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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09월호 Vol.356

추석, 만월滿月을 채우는 우리 춤

VIEW 프리뷰 2┃국립무용단 추석·만월

국립무용단이 올해에도 명절 연휴를 맞아 관객과 호흡하며 즐길 수 있는 춤 잔치 ‘추석·만월’을 선보인다. 다시 돌아온 추석, 보름달처럼 풍성한 우리 춤 무대를 즐겨보자.

 

 


‘추석·만월’ ‘설·바람’ 등 지난해 국립무용단이 첫선을 보인 명절 기획시리즈는 연휴 기간 색다른 문화 나들이를 기대하는 관객 모두가 즐길 수 있는 공연이다. 다양한 우리 춤을 소개해 한국무용을 잘 모르는 관객도 쉽게 접할 수 있도록 구성했다.
국립무용단의 전통춤 모둠은 오래전부터 ‘코리아 환타지’나 ‘정오의 춤’ 등 여러 형태로 있어왔다. 최근에는 디자이너 정구호와 협업해 만든 ‘향연’이 성공을 거둔 가운데, ‘추석·만월’ ‘설·바람’ 역시 전통 명절에 초점을 둔 구성으로 호평받았다. 이미 봐온 전통춤이지만 이러한 공연이 대중의 사랑을 받는 것은 단순한 전통물의 전시에서 벗어나 현재의 감성과 시각을 아우르는 동시대적 구성과 진행 때문이다. 거기에 최고의 기량을 자랑하는 국립무용단원들을 각자 강점을 발휘할 수 있는 춤에 캐스팅해 더할 나위 없이 좋은 무대를 선보이고 있다.
이번 무대는 지난 명절 기획시리즈에서 호평받은 소품 다섯 편과 새로운 춤 세 편을 모아 꾸몄다. 이 중 전통 춤이 다섯 편, 창작 춤이 세 편인데, 창작 춤의 경우 전통을 근간으로 재구성했거나, 근대에 안무돼 신新전통으로 불리는 춤들이니, 세 편의 춤이 ‘전통’ 안에서 충분히 조화를 이룬다고 할 수 있다.
‘추석·만월’은 풍요를 기원하는 제의적 춤 ‘기도’로 시작된다. ‘기도’는 신新전통 가운데 가장 큰 변형성을 갖는 ‘무당춤’을 바탕으로 창작된 춤으로, 한국춤 모둠 공연의 대표작인 ‘코리아 환타지’의 피날레를 장식하며 큰 반향을 일으켜왔다. 대나무와 솟대로 꾸민 무대에서 펼쳐지는 왕무당과 군무의 강렬한 제의식이 인상적인 작품이다. 피날레가 아닌 개막 춤으로 어떻게 재탄생할지, 가장 궁금한 춤이기도 하다.
‘고무악’(안무 박재순)은 3면에 북을 배치한 점이 삼고무와 비슷하지만 두 배가 넘는 북의 깊이가 다른 울림을 주고, 농악의 전통 장단이 다른 전개를 보여준다는 점에서 삼고무와는 다른 춤이다. 여성 무용수 일곱 명의 북춤에 사물 연주가 더해져 흥을 돋운다. 특히 후반 절정이 백미를 이룬다. 농악에서 발생한 춤답게 고깔을 쓰고 허리끈을 둘렀으나, 19개의 북을 백색으로 칠해 현대적 세련미를 더했다.
‘한량무’(안무 황용천)는 한량의 기품과 자태를 강조하는 춤이다. 한량은 벼슬에 오르지 못한 양반으로, 풍류를 아는 호협한 사나이의 별명이기도 하다. 양반의 의젓함과 풍류의 멋을 담다 보니 남성 무용수가 유일하게 멋을 내며 추는 홀춤으로 각광받고 있다. 한량무는 조선 말기에 유행한 남사당패 무용극에서 유래한 춤으로, 한량과 승려가 한 여인을 유혹하는 5인극 형태였으나 진주교방으로 옮겨가 서사가 빠지고 다듬어져 7인무와 독무로 남아 있다. 사당패의 춤이 여느 민속무용보다 세련되게 다듬어진 드문 경우다.
‘진도 강강술래’는 추석 보름달 아래, 청·홍의 배색이 어우러지고 분리되는 시각적 즐거움을 선사한다. 보통 강강술래를 ‘손을 잡고 원형으로 도는 춤’ 정도로 알고 있는 사람이 많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다이내믹한 구성의 재미가 큰 춤이다. 그리고 노랫말도 재미있다. 남생이 놀·청어엮기·덕석말이·기와밟기·꼬리밟기·문지기놀이·실바늘꿰기·처고사리·기 같은, 노랫말에 담긴 낱말은 우리 조상의 익살과 해학의 정서를 느끼게 한다.
‘사랑가’는 한국의 대표적 판소리 ‘춘향가’의 눈대목 ‘사랑가’에 맞춘 2인무다. 춘향전 줄거리 중 가장 아름답고 설레는 장면을 춤으로 만들었으니, 발레 ‘로미오와 줄리엣’의 ‘발코니 2인무’와 견줄 만하다고 볼 수 있겠다. 수줍지만 적극적이고, 서툴지만 애절한 춘향과 몽룡의 감정을 섬세하게 표현한 이 춤은 1940년대 조택원이 안무한 ‘춘향조곡’의 여섯 장면 중 ‘광한정연’에 나오는 2인무가 원전이다. 그 후 1968년 국립무용단 초대 단장이던 송범에 의해 ‘연가’라는 제목으로 재탄생됐고, 1976년 정재만에 의해 재구성됐다. 송범-김문숙, 정재만-김현자에 이어 오늘날까지도 최고의 무용수들이 ‘사랑가’를 추고 있다. ‘사랑가’는 몽룡이 부채로 춘향의 손등을 치면 놀라 움츠리면서도 미소 짓는 장면처럼 우리 정서만의 애정 표현을 읽는 재미가 있다. ‘추석·만월’ 무대에서는 젊은 무용수들이 출연해 열여섯 춘향과 몽룡을 더욱 적극적이고 활달하게 표현한다.

