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킵네비게이션

주메뉴 바로가기 본문 바로가기 빠른예매 바로가기 사이트 지도 바로가기
월간미르 상세

2020년 07월호 Vol.366

안녕, 무대

극장사람들 | 무대감독 오상영

작품이 만들어지는 매 순간을 세심히 조율하는 사람. 어둠이 깔린 무대 뒤편에서 유독 환한 빛이 깃든 그를 엿봤다

무대감독의 길을 걷겠다고 결심한 순간, 기억하나요.
한때 배우를 꿈꿨었는데 언젠가부터 연기가 저에게 즐거운 일이 아닌 걸 알았죠. 지금은 웃으면서 말하지만 그때는 고민이 참 많았어요. 방황하다가 연극영화학과를 졸업할 무렵 ‘연극을 하느냐, 마느냐’의 갈림길에 섰고, 그 끝에 무대감독이란 미래를 택했죠. 고민은 길었지만, 선택은 한순간이었어요.

무대감독은 어떤 일을 하는지 궁금합니다.
출연진의 대사나 동선, 음향과 조명 등 작품의 무대화를 위해 사전에 약속한 부분이 있는데요. 그 약속이 어긋나지 않게, 공연을 의도대로 관객에게 전달할 수 있도록 기술·행정적으로 관리하는 역할입니다. 창작자의 생각이 무대에서 정확히 구현될 수 있도록 돕는 거죠.

국립극장에서 공연할 때와 외부 공연장에 나가서 작업할 때 무슨 차이가 있나요.
국립극장은 제작극장이다 보니 여러 제작파트가 극장에 소속돼 있죠. 그래서 제가 다양한 생각을 합리적으로 정리해 무대에 올릴 수 있어요. 하지만 다른 공연장에서는 외부 스태프와 협업해서 업무가 이뤄지는 데다 생소한 환경이니 실수가 발생할 수 있어요. 톱니바퀴처럼 딱딱 떨어져 계산한 대로 만들어야 하는데 말이죠. 제 경험상 그걸 알기에 외부 프로덕션이 국립극장에서 대관 공연을 하면, 최대한 수월하게 진행될 수 있도록 협조해요.

공연이 무대에 오르기 전 확인해야 할 게 한둘이 아닐 것 같아요.
맞아요. 연습실에서부터 미리 출연진 동선을 확인하고 실제 무대에 적용 가능할지 점검하죠. 예를 들어 무대가 절벽인데 연습실에서는 출연진이 이를 모른 채 자유롭게 움직이는 경우가 있어요. 또한 연습실에서 익힌 등퇴장이 진짜 무대에서는 막혀 있을 때도 있거든요. 그러면 동선을 바꿔야 한다고 연출가에게 전하거나, 연출가와 함께 무대디자이너와 논의해서 디자인을 수정하죠. 무대에서 사소한 오차라도 발생하지 않도록 연습실을 지키면서 문제를 풀어나가요.

작품이 만들어지는 모든 순간에 촉각을 곤두세우는 거네요.
한태숙 연출의 ‘단테의 신곡’을 할 때였어요. 막이 오르기 3개월 전 첫 대본 리딩을 했는데, 지옥 장면만 먼저 나오고 나머지 연옥과 천국은 대본 집필 중이었어요. ‘단테의 신곡’에서 제가 받은 인상으로는 작품의 규모가 커서 무대 제작에 시간이 꽤 걸릴 것으로 예상해 연출가에게 서둘러 제안했죠. 완성된 대본이 나오기 전이라면, 무대디자이너에게 간략한 내용과 콘셉트를 먼저 전달해 무대디자인 초안 작업을 해야 할 것 같다고요. 연출가가 듣고, 바로 무대디자이너와 작가에게 연락하더라고요. 이렇게 작품을 제작하는 과정에서 세심히 신경 써야 할 것들이 많아요.

어떤 마음가짐으로 작품을 무대에 올리나요.
공연에 담긴 대의나 어떤 거창한 메시지를 위해 일한다기보다 그저 무대감독인 ‘내’가 재미있어서 일하는 것이죠. 나라는 개인의 정체성을 잃지 않고 작품에 임하고자 해요. 

‘나’를 중심에 두신 점이 인상적이네요.
무대감독은 연출가·공연기획자·무대디자이너·조명감독·음향감독 등 여러 사람과 소통하는데요. 상대방에게 설득력을 가지려면, 무엇보다 저 자신이 원칙이 있고 중심을 지켜야 해요. 그때그때 편의성을 찾아 변하면, 저를 다른 사람들이 쉽게 믿어주겠어요? 국립극장에서 일한 지 15년이 넘었는데요. 해결해야 할 문제가 생길 때면, 오랜 시간 동료와 쌓아온 믿음이 바탕이 돼 잘 풀리는 경우가 있어요. 신뢰를 가진 동료끼리 누릴 수 있는 특별한 유대감이죠.

일하는 모습이 행복해 보입니다.
365일 중 300일을 무대감독으로 사는데요. 그중 닷새만 행복해요. 나머지는 정신없이 일하죠. 그런데 일을 시작할 때 마음먹은 게 있어요. ‘내가 책임질 수 있을 때까지’ 하겠다고요. 물론 국립극장에는 정년퇴임이 있으니 언젠가 일을 그만두는 순간이 있겠죠. 그전까지는 일을 대충 하는 무대감독이 되고 싶진 않아요. 무대감독이란 역할이 누군가를 편하게 해줄 수도 있지만, 굉장히 불편하게 만들 수도 있거든요. 책임감 있는 무대감독으로 존재하는 것, 그게 제 사명이죠.


인터컴 귀를 활짝 열어놓고 무대 전체를 살핍니다. 공연이 무대에 오르기 직전, 손에 땀을 쥐는 시간이죠.

무전기 “스탠바이 고!” 제 말 한 마디에 무대의 막이 오르고, 조명이 켜지고 꺼져요.

스톱워치 모두가 정확한 타이밍에 맞춰 무대에서 제 역할을 할 수 있도록 총괄해요. 1분 1초가 중요한 그때, 제 옆을 지키는 든든한 동료가 스톱워치입니다.

차경주 국립극장 홍보팀




사이트 지도

사이트 지도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