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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간 국립극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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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년 10월호 Vol. 4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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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악관현악, 명인의 산조와 접속 완료!

달다 / 미리보기 6
국립국악원 창작악단 <긴산조 협주곡Ⅱ>
국악관현악, 명인의 산조와 접속 완료!

산조는 한국 창작 음악의 젖줄이며, 새로운 곡을 낳는 영감의 근원이다.
따라서 산조 협주곡은 단순히 옛것을 재현하는 일이 아니라, 새로운 음악을 낳는 창조 과정의 일부이기도 하다.





2024년 4월 첫선을 보인 국립국악원 창작악단의 기획공연 <긴산조 협주곡>은 큰 화제를 모았다. 산조의 대가들이 직접 협연자로 무대에 서는 보기 드문 기획이었기 때문이다. 작곡가 이정호가 만든 이태백류 아쟁산조 협주곡에는 명인 이태백이, 김백찬이 쓴 원장현류 대금산조 협주곡에는 원장현이 나섰다.

관객들은 이 무대를 통해 산조의 원형을, 그것도 산조를 창시하거나 완성한 명인들의 손끝에서 직접 들을 수 있다는 점에 열광했다. 보통의 국악관현악 공연이 네다섯 곡을 엮어 보여 주던 것과 달리, 이 공연은 단 두 곡만을 내세웠다. 그러나 그 두 곡은 수십 년을 갈무리해 온 산조의 깊은 숨결을 담고 있었고, 명인들의 연주는 죽비 소리처럼 강렬했다.
아쟁의 현을 휘감는 관현악의 파도를 날렵하게 가르던 이태백의 활, 대금의 음향을 천상의 비행처럼 이끌어 내던 원장현의 호흡. 이 공연은 단순히 산조 협주곡을 듣는 자리가 아니라, 명인의 예술적 생애가 걸린 승부의 장이자 국악사의 새로운 이정표였다. 이처럼 ‘긴’ 산조 협주곡은 기존 협주곡과는 차별적인 미덕을 지닌다. 산조라는 장르를 ‘짧게 요약’하는 대신, 산조의 본령과 원형을 장시간에 걸쳐 협주의 문법 속으로 끌어들인다는 점이다.


‘짧은’ 산조와 ‘긴’ 산조


올해 공연을 앞두고 국립국악원 창작악단 예술감독 권성택은 이렇게 말했다. “산조는 음악적 긴장과 이완 속에서 연주자의 기교와 감정을 극대화하는 곡입니다. 기존 산조 협주곡이 짧은 버전을 무대에 올린 경우가 많았다면, 이번 <긴산조 협주곡Ⅱ>는 산조의 모든 장단과 가락을 담아 무대에 올리는 드문 시도라고 할 수 있습니다.”

산조는 느림에서 출발해 점차 속도를 높이고, 여러 장단과 변화를 거쳐 절정으로 치닫는 음악이다. 전통적으로 한바탕 산조는 30분에서 길게는 60분 이상 걸린다. 하지만 방송 무대, 경연 대회, 교육 현장에서는 산조를 길게 들려줄 수 없으니, 핵심 가락과 대표 장단만을 추린 ‘짧은 산조’가 필요했다. 보통 10~20분 내외, 때로는 8분짜리 압축본도 있다. 이는 대중화와 보급의 결과였다.

반대로 ‘긴산조’는 완전체로서, 한 유파의 역사와 철학을 모두 담아낸다. 그래서 긴산조는 산조의 진수가 담긴 ‘문법서’와 같고, 짧은 산조는 홍보를 위한 ‘포스터’ 같다. 두 가지가 병존해야만 산조의 생태는 지속 가능하다. 창작악단이 긴산조를 협주곡으로 택한 이유는, 바로 이 원형을 잃지 않고 미래로 이어가기 위함이다.



산조라는 음악적 아이디어


그렇다면 산조 협주곡의 역사는 언제 시작되었을까? 보통은 1965년 서울시국악관현악단 창단 이후라고 생각하기 쉽다. 하지만 사실은 그보다 앞선 1958년에 산조 협주곡이 이미 무대에 올랐다. 김희조(1920~2001)가 쓴 ‘가야금산조와 관현악을 위한 협주곡’이 바로 그것이다. 성금연류 가야금산조를 바탕으로 한 이 작품은 최초의 산조 협주곡으로 꼽힌다. 같은 해, 김동진(1913~2009)도 ‘가야금산조에 의한 가야금 협주곡’을 발표했다. 두 작품 모두 국악관현악단이 태동하기 전이었으니, 서양식 관현악단과 함께한 곡들이었다.

왜 하필 산조였을까? 산조는 그 자체로 창작 국악의 원료이자 연료다. 잘 만든 창작 국악을 들여다보면 산조의 리듬과 가락이 생명줄처럼 흐른다. 산조는 한국 창작 음악의 젖줄이며, 새로운 곡을 낳는 영감의 근원이다. 따라서 산조 협주곡은 단순히 옛것을 재현하는 일이 아니라, 새로운 음악을 낳는 창조 과정의 일부이기도 하다.




