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립극장(극장장 직무대리 김석일)은 음악극 <옹옹옹>을 9월 3일(목)부터 6일(일)까지 국립극장 달오름극장에서 초연한다. 작자 미상의 조선 후기 고전소설 ‘옹고집전’을 바탕으로 한 이번 작품은 장애인 배우와 비장애인 배우가 함께 무대에 오르는 무장애 공연(배리어프리, Barrier-free) 공연으로 제작된다. 국립극장이 2021년부터 꾸준히 선보여 온 무장애 공연의 연장선으로, 이번에는 우리 고전을 무대로 옮기며 무장애 공연의 스펙트럼을 한층 넓힌다.
‘옹고집전’은 욕심 많고 인색한 부자 옹고집이 도술로 만들어진 가짜 옹고집에게 삶을 빼앗기고 집에서 쫓겨난 뒤 고난 끝에 자신의 잘못을 뉘우치고 본래의 삶을 되찾는 이야기다. 판소리 열두 마당 가운데 하나로, 창본은 전승되지 않았으나 소설 이본과 기록을 바탕으로 연희와 창극 등 다양한 형태로 재창작되어 왔다.
연출과 극본은 연극 <말린 고추와 복숭아향 립스틱>으로 제61회 백상예술대상 연극 부문 젊은연극상을 수상한 서동민 작가와 강훈구 연출이 맡았다. 수상 이후 처음으로 다시 호흡을 맞춘 서동민 작가는 원전의 서사와 구조를 유지하되, 동시대 감성에 맞는 유쾌한 분위기의 음악극으로 풀어냈다. 그동안 한 배우가 여러 인물을 오가는 놀이적 연극과 개성 넘치는 연출 스타일로 자신만의 독창적인 무대를 선보여 온 강 연출은 “진지한 이야기일수록 유쾌하게 풀어야 관객이 적절한 거리를 유지하면서도 이야기에 몰입할 수 있다”라며 연출 의도를 밝혔다. 또한 강 연출은 불교의 ‘공(空)’ 개념을 작품에 끌어들여 고정된 정체성과 존재의 의미에 대해 되묻는다.
드라마투르그는 <배타적 창작의 영역><바다를 사이에 두고 응시하는 섬들처럼> 드라마투르그, 웹진 ‘이음’ 기획위원 등으로 활동해 온 고주영이 맡았다. 작가·연출이 제시한 개념에 장애담론을 연결해 원작의 ‘옹고집’을 가출 청소년, 비정규직 노동자, 난민, 장애인 등 사회에서 밀려난 수많은 ‘또 다른 옹고집’으로 빗대며 우리 모두의 이야기로 확장했다.
음악은 전통과 현대를 자유롭게 넘나드는 음악그룹 상자루가 힘을 더한다. 상자루 멤버들이 작곡과 음악감독, 연주에 직접 참여해 특유의 엉뚱하면서도 발랄한 음악 세계를 작품 전반에 녹여낸다. 전통 소리를 바탕으로 록·힙합·테크노 등 다양한 장르를 넘나드는 밴드 라이브를 통해 풍자와 해학이 살아있는 음악극을 완성할 예정이다.
출연진의 면면도 독특하다. 가수 이찬혁의 2집 앨범 수록곡 ‘비비드라라러브’의 뮤직비디오로 화제가 된 배우 김유남이 ‘실옹가(진짜 옹고집)’ 역을 맡았다. 옹고집을 골탕 먹이는 ‘허옹가(가짜 옹고집)’ 역은 2026 한국대중음악상 ‘올해의 음반’ 수상팀 추다혜차지스의 보컬 추다혜를 비롯해 김솔지, 류세일, 지혜연이 번갈아 맡아 다채로운 연기와 가창을 선보인다. 성악을 전공한 청각장애 배우 지혜연은 청력을 잃은 이후 10년 만에 음악극에서 노래와 연기를 함께 선보인다. 이번 작품을 위해 인공와우를 통해 가장 안정적으로 들을 수 있는 음역과 음악적 표현을 찾아가며 새로운 무대를 준비하고 있다.
이번 공연에서는 배우들과 동일한 5명의 수어 통역사가 참여해 배우별 전담 그림자 통역을 제공한다. 작품 속 한 배우가 여러 인물을 연기하는 과정을 각 통역사가 그대로 따라가며 농인 관객도 작품의 독특한 설정을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했다. 이와 함께 실시간 자막과 음성안내 수신기를 통한 실시간 음성 해설도 제공된다. 예매 및 문의는 국립극장 홈페이지(www.ntok.go.kr) 또는 전화(02-2280-41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