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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 07월호 Vol.366

조선의 힙스터

깊이보기 둘 | 들썩들썩 수궁가

※국립극장은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의 ‘거리두기 단계별 기준 및 실행 방안’ 발표에 따라 공연을 취소합니다. 자세한 사항은 하단의 링크를 참고해주세요.

https://www.ntok.go.kr/Community/BoardNotice/Details?articleId=194872



조선의 클럽에 온 걸 환영하오. ‘수궁가’에 귀를 기울이고 리듬에 맞춰 몸을 흔들어보세. “얼씨구” “좋다” 추임새가 바로 나올 것이야

지겹지 않은가? 국악의 대중화라는 말이, 전통의 현대화라는 말이. 음원 서비스에서 ‘수궁가’를 검색하면 무궁무진한 버전의 노래들이 뜬다. 그런데도 2019년 이날치의 등장을 두고 대중이 ‘새롭다’ ‘힙하다’라며 굳이 입소문을 내는 이유는 무엇일까? 소리꾼 넷과 베이스 연주자 둘, 드럼 주자 하나로 구성돼 ‘수궁가’를 편곡한 이들을 두고 단순히 판소리에 서양 반주를 입힌 전통의 대중·현대화라는 시선으로만 보면 인기의 이유를 절대로 찾을 수 없다. 이날치의 ‘수궁가’는 ‘대안적 대중음악’이다. 이날치는 ‘수궁가’를 요새 사람들을 위한 대중가요로 만들기 위해 펑크·뉴웨이브·디스코 등을 차용한다. 이 장르들은 리듬과 패턴을 통해서 정체성이 규정되는 것이 특징. 이날치는 바로 그 점을 파고들었다. 리듬감이 강조되는 베이스 두 대와 드럼 세트, 전자 사운드로 이날치 ‘수궁가’의 토대를 만들었다. 그래서 노랫말을 빼고 들어도 음악의 구성이 여전히 ‘신박’(신기)하고 흥미롭다. 소리꾼들의 화려한 시김새와 농음은 그대로 살아 반주와 절묘하게 들러붙는다. 
이날치 공연의 문은 유튜브 160만 이상의 조회수를 기록한 이날치의 대표곡 ‘범 내려온다’로 열린다. 자라·토끼·용왕이란 세 주인공을 제치고 이날치 팬들을 단숨에 사로잡아 버린 범. 리듬감 가득하면서도 절도 있는 베이스 패턴은 자신을 ‘선생’이라고 불러 신이 난 범이 위엄을 차리며 성큼성큼 발걸음을 옮기는 모습을 연상시킨다. 후렴에서 “범 내려온다, 범이 내려온다”라는 노랫말은 베이스 선율로 구현되고, 네 명의 창자 각자의 목소리가 가진 질감이 노래의 묘한 계층화를 이룬다. 이날치 팬들에게 두 번째로 인기가 많은 곡 ‘별주부가 울며 여짜오되’는 또 어떠한가. 록 팬들은 안다. 이 베이스의 주법은 포스트 펑크란 장르에서 특징적으로 나타나는 패턴임을. 억울하고 답답한 자라의 오열 섞인 읍소와 여기에서 물러서면 죽음밖에 없음을 직감한 토끼의 마지막 발악은 숨 쉴 곳 없는 펑크 주법 속에서 네 창자의 외침에 가까운 노랫소리와 함께 폭발한다. 한편 이날치의 ‘약일레라’는 그 장르를 무려 ‘스페이스 디스코’라고 일컬을 수 있다. 판타지 세계인 수궁에서 용왕이 토끼에게 열어준 잔치를 노래하는 ‘약일레라’에 우주를 연상시키는 전자음악 요소와 펑크, 디스코 리듬을 갖다 쓴 것은 과연 탁월한 선택이지 않은가.
줄거리가 단순한 ‘별주부전’을 노래하면서 청중을 사로잡기 위해 과거에 소리꾼이 할 수 있었던 방법은 더 생생하고 재미있는 가사나 창법을 지어내고 또 지어내는 것밖에 없었다. 이렇다 보니 이야기를 하나 다 하려면 서너 시간을 잡아 먹어버리던 그때 그 판소리. 이날치는 영리하게 지난 100여 년간 더욱 풍부해진 음악 재료를 사용해 1시간 안에 지금 청중을 사로잡는다. 

이수정 DMZ 피스 트레인 뮤직 페스티벌과 잔다리페스타에서 기획자로 일하고 있다. 밴드 씽씽, 공연예술단체 박박의 국내외 매니지먼트를 담당했다

이날치
들썩들썩 수궁가
7월 11일  |  국립극장 달오름극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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