협주곡으로 다시 태어나는 두 명인, 두 유파


올해 2025-2026 국립극장 레퍼토리시즌의 하나로 막을 올릴 <긴산조 협주곡Ⅱ>는 국립국악원 창작악단이 두 명인과 함께 국립극장 해오름극장에 오른다. 박범훈이 직접 작곡한 ‘박범훈류 피리산조’가 박범훈의 피리 협연으로, 박영란이 작곡한 ‘성금연류 가야금산조’를 지성자의 협연으로 선보인다.

박범훈은 연주자이자 작곡가로서 산조 협주곡의 역사를 몸소 써 내려온 인물이다. 1988년 피리산조 협주곡 ‘바라지’를 발표한 뒤, 1995년 22현 가야금 협주곡 ‘새산조’, 1997년 김일구류 아쟁산조 협주곡, 2020년 지영희류 해금산조 협주곡 등을 선보였다. 박범훈은 피리산조를 만들 때 남도의 계면조 가락뿐 아니라 경기 시나위의 선율까지 흡수해 자신만의 산조를 빚어냈다. 무엇보다 자신의 산조를 구성할 적에 오선보에 피리산조를 써 가며 기록했기에 서양식 작곡 개념으로 만든 산조로 손꼽힌다. 이번 무대에서는 짧은 산조를 토대로 한 ‘바라지’에 이어 ‘긴산조’의 전모를 들려줄 예정이다.

또 하나의 무대는 성금연류 가야금산조 협주곡과 그 주인공 지성자다. 성금연(1923~1986)은 안기옥의 산조를 토대로 자신만의 가락을 더하며 70분이 넘는 대곡을 완성했다. 그의 산조는 판소리 색채가 강해 ‘말 없는 판소리’로 불렸다. 이번 협주곡은 작곡가 박영란이 맡았다. 서양음악을 전공했지만, 2014년 강태홍류 산조 협주곡 ‘파사칼리아’, 2020년 최옥삼류 가야금산조 협주곡 ‘바림’ 등을 작곡하며 동서양을 넘나드는 창작을 이어 왔다. 그는 산조 협주곡을 통해 가야금의 다양한 가능성을 탐구해 왔다. 이번에는 성금연류 산조의 깊이를 관현악과 결합해 새로운 울림을 만들어 낼 것이다.




좌측부터 지휘 권성택 |  박범훈  |  지성자  |  박영란



전공자에겐 ‘초심’을, 국악 초심자에겐 ‘매력’을


1968년부터 국가는 산조를 무형유산으로 지정했는데, 그러면서 산조는 사회적으로 새로운 변화를 보여 줘야 하는 음악으로서가 아니라 전승과 보존을 문제 삼아야 할 무형의 자산으로 간주되었다. 하지만 산조가 무대 위에서 살아 움직이려면, 단순히 보존만으로는 부족하다. 산조가 가진 창조적 에너지를 현재의 무대와 관객에게 연결해야 한다. <긴산조 협주곡>은 바로 이 연결고리다. 그래서 산조의 가락이 관현악과 함께하는 <긴산조 협주곡>은 긴산조를 다시 들으며, 동시에 새롭게 경험하는 순간이다.

특히 이 공연은 국악 전공자나 깊이 있는 애호가뿐만 아니라, 처음 국악 공연을 찾는 관객에게도 권할 만하다. 그 이유는 산조는 궁중음악, 풍류방음악, 민속음악 등 여러 갈래로 구성된 국악 중에서도 가장 대중 친화적 장르인 민속음악의 한 갈래이기 때문이다. 대중에게 사랑받던 판소리 가락을 악기가 따라 연주하면서 생성된 장르이기에 애초부터 대중에게 가닿고자 하는 욕망이 살아 있는 음악이다. 특히 산조를 처음 접하는 관객이라면 연주의 흐름을 ‘느림→점차 빠름→절정’이라는 큰 호흡으로 따라가 보길 바란다. 복잡한 장단과 가락의 세부가 잘 들리지 않더라도, 그 전체적인 호흡과 긴장·이완의 리듬만으로도 충분히 감동할 수 있다. 또 관현악의 화려한 색채와 독주 악기의 날 선 선율이 주고받는 긴장을 주의 깊게 들으면, 산조 협주곡의 묘미가 더욱 또렷하게 다가올 것이다.

올가을 <긴산조 협주곡Ⅱ>는 산조의 원형을 되살리는 동시에 오늘의 감각으로 다시 듣는 드문 기회다. 전통과 현대가 만나는 접점에서 관객들이 어떤 감각과 깨달음을 얻을지, 또 산조가 여전히 ‘살아 있는 예술’임을 어떻게 확인하게 될지, 그 답은 공연장을 찾는 이들의 귀와 가슴속에 남게 될 것이다.



글. 송현민 음악평론가



국립국악원 창작악단 기획공연 <긴산조 협주곡Ⅱ>

일정 2025-10-26 | 시간 일 17:00 | 장소 해오름극장 | 관람권 R석 5만 원, S석 3만 원, A석 2만 원 | 문의 02-580-3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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