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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간 국립극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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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년 11월호 Vol. 4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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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리로 쌓은 세월, 여섯 시간의 춘향가

달다 / 미리보기 8

국립극장 <완창판소리> 민은경의 ‘춘향가’ 김세종제

소리로 쌓은 세월, 여섯 시간의 춘향가
 
민은경의 <완창판소리>는 전체 이야기를 모두 만나 볼 수 있다는 점에서
판소리가 가진 서사성과 음악성의 매력을 온전히 보여 주는 무대다.





국립창극단 수석이자 국가무형유산 판소리 ‘춘향가’ 이수자 민은경이 <완창판소리> 무대에 오른다. 2017년 3월 ‘심청가’ 완창 이후 8년 만의 완창 무대다. 그간 민은경은 <베니스의 상인들> <리어> <귀토> <심청가> 등 국립창극단의 대표 작품은 물론 KBS <국악한마당>, MBN <조선판스타>, KBS <불후의 명곡> 등 다방면에서 종횡무진 활동했다. 누구보다 바쁘게 지냈을 그녀가 전통의 정수라고 할 수 있는 <완창판소리>를 공연한다니 반가운 일이 아닐 수 없다.



목포의 바람에서 깃든 소리의 씨앗

 

민은경은 초등학교 5학년 때 친구를 따라 방문한 목포시립국악원에서 운명처럼 판소리를 만났다. 당시 목포시립국악원의 소리 선생님으로 있었던 안애란 명창이 그녀의 첫 스승으로, 그에게서 2년 정도 ‘심청가’의 주요 대목을 배우며 판소리 기본기를 익혔다.

본격적으로 소리에 매진한 것은 중학생이 되고부터였다. 서울로 이사하면서 성우향(1935~2014) 명창에게 소리를 배우기 시작했고, 진지하게 소리에 임하는 친구들을 보며 타고난 승부욕과 근성으로 공부에 몰입했다. 민은경은 매일 새벽 연습으로 하루를 열고, 하교 후에도 연습실을 지키며 스승의 소리를 빠르게 그러나 정확하게 익히려 했다.

“소리는 대충하는 것이 아니여.” “니가 큰 산이라 생각해라.” 성우향 명창이 자주 하던 말을 민은경은 마음 깊이 새겼다. 공력이 쌓이는 시간이 길어질수록 스승의 말씀은 큰 소리를 하는 큰사람이 되라는 것으로 해석되었다.

민은경은 3년 만에 ‘심청가’ 한바탕을 소화했고, ‘춘향가’도 순차적으로 배우며 바탕소리를 완성해 나갔다. 꾸준한 수련의 결과, 2002년 <동아국악콩쿠르> 판소리 부문 금상, 2003년 <임방울 국악제> 판소리 부문 금상, 2008년 <KBS국악대경연> 판소리 부문 장원을 수상하며 소리꾼으로서 실력을 인정받았다.

 

 

창극이 알려 준 판소리의 매력

 

대학 시절 판소리를 전공하며 되도록 다양한 경험을 해 보고 싶었던 민은경은 2006년 국립창극단의 <십오 세나 십육 세 처녀>의 오디션에 도전했다. 이후 두 차례 인턴 단원을 거쳐 2013년 정단원이 되었다. 창극단 활동은 판소리에 대한 시야를 넓혀 주었다. 애초 노래 부르기를 좋아했지, 극을 좋아한 건 아니었지만 막상 극을 해 보니 재미있었다. 판소리가 가진 종합예술적 성격을 깊게 이해하게 됐다.

“소리만 잘한다고 되는 게 아니더라고요. 너름새와 연기가 함께 어우러져야 했어요. 그 과정에서 판소리 이면에 대한 이해도 깊어졌습니다. 이 부분은 왜 이렇게 부르는지에 대한 깨달음이 생긴 거죠.”

