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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간 국립극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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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년 11월호 Vol. 4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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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가곡, 모든 세대를 아우르는 울림

달다 / 미리보기 4

국립합창단 <한국 가곡의 모든 것>

K-가곡, 모든 세대를 아우르는 울림

한국 가곡은 흘러간 추억의 노래가 아니다. 시대정신과 소명을 담아내고 고단한 일상에서도

사랑과 희망을 꿈꾸게 하는 시어詩語에 음악을 입혀, 그 정서를 생생히 되살린다.



ⓒ황필주



추석 연휴에 TV를 켜니 낯설면서도 반가운 장면이 펼쳐졌다. 외국 성악가들이 한국 가곡을 부르는 글로벌 경연 프로그램이었다. 심사위원장이 소프라노 조수미. 무려 45개국에서 286명의 성악가가 지원했고, 결선에서는 스페인 출신의 소프라노가 ‘아리아리랑’으로 대상을 차지했다. 다른 나라 성악가들이 ‘금잔디’ ‘명태’ ‘박연폭포’ ‘첫사랑’ 등을 또렷한 발음과 정확한 발성으로 부르는 모습은 놀랍고도 감동적이었다. 한국 가곡이 세계화의 길목에서 약진하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가곡歌曲은 시에 선율을 붙인 노래다. 국악의 가곡이 시조시에 가락을 얹는 전통을 잇는다면, 한국 가곡은 우리말 시를 가사로 삼아 서양 화성에 기초해 작곡된 예술가곡을 뜻한다. 홍난파의 ‘봉선화’를 시작으로 1920년대부터 등장한 한국 가곡은 시대가 바뀌어도 아름다운 노랫말과 선율, 깊은 서사로 울림을 주고 있다.

<한국 가곡의 모든 것>은 이런 전통과 현재를 잇는 자리다. 국립극장 2025-2026 레퍼토리시즌의 기획 공연으로, 단장 겸 예술감독 민인기가 지휘하는 국립합창단의 무대다. 지난해 큰 호응을 얻어, 이번에 한층 발전한 프로그램으로 선보인다. ‘가고픈 나의 고향’ ‘사랑 그리고 그리움’ ‘꿈을 향한 기다림’ ‘꽃잎에 담은 가을의 정수’라는 네 가지 테마로 구성, 가곡을 합창과 오케스트라로 새롭게 편곡해 들려준다.


‘가고픈 나의 고향’을 대표하는 한국 가곡으로는 박목월 시·이수인 곡의 ‘그리움’, 김재호 시·이수인 곡의 ‘고향의 노래’, 송길자 시·임긍수 곡 ‘강 건너 봄이 오듯’이 선곡되었다. 발표 시기는 각각 다르지만, 계절과 자연을 배경으로 고향을 그리워하는 마음을 노래한다는 점에서 서로 닿아 있다. 하늘의 구름처럼 이상적인 고향, 산업화 과정에서 떠나온 고향, 겨울 지나 봄을 맞이한 고향. 이 세 곡을 따라가다 보면, 마치 시간 여행을 하는 듯한 감정의 소용돌이를 경험하게 될 것이다.

‘사랑 그리고 그리움’을 노래하는 무대에는 아트팝으로 불리는 김효근의 ‘첫사랑’과 ‘눈’, 그리고 김소월의 시에 조혜영이 곡을 붙인 ‘못 잊어’가 오른다. 예술성과 대중성을 아우르는 한국 가곡의 새로운 시도, 아트팝은 온갖 장르의 음악이 범람하는 가운데서도 한국 가곡을 널리 알리는 데 중요한 역할을 했다. ‘눈’은 1981년 김효근에게 제1회 대학가곡제 대상을 안겨 준 작품이고, ‘첫사랑’은 1985년 결혼을 앞두고 신부에게 헌정한 곡이다. 국립합창단 전임 작곡가를 지낸 조혜영의 ‘못 잊어’(2010)는 합창곡이지만, 애틋하고 깊은 정서의 시와 선율 덕분에 바리톤 김기훈, 베이스바리톤 길병민 등 성악가들의 무대 레퍼토리로도 사랑받고 있다.

‘꿈을 향한 기다림’을 노래하는 한국 가곡은 김연준 시·곡 ‘청산에 살리라’와 한상억 시·최영섭 곡 ‘그리운 금강산’이다. ‘청산에 살리라’는 1973년 윤필용 사건에 연루된 김연준이 옥중에서 쓴 시에 곡을 붙여 이듬해 발표한 작품이다. ‘푸르른 기상을 잃지 않고 살리라’는 결연한 의지가 아름다운 선율 아래 스며 있는 노래다.

‘그리운 금강산’(1962)은 김효근의 노래들이 나오기 이전에는 가장 세계적으로 알려진 한국 가곡이 아닐까. 도밍고와 홍혜경의 연주 실황 음반 「라이브 인 서울」을 비롯해 안젤라 게오르규나 미샤 마이스키의 앨범에도 수록되어 있을 정도로 사랑받는 노래다. 남북 적십자회담이나 남북 이산가족 고향 방문 공연 등에서 울려 퍼지며 국민 애창곡으로 자리매김했다.

‘꽃잎에 담은 가을의 정수’라는 테마로는 ‘꽃’을 노래한 한국 가곡들이 오른다. 조동화 시·윤학준 곡 ‘나 하나 꽃 피어’와 김소월 시·윤학준 곡 ‘진달래꽃’, 그리고 황철익의 ‘꽃 파는 아가씨’다. ‘꽃’은 노래마다 서로 다른 의미로 피어난다.

‘나 하나 꽃 피어’(2018)는 2013년 발표한 조동화 시인의 시에 윤학준이 청주시립합창단의 위촉으로 작곡한 합창곡인데, 훗날 바리톤 김주택이나 베이스 구본수 등 많은 성악가가 불러 독창곡으로도 널리 알려졌다. 한 사람 한 사람의 노력으로 아름다운 꽃밭을 이룬다는 감동적인 메시지를 전한다. ‘진달래 꽃’은 2013년 <안동합창음악창작페스티벌> 대상 수상곡으로, 그전까지 동요와 성가 작곡을 하던 윤학준을 본격적인 가곡 창작의 길로 이끈 작품이다. ‘이별의 순간에도 사랑하는 님을 축복하겠다’는 김소월의 시가 마음을 울린다. 황철익의 ‘꽃 파는 아가씨’(1999)는 밝고 경쾌한 노랫말과 리듬으로 진달래꽃을 파는 소녀의 활기찬 모습을 그려 낸다. 국립합창단이 즐겨 부르는 합창곡 중 하나다.


작곡가들은 다양한 시도를 통해 한국 가곡의 지평을 넓히고 있으며, 성악가들과 합창단은 현대적 감각의 편곡이나 스토리텔링, 다각화된 연출의 무대로 더 많은 대중에게 다가가고 있다. <한국 가곡의 모든 것> 또한 그 흐름 속에 있다. 깊고 풍성한 합창의 울림으로 만나는 우리 가곡은 세대를 넘어 함께 공감하는 감동을 선사할 것이다.



글.한혜원 음악칼럼니스트. 『월간객석』 기자를 지냈고, 음악과 문학을 공부한 과거가 있다. 사소하고 소소한 일상에 울림을 주는 음악과 책 이야기를 좋아한다.



국립합창단 <한국 가곡의 모든 것>

일정 2025-11-11 | 시간 화 19:30 | 장소 해오름극장 | 관람권 R석 3만 원, S석 2만 원 | 문의 02-580-7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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