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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 07월호 Vol.366

편견의 종말

깊이보기 둘 | 마스터&마스터-고수의 신기류



고수만을 집중적으로 조명한 무대. 고수의 세계를 둘러싼 편견의 종말을 예고한다

전통의 단면을 도려내 보자. 그곳에는 불편한 진실이 함축돼 있다. 수많은 불합리와 금기로 통제된 여성의 세계가 선명히 드러난다. 또한 여성이라는 이유로 역사에서 소실되거나 의도적으로 소각된 이름들, 이와 대비되는 남성의 전유물이 도처에서 발견된다. 전통에 내재된 가부장적 질서는 과거 우리 사회가 ‘남성 중심적’이었다는 방증이다. 오늘날 은폐된 진실을 샅샅이 들추고 투명히 따져 물을 수 있게 되면서 국악도 새로운 역사적 갈림길에 섰다.
‘마스터&마스터-고수의 신기류’는 최근 고수의 세계에 일어난 심상치 않은 지각변동에 대해 우리의 의견을 묻는다. 고수란 판소리에서 북을 치는 사람을 뜻하는데, 일고수이명창一鼓手二名唱이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고수의 위상은 절대적이다. 그러나 고수의 세계도 예외는 없었다. 고수는 소리꾼의 호흡을 읽어내 힘과 속도의 완급을 세밀하게 조절해야 한다. 명고를 갈망했던 수많은 여성의 꿈은 힘이 부족하다는 이유로 번번이 좌절됐다. 이러한 역사는 2017년이 돼서야 깨졌다. 장인선이 전국팔마고수경연대회에서 여성 최초로 대통령상을 수상하면서 새로운 기류가 형성된 것이다. 여성 명고 탄생의 이면에는 ‘마스터&마스터-고수의 신기류’의 두 거장 대전광역시 무형문화재 제17호 판소리고법 예능보유자 박근영과 전라북도 무형문화재 제9호 판소리장단 보유자 조용안의 역할이 컸다. 두 명고는 보수적인 고수계의 암묵적 관행에서 벗어나 여성에게 고법을 전수하며 제자를 양성했고, 이렇게 길러진 제자들은 유수의 경연대회에서 상을 휩쓸며 존재를 입증하기 시작했다.
이번 무대에서는 박근영과 그의 제자인 강예진·권은경, 조용안과 그의 제자인 장인선이 북을 잡고 김경호와 남상일이 소리꾼으로 나선다. 스승과 제자가 함께하는 무대뿐만 아니라 두 거장의 맞대결도 예고돼 있다. 우리에게 익숙한 눈대목을 위주로 선보이며, 고수에 방점을 둔 공연인 만큼 북소리에 온전히 집중할 수 있도록 마이크를 사용하지 않고 진행된다. 같은 음악이라 하더라도 어떤 소리꾼과 어떤 고수가 만나느냐에 따라 기존과는 전혀 다른 새로운 음악이 탄생한다. 소리를 전승받은 지역과 스승에 따라 소리꾼의 바디가 달라지고 바디에 대한 이해를 토대로 고수의 역할도 조금씩 바뀌기 때문이다. 서로 다른 배경의 소리꾼과 고수가 자신들의 음악 세계를 조율하며 만들어내는 이번 공연이야말로 국악의 ‘새로움’이 집약돼 있다.
‘마스터&마스터-고수의 신기류’는 고수의 세계를 둘러싼 편견의 종말을 예고한다. 그간 고수를 집중적으로 조명한 무대는 드물었다. 고수를 판소리의 반주자로만 인식하는 경향 때문이다. 이러한 이유로 사물놀이나 농악과는 달리 소리북의 가락을 온전히 느껴볼 기회도 적었다. 이번 무대는 소리북의 다채로운 가락과 고수의 역할에 온전히 집중함으로써 일고수이명창의 의미를 증명한다. 더불어 여성 고수를 조명하는 무대라는 점에서도 의미가 남다르다. 물론 무대에 오르는 두 거장의 제자들은 모두 ‘여성’이지만 이들의 연주 앞에서만큼은 ‘여성’이라는 전제를 내려놓도록 하자. 여성이기 때문에 이들의 음악이 어떠하리라는 선입견을 모두 버리고 남성 고수와 동등하게 바라보자. 우리도 모르게 강렬하게 체화된 수많은 편견은 눈과 귀를 가리기 때문이다. 이번 무대에서 기억해야 할 사실은 이들이 실력을 인정받은 훌륭한 고수라는 것뿐이다. 우리는 이 소중한 이름들을 잊지 않고 기억하는 역사의 증인이면 된다.

성혜인 음악평론가. 전통예술에 대해 끊임없이 질문하고 답을 찾는다. 음악비평동인 ‘헤테로포니’의 필진, 비평지 ‘오늘의 작곡가 오늘의 작품’의 웹 편집위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박근영X조용안
마스터&마스터-고수의 신기류
7월 15~16일  |  국립극장 하늘극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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