리처드, 매우 부당하고 폭력적인 세상에 도전하다 숨을 거두다.
모든 일가친척이 리처드가 왕위를 차지하려는 것에 반감을 갖고 랭커스터 편으로 간다. 차마 속으로만 생각할 법한 말들도 서슴치 않고 내뱉는 셰익스피어의 폐부를 찌르는 대사들은 리처드에게 얼마나 폭력적인 세상이었는지를 잘 보여준다고 하겠다. 그리고 어쩌면 지금도 세상은 전혀 변하지 않았기에 누군가는 그 싸움을 멈출 수 없는 것이라 생각한다.
[제작진]
연출 오진희
액팅디렉터 김병춘
조연출 윤지원
조명감독 김성민
미디어아트 윤대원
음향감독 정해지
영상감독 이지훈
[출연]
리처드 백우람
엘리자베스 현서영
버킹검 외 박진성
에드워드 왕 외 임원
앤 김진솔
마가릿 최선희
요크 부인 정유미
조지 외 박성순
에드워드 세자 이근하
살해범1 외 김상걸
헤이스팅스 외 서영진
요크 외 이철민
소녀 외 이혜원
주최/주관: 극단 오
후원: 한국장애인문화예술원, 토지문화재단, 문화체육관광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