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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년 11월호 Vol. 424
목차 열기<어린이 예술학교> 유아반 수강생 인터뷰
‘가족’과 ‘함께’ 행복한 동행
가장 가깝고도 정겨운 이름, 가족. 하지만 정작 가족과 보내는 시간은 태부족하다.
국립극장이 <어린이 예술학교> 유아반을 통해 ‘가족’과 ‘함께’를 하나로 엮는 데 앞장서는 이유다.

가족의 화합을 위한 예술교육
“등잔 밑이 어둡다.” 오늘날의 가족을 설명하는 데 이보다 적합한 속담이 또 있을까. 모두가 가족의 소중함을 인정하지만, 가족과 함께하는 시간이 충분하다고 생각하는 현대인은 거의 없다. 오히려 바쁜 업무, 늦도록 이어지는 회식, 친목 활동, 취미 생활 등으로 인해 가족을 등잔 밑 어두운 곳으로 밀어넣기도 한다. 눈앞의 일만 끝낸 뒤 가족과 함께하겠다고 다짐한다, 눈앞의 일이 끊임없이 밀려들 것을 알면서도. 그렇게 하루하루를 보내다가 어느 날 문득 주위를 둘러보면, 늘 그곳에 있었던 가족이 어느새 저만치 멀어져 있는 현실과 마주한다.
등잔 밑의 가족을 양지로 끌어올리려면 가족과 함께하는 시간을 켜켜이 쌓아야 한다. 특별하고 색다른 경험을 사이사이에 끼워 넣는다면 나와 가족을 가깝게 만들어 줄 ‘추억의 계단’은 더욱 튼튼해질 것이다. 그렇다고 해서 매번 직접 별난 이벤트를 준비할 수는 없는 일. 즐거움과 유익함을 겸비한 가족 체험 프로그램은 이럴 때 빛을 발한다. 특히 평소 접할 기회가 많지 않은 분야를 주제로 하는 체험 프로그램일수록 인기가 높다. 국립극장이 개설한 <어린이 예술학교> 유아반이 대표적 사례다.
전통예술을 동시대적 예술로 승화시키는 우리나라 유일의 제작 극장에서 운영하는 가족 예술교육 프로그램인 만큼, <어린이 예술학교> 유아반은 판소리의 주요 개념인 ‘일고수 이명창一鼓手二名唱’을 바탕으로 삼는다. 이 때문에 전통예술 입문 프로그램이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어린이 예술학교> 유아반의 방점은 ‘가족’에 찍혀 있다. 일상에서 만날 일이 적었던 판소리에 대해 가볍게 알려 주되, 판소리를 가르치는 데 몰입하지 않고 이를 매개로 가족의 돈독함을 끌어올리는 데 초점을 맞춘 것이다.
<어린이 예술학교> 유아반의 주제가 일고수 이명창이라는 사실이 이 같은 방향성을 증명한다. 일고수 이명창은 ‘첫째가 고수이고 둘째가 명창이다’라는 뜻으로, 명창과 고수의 긴밀한 호흡이 판소리 공연의 성패를 좌우함을 암시한다. 이러한 원리는 가족관계에도 고스란히 적용된다. 식구 중 누가 고수이고 명창인지를 가리는 일은 그리 중요하지 않다. 각각의 역할을 맡은 구성원이 하나 되어 화목한 가정을 완성해야 모두의 일상이 편안해지고 풍요로워진다. 가화만사성家和萬事成(집안이 화목하면 모든 일이 잘됨)이라는 말도 있지 않던가.