민은경이 입단할 무렵, 국립창극단은 당대 최고의 명창이 모이는 곳으로 판소리의 음악성이 단단하게 지켜지고 있는 때였다. 선배들은 소리뿐 아니라 이를 바탕으로 연기, 관객과의 소통 등을 중시하며 작품을 만들었고, 그 과정에서 많은 자극을 받았다. 민은경은 주인공보다는 오히려 조연이나 앙상블을 맡으면서 많이 배울 수 있었다고 말한다. 무대에서 조금 떨어져 있으면 전체를 보는 힘, 큰 호흡을 가져가는 힘이 자연스럽게 생기기 때문이다.



김세종제 ‘춘향가’를 재밌게 만날 시간

 

민은경은 이번 완창 무대에서 김세종제 ‘춘향가’를 선보인다. 김세종은 철종 때 사람으로 ‘춘향가’를 잘 부르기도 했거니와, 신재효에게 판소리 이론을 배워 역대 명창 가운데 이론에 밝기로도 유명했다. 김세종제 ‘춘향가’는 고종 때의 명창이자 김세종의 제자였던 김찬업을 거쳐 정응민(1894~1961)에게 전승된 것으로, 이후 정응민이 조상현·성창순·성우향 등에게 전수하며 오늘날까지 이어지고 있다. 민은경의 스승 성우향은 정응민에게 오랫동안 소리를 배우고 그의 소리를 잘 이어받아 계승한 인물로, 2002년 국가무형문화재 판소리 ‘춘향가’ 예능보유자이기도 했다.

김세종제 ‘춘향가’에는 동편제의 꿋꿋한 기상과 서편제의 섬세한 정서가 함께 녹아 있다. 전체적으로는 대마디 대장단의 단단한 틀을 유지하면서도 평조와 우조의 선법이 유연하게 교차해, 장단의 흐름 안에서 감정의 폭이 커진다. 또한 이 소리는 중후하고 기품 있는 사설로 짜였는데, 춘향과 이도령이 몰래 사랑을 나누는 것이 아니라 춘향모의 허락을 받고 나서 화촉을 밝힌다든지, 춘향이가 오리정에 이별하러 나가서 여러 사람이 보는 앞에서 통곡하는 것은 요조숙녀로서 옳지 않다 하여 오리정으로 전송 가지 않고 춘향의 집 담장 안에서 이별하는 것 등이 그 예다.

민은경의 <완창판소리>는 전체 이야기를 만나 볼 수 있다는 점에서 판소리가 가진 서사성과 음악성의 매력을 온전히 볼 수 있는 무대다. 특히 ‘춘향가’는 전승 5가 가운데 가장 이야기성이 풍부하고, 인간사의 희로애락은 물론 이를 표현하는 음악적 수사 또한 다채로운 작품이다. ‘춘향가’에는 누구나 한 번쯤 들어 본 유명한 대목도 많지만, 사설과 음악적 구성이 뛰어남에도 잘 알려지지 않은 대목 또한 여럿 있다. 일례로 춘향과 몽룡이 첫날밤을 보내며 부르는 ‘사랑가’의 경우, “이리 오너라 업고 놀자~”로 시작되는 대목은 무척이나 유명하다. 그러나 “만첩청산 만첩청산 늙은 범이~”로 시작되는 진양조의 ‘긴사랑가’는 오늘날 ‘춘향가’의 모든 바디에 담겨 있음에도 일반 대중에게는 익숙하지 않다.


민은경은 이번 무대에서 약 여섯 시간에 걸쳐 자신이 배운 ‘춘향가’ 전체를 선보이려 계획하고 있다. 긴 시간이지만 꼼짝 않고 재밌게 ‘춘향가’를 즐길 수 있도록 준비하고 있다는 그. 단단한 소리 실력과 창극으로 다져진 표현력과 전달력으로 관객을 사로잡으리라 기대한다.

 

 

글. 송소라 고려대학교 민족문화연구원 연구교수. 고려대학교에서 고전문학을 전공하고 동대학원에서 석박사학위를 받았다. 고전서사·판소리·창극·전통문화에 관심을 두고 꾸준히 연구하고 있다. 『20세기 창극의 문화사』라는 책을 집필하였다.




국립극장 <완창판소리> 11월: 민은경의 춘향가 –김세종제

일정 2025-11-15 | 시간 토 15:00 | 장소 달오름극장 | 관람권 전석 2만 원 | 문의 02-2280-41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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