 

새로 더해진 춤 가운데 두 편의 북춤 ‘장고춤’과 ‘소고춤’의 맞대결도 기대된다. ‘장고춤’은 여성 무용수 열두 명이 경쾌한 장구 장단에 맞춰 선보이는 군무다. 배정혜 예술감독 시절 화려한 스팽글로 장식한 1970년대 의상을 복원해 복고적 향수를 불러온 장구춤과, 정구호 연출의 ‘향연’에서 컬러와 장식을 빼고 미니멀리즘을 추구한 장구춤 등 다양한 버전을 보유하고 있는 국립무용단이 이번 무대에서 어떤 장구춤을 선보일지 기대해보는 것도 좋겠다. ‘장고춤’에 이어 남성들이 보여줄 북춤은 ‘소고춤’이다. 농악에서 즐기던 유쾌한 소고놀이 동작과 다양한 가락을 재구성하면서 남성성을 강조했다고 하니 ‘장고춤’과 주고받는 음양의 맞대결이 조화로울 것 같다.  다채로운 타악의 매력은 김상덕 예술감독이 안무한 ‘북의 시나위’로 이어진다. 대형 북의 울림으로 시작해 장구·소고·진도북 등 역동적이며 빠른 리듬의 장단으로 휘몰아치는 타악의 향연은 춤 잔치의 마지막을 화려하게 장식할 것이다.


‘추석·만월’은 ‘명절 공연’으로 기획된 만큼, 생동감을 높이는 ‘축제’의 성격을 반영했다. 무엇보다 그동안 대극장의 프로시니엄 무대에서 스펙터클한 작품을 선보인 것과 달리 하늘극장의 원형 무대를 활용해 관객과의 거리를 좁히고, 해설자 대신 연주자와 소리꾼이 흐름을 이끌어가는 형식으로 차별화를 시도했다. 원형을 따져보면 우리 춤 감상에는 이러한 거리와 방식이 걸맞을 것이다. 하늘극장 원형 무대 안에서 우리 춤의 멋을 어떻게 드러낼지 ‘추석·만월’의 새 연출가 김명곤의 연출력과 함께 경쾌한 재담으로 웃음을 선사할 연희꾼들, 라이브 연주로 관객의 귀를 사로잡을 연주자들이 분출할 현장감이 기대를 모은다.
 
김예림 무용평론가. 발레와 현대무용을 공부했고, 무용수와 안무가, 교육자, 기획자 등을 거쳐 평론가로 등단했다. 현장 경험을 바탕으로 무용에 관련된 다양한 글을 쓰고 있다.

 

국립무용단 ‘추석·만월’
날짜 2019년 9월 13~15일
장소 국립극장 하늘극장
관람료 전석 3만 원
문의 국립극장 02-2280-41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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