서로의 소중함을 일깨우는 ‘추억 공연’
<어린이 예술학교> 유아반은 가족 예술교육 프로그램답게 만 5~6세(2019~2020년생) 어린이와 보호자가 함께 수강생으로서 참여한다. 그 때문에 아이들의 눈높이에 맞추면서 동시에 보호자도 기꺼이 어울릴 수 있는 커리큘럼을 기획하는 데 주력했다는 게 프로그램 진행을 맡은 예술교육팀 담당자의 이야기다.
<어린이 예술학교> 유아반은 매주 토요일 10시 30분부터 2시간 동안 진행된다. 회당 최다 여섯 가족이 참여하기에 처음에는 분위기가 다소 어색하기도 하고, 토요일 오전에 프로그램이 시작되다 보니 몸이 굳어 있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따라서 본격적인 활동에 앞서 수강생들의 몸과 분위기를 풀기 위해 가벼운 연극 놀이가 먼저 이뤄진다. 이 과정에서 수강생들은 자연스럽게 자신과 가족을 소개하며, 여기에 가벼운 몸동작을 곁들임으로써 온몸의 근육과 마음의 긴장을 이완시킨다.
여기까지 마친 수강생들은 곧이어 중심활동으로 들어간다.
<어린이 예술교육> 유아반의 중심활동은 크게 주제 탐색과 상황극 만들기 및 발표로 나뉜다. 주제 탐색 시간에는 판소리가 어떤 전통예술인지, 일고수 이명창은 어떤 의미인지에 대해 알아본다. 이후 ‘동대문을 열어라’ ‘장단 맞춰 술래잡기’ 등 주제와 연관된 놀이를 진행하는데, 고수와 명창이 호흡을 맞추듯 서로의 존재를 실감하며 함께 놀이에 참여하고 손발을 맞춤으로써 가족의 소중함과 협동심을 고취한다.
고수와 명창이 장단과 소리를 주고받으며 판소리 공연의 기운을 끌어올리듯, 가족도 진심 어린 소통과 함께 보낸 수많은 시간을 통해 더불어 살아갈 힘을 얻는다. 상황극 만들기 시간은 이런 점을 고려한 중심활동의 일환으로, 가족에게 들었을 때 가장 힘이 된 말이나 즐겁고 기운이 났던 순간들을 돌이켜 보고 이를 글과 그림으로 종이에 옮긴다. 서로에게 힘이 된 상황을 표현하는 시간이기에 상황극이라는 이름이 붙었을 뿐 대본을 작성하고, 외우고, 발표를 위해 연습하는 등의 과정은 거의 없다고 해도 무방하다. 다시 말해, 상황극이라는 단어의 무게 때문에 지레 겁먹지 않아도 된다는 것이다.
행복했던 순간순간을 시각화한 뒤에는 아이들이 다른 가족 앞에서 글과 그림 속 상황을 발표하는 시간이 이어진다. 이때 보호자는 북 앞에 앉는데, 아이가 발표할 때 옆에서 추임새와 장단을 적절히 넣음으로써 아이의 용기를 북돋우고 이야기에 흥미를 더하는 역할을 수행한다. 고수와 명창의 판소리 공연과 같은 장면이 연출되는 것이다. <어린이 예술학교> 유아반의 주제가 일고수 이명창이라는 점과 이 프로그램의 목표가 가족의 화합 증진이라는 점을 두루 고려한 커리큘럼 구성이라고 할 수 있다.

미래 지향적 가족관계의 ‘예술적 디딤돌’
올해 <어린이 예술학교> 유아반은 3월 29일부터 11월 15일까지 총 12회차에 걸쳐 진행되는데, 수강생들의 높은 만족도가 후기 곳곳에서 쉽게 읽힌다. 자녀가 평소 몸의 움직임과 관련된 활동을 좋아해 <어린이 예술학교> 유아반에 참여하게 됐다는 한 학부모는 “아이와 함께 몸을 움직이고 스킨십을 하면서도 전통예술인 판소리와 핵심 요소인 일고수 이명창에 대해 배울 수 있어 무척 행복했다”며 이 프로그램을 ‘나와 가족, 전통예술을 하나로 잇는 연결 다리’라고 정의했다.
전통예술과의 거리감이 어느 정도 해소됐다는 후기도 다수 쏟아졌다. 특히 전통예술을 주제로 아이와 재미있게 놀 수 있다는 점에 높은 점수를 부여했는데, 한발 더 나아가 아이의 성장에 발맞춰 함께 참여할 수 있는 후속 가족 예술교육 프로그램을 개발해 달라는 의견도 나왔다. 그만큼 <어린이 예술학교> 유아반이 내실 있게 진행됐다는 방증이다.
자녀와의 관계를 고민하고 미래 지향적 방향을 모색하는 목소리도 인상 깊었다. “발표 시간에 장단과 추임새를 적절히 넣자, 발표하는 아이의 자신감이 점점 높아지는 모습을 목격했다”는 한 학부모는 “이날의 기억을 되새기며 일상생활 중에도 아이와 손발을 잘 맞춰 나가겠다”는 각오를 밝혔다. 전통예술과 가족을 절묘하게 융합한 <어린이 예술학교> 유아반의 남다른 가치를 실감할 수 있는 대목이다.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존재인 가족의 가치가 점점 희미해져 가는 요즘, <어린이 예술학교> 유아반에서 아이와 함께 시간을 보내며 그 소중함을 다시 한번 곱씹어 보는 건 어떨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