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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 07월호 Vol.366

파격적이고 절묘한 일치점

깊이보기 둘 | 폐막작: 그레이트 크로스Great Cross


(왼) 유경화 (오) 타이거JK


서로 엇갈린 길에서 마주한 국악과 힙합, 영상 기술이 온라인에서 한바탕 노닌다. 더 쉽고 편하게 즐기는 코로나 시대의 랜선 무대다

2020 여우락의 마지막 페이지는 유경화·타이거JK·조풍연이 꾸민다. 여러 측면에서 놓칠 수 없는 공연이다. 국악과 힙합, 영상이 모자이크를 형성하는 이색적인 공연이라는 점에서 그러하고, 순수예술과 대중예술의 구획이 허물어지는 공연이라는 점에서 그러하다. 서양의 ‘비트’와 동양의 ‘장단’이 하늘극장을 채우는 영상과 만나 하나가 된다. 공연의 제목은 ‘그레이트 크로스Great Cross’, 즉 ‘위대한 교차로’다. 이질적인 것들이 만들어내는 거대한 화합의 장이다. 오직 여우락에서만 허락되는 파격적인 조합이다. 관심이 쏠리는 건 어쩔 수 없다. 
세 사람의 어울림은 ‘우연한 계기’에서 비롯됐다. 자녀가 힙합에 심취해 있는 모습을 본 예술감독 유경화가 직접 타이거JK와의 만남을 구상했고, 연락을 받은 타이거JK는 흔쾌히 그녀의 제안을 받아들였다. 퍼포먼스의 질을 높여줄 조풍연도 합류했다. 그로 인해 영상과 음악의 화학적 결합 문제는 해결됐다. 영상미디어 아트계의 최고 권위자인 조풍연의 가세로 프로젝트엔 큰 힘이 실렸다. 교차로의 세 축이 완성됐다. 

전통이란 정체되지 않는 도전
프로젝트의 실질적 리더 유경화는 국내 최정상의 철현금 연주자다. 기타와 거문고의 장점을 모두 품은 철현금은 1940년대에 처음 고안됐으며, 8개의 쇠줄을 술대로 퉁기거나 뜯어 연주하는 국악기다. 그녀는 월드뮤직 앙상블 이도의 음악감독으로 활약하며 철현금의 매력을 널리 알리는 데 힘써 왔으며, 전통예술의 본령을 지키면서 끊임없이 새로운 접속 가능성을 모색해 온 주인공이다. 전통음악에 관한 한, 그녀는 꽉 막힌 보수주의자가 아니었다. 잡지 ‘케이아츠K-Arts’와 한 인터뷰에서 그녀는 “전통이란 그 시대에 늘 새로운 것이었다”라는 견해를 밝히기도 했다. 그녀의 전통관은 ‘전통은 보존돼야 하고, 보존되기 위해 항상 시대와 호흡해야 하는 것’으로 새겨진다. 그렇기에 예술 활동이란 ‘정체’되는 것이 아닌 ‘도전’이어야 했다. ‘그레이트 크로스’를 통해 그녀의 도전 의식을 만나볼 수 있을 것이다. 
유경화에게 러브콜을 받은 타이거JK는 마니아들의 전유물이던 힙합 대중화에 앞장서 온 예술가다. 그가 DJ 샤인과 결성한 힙합 그룹 드렁큰 타이거는 2018년 20년간의 항해를 마감했지만 여전히 국내 힙합의 정신적 지주이자 선지자 대우를 받는다. 그룹 활동을 하는 동안 그는 판소리 명창과 퓨전 무대를 꾸리기도 했고, 민요의 느낌을 힙합에 투영하며 국악과 대중음악의 결합에 꾸준한 관심을 내비친 바 있다. 그렇기 때문에 이번 만남이 어색하지 않은 이유이기도 하다.  
한국예술종합학교 영상원 교수로 재직 중인 조풍연은 뮤직비디오·시에프CF 감독으로 명망을 떨치며 다채로운 시도를 이어왔다. 그 이력은 이번 프로젝트의 적임자가 누구인지 정확하게 지적한다. 과거 드렁큰 타이거와도 작업해 본 경험이 있는 그이기에 더 큰 시너지를 낼 것으로 기대하는 바다. 
폐막무대 ‘그레이트 크로스’에서는 ‘수궁가’ ‘시나위’ 등 전통음악과 타이거JK의 작품 ‘몬스터Monster’ ‘엄지손가락’ 같은 대중음악까지 여러 장르를 종횡하는 곡들이 연주될 예정이다. 유경화 감독에 따르면, 이날 공연의 주제는 ‘아악雅樂’과 ‘힙합’의 조우라고 한다. 아악의 대표 악기 편종이 타이거JK의 랩과 합쳐진 레퍼토리도 선보인다고 한다. 국악·힙합·영상. 서로 다른 영역에서 일가를 이룬 세 예술가가 야심만만하게 내놓는 선물 같은 무대다. 

조풍연


코로나 시대의 공연예술
‘그레이트 크로스’는 특이하게도 무관중 온라인 상영으로 치러진다. 전 세계를 강타한 코로나 시대에 대응하는 공연계 흐름의 연장선이자 ‘지금, 현재’라는 여우락의 기치를 십분 반영한 결과물이다. 전문가들은 이제 결코 코로나19 이전으로 돌아갈 수 없다고 말한다. 삶은 달라지고, 사람들의 행동반경은 위축될 것이며, 문화를 즐기는 양식 또한 완전히 변형될 것이라고 한다. 어느 정도는 사실이겠지만 그것이 어떤 형태가 되든 실황의 핵심은 ‘만남’이다. ‘지금 이 순간 내 눈앞에서 펼쳐지는 유일무이한 만남’이란 본질은 그 외피가 어떻게 바뀌더라도 사라지지 않는다. 유경화·타이거JK·조풍연은 ‘그레이트 크로스’를 통해 공연예술의 본질을 일깨우고자 한다.
코로나19로 소중한 생명을 잃은 사람들의 넋을 기리는 ‘씻김굿’도 함께 진행된다. 일종의 추모식이다. 예술 행사로서의 추모란 운명적으로 사후적일 수밖에 없고, 그저 살아남은 자들의 죄의식과 무기력을 드러낼 뿐이라며 반감을 표하는 사람도 있다. 하지만 그 위로는 망자들을 영원히 기억하겠다는 성스러운 제의적 성격을 갖는다. 그런 상징성을 무시하기란 어렵다. 유경화 감독에 따르면 이 씻김굿은 대재앙의 한복판에서 조용하게 자신의 소임을 수행했던 영웅들을 기리는 의미도 동시에 갖는다고 한다. 
여러 맥락을 담은 ‘그레이트 크로스’는 양일 모두 온라인으로 상영되며, 국립극장 홈페이지와 소셜 미디어에서 중계 플랫폼을 확인할 수 있다. 매번 축제를 볼 때마다 행사 일정표를 참고해 우선순위를 정하곤 하는데, 가장 먼저 ‘그레이트 크로스’에 표시를 해뒀다. 어서 이들의 무대를 보고, 긴 여운을 간직하고 싶다. 올해 여우락을 함께할 여러분에게도 그렇게 기억되길 바란다. 

이경준 한국대중음악상 선정위원. 대중음악 책을 쓰고 번역한다. 여전히 음악이 좋다. 음악을 사랑하는 사람도 좋다

유경화X타이거JKX조풍연
폐막작: 그레이트 크로스Great Cross
7월 24~25일  |  온라인 상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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