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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간 국립극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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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년 11월호 Vol. 4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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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격을 넘어 충격을 던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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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창극단 <심청>

파격을 넘어 충격을 던지다
 
판소리시어터 <심청>은 파격이 아니라 혁신이다. 발전은 반드시 혁신이라는 숙주가 필요하다.
예술에서 독은 고정관념이다. 관념을 버려야 새로운 것이 나온다.





아마 이렇게 많은 사람의 입에 오르내리는 창극은 처음일 것이다. 그것도 호불호好不好가 극명하게 엇갈리는 가운데 이번 판소리시어터 <심청>은 우리에게 어떤 화두를 던졌나, 그리고 무엇을 남겼나 생각해 본다.
2025년 <심청>은 국립창극단과 전주세계소리축제가 공동 제작했다. 독일에 거주하는 한국인 연출가 요나 김이 완전히 다른 형식으로 연출했다. 이 작품을 8월 <전주세계소리축제> 개막작으로 전주 한국소리문화의전당에서 초연했고, 9월 다시 서울 국립극장 무대에 올렸다. 중요한 것은 <심청>을 왜 그렇게 만들었으며 무엇을 보여 주려고 했는지다. <심청> 이후 우리 창극의 방향성은 무엇인지 생각해 봐야 한다.



혼용의 시대, 근사한 한옥에서 스파게티를 먹는다

 

이건 예술의 비틀기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연출가의 독특한 연출 기법으로 만들어진 예술 작품이다. 귀를 막고 있으면 독일 오페라 공연의 한 장면을 보고 있는 듯하다. 다시 귀를 열면 완전히 새로운 장르의 혼합된 오페라다. 그런데 사실은 국립창극단의 이전 작품들도 현대적 해석으로 그 나름대로 잘 만들어진 작품이 많다. <리어> <베니스의 상인들> <트로이의 여인들> 등 외국 고전을 각색해서 만든 수작이 꽤 있다. 특히 국립창극단이 만든 <트로이의 여인들>은 영국 에든버러 축제에서 별 5개의 만점을 받는 기염을 토하기도 했다. 아무튼 국립창극단이 잘 만든 많은 작품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번 <심청>이 유독 수많은 논쟁을 불러일으키는 이유는 딱 한 가지. 우리 정서에 흔치 않다고 생각하는 ‘파격의 충격’ 때문일 것이다.

 





파격으로 논쟁을 불러일으키다

 

요나 김 연출의 <심청>은 한마디로 파격적이다. 우리가 늘 봐 왔던 기존 창극의 문법을 완전히 뒤집어 놓은, 한마디로 ‘경악’ 자체였다. 그러나 자세히 들여다보면 경악은 표면적이고, 내면적으로는 많은 생각을 하게 만들었다. 우선 기존의 고전 논법을 따르지 않는다. 복장이며 등장인물의 순서며 무대세트며, 무엇보다 주인공인 ‘심청’의 해석이며 우리가 갖고 있는 기존의 생각을 송두리째 흔들어 버렸다. 이는 상당한 이질감으로 우리에게 다가온다. 우선 주인공 심청이 겁탈당하는 것을 연상하게 만드는 장면은 충격적이었다. 그동안 우리가 알고 있던 내용이 아니었다.

우리는 심청을 잘 안다고 생각하지만 실은 잘 모른다고도 할 수 있다. 왜냐하면 우리가 아는 심청은 어릴 적부터 교육된(길들인)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21세기에 사는 우리는 연출가의 의도된 내용을 보면 충분히 그럴 만하다고 이해할 수 있다. 지금 우리가 보는 <심청>은 고전이 아니라 현대물이다. 얼마 전 요나 김은 인터뷰에서 이런 말을 했다. “과거의 심청 모습과 현대의 심청 모습은 다르다고 생각합니다.” 듣고 보면 전혀 파격적이지 않다.






어떻게, 무엇으로 봐야 하는가

 

우리는 스파게티를 본고장 이탈리아에 가지 않고도 먹을 수 있다. 그것도 오래된 멋진 한옥에서 말이다. 지금은 혼용의 시대다. 서두에 언급한 국립창극단에서도 외국 작가의 원작을 우리 창극으로 만들지 않았던가. 이번 <심청>은 파격이 아니라 혁신이다. 발전은 반드시 혁신이라는 숙주가 필요하다. 예술에서 독은 고정관념이다. 관념을 버려야 새로운 것이 나온다. 어떻게 보면 이종교배인 셈이다. 우리의 전통적인 고전을 소재로 한 전통 판소리를 현대물에 대입시킨 것이다. 이런 이종교배는 우생학적 작품이 나올 확률이 높다. 물론 부정적 견해가 있기도 하지만 그보다 발전적 영향이 더 크다. 어쨌든 이번 <심청> 작품을 두고 논쟁거리를 제공했다는 점에서 소기의 목적은 달성했다. 언제 창극 작품을 두고 이렇게 수많은 비평가와 감상자들이 앞다투어 저마다 한 소리씩 한 적이 있나.






창극의 세계화를 생각해야


부연 설명을 하지 않아도 이미 전 세계는 K-컬처를 ‘앓고’ 있다. 그 궁극은 한국의 전통문화로 귀결된다. 이렇게 볼 때 우리 창극의 세계화를 위해서는 그 준비가 시급하다. 기존에 해 오던 방식으로는 세계 무대에 진출하기 어렵다. 금방 싫증 낼 것이다. 중요한 것은 보는 것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그들도 직접 노래를 부르고 무대를 만들어 공연을 올리는 것이 중요하다. 아프리카 케냐의 나이로비 국립극장에서 현지인들이 우리 전통 판소리를 부르며 <심청>을 공연한다고 생각해 보라. 얼마나 멋진 일인가. 우리는 그동안 서양음악을 기반으로 한 오페라를 만들어 왔다. 이제 우리 판소리 창극으로 외국 그 나라 사람의 손으로 공연을 올릴 수 있다는 상상은 허상일까? 아니다. 가능하다고 본다. 최근 전 세계 선풍을 몰고 온 <케이팝 데몬 헌터스>가 가장 좋은 예라고 본다. 특히 ‘골든’이라는 노래에는 또렷하게 “영원히 깨질 수 없는”이라고 한국말 가사가 나온다. 외국인들이 이 노래를 커버곡으로 부를 때 또렷한 발음으로 노래하는 것을 들었다.


지금 전 세계는 한국말 배우기 열풍이다. 그렇다면 말 배우기로 끝날 것일까. 한국말 노래를 부르고 나중에는 한국의 판소리를 배울 것이다. 얼마 전 <2025 영동세계국악엑스포> 행사에서 외국인들이 멋지게 창을 하는 걸 들었다. 머지않아 우리 판소리 다섯 바탕의 창이 외국인의 입으로 불릴 날이 올 것이다. 오페라 대신에 ‘판소리 씨어터Pansori Theatre’를 만들 것이다.


 

글. 송인호 공연 전문 매거진 『굿스테이지』 편집장. 종이 없는 모바일 전용 매거진을 만들어 무료로 온 국민에게 공연예술의 문화 향유를 누리도록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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