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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년 10월호 Vol. 423
목차 열기국립국악관현악단 <국악가요>
1980년대를 풍미한 ‘국악가요’가 대규모 관현악 편성으로 다시 태어난다.
중장년층에게는 반가운 추억이, MZ세대에게는 신선한 음악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국립극장 전속단체 국립국악관현악단이 하늘극장에서 <국악가요>를 선보인다. 이번 무대는 1970~1980년대 한국 대중의 마음을 사로잡았던 국악가요를 오늘의 감각으로 되살려, 국악의 대중화와 동시대적 확장을 모색하고자 마련됐다. 이번 공연은 돔형 원형극장인 하늘극장에서 펼쳐져 모처럼 국악가요를 집중하면서 감상하는 기회가 제공된다.
국악가요國樂歌謠의 뿌리는 일제강점기 민요풍의 대중가요였던 신민요新民謠에서 찾는다. 1930년대만 해도 대중음악의 주류는 신민요였다. 당시에는 생각 없는 젊은이들이 트로트를 부른다 하여 세상을 걱정하는 기성세대의 이야기가 『동아일보』 등에 소개될 정도였다. 신민요는 전통민요나 구전민요와는 달리 민요를 전통악기에 맞춰 부르기도 하고, 서양식 음계에 맞춰 편곡하기도 해 당시 대중에게는 색다른 느낌의 민요로 유행하게 됐다. ‘노들강변’ ‘태평가’ ‘조선타령’ 등은 충족과 허무, 체념 등의 조선인 정서가 배어 있는 대표적 신민요다. 유성기 음반을 타고 대중의 마음속에 자리 잡았던 신민요는 한국과 서양의 음악이 합쳐진 혼종성으로, 지금의 K-팝 한류의 진화 발전상과도 일맥상통한다.
하지만 1950년대 들어 미국의 대중음악이 들어오고 미군부대 공연 시장이 순식간에 커지면서, 신민요는 대중 사이에서 조금씩 멀어져 갔다.
국악가요는 1970년대 후반 이런 환경을 딛고 탄생한 음악이다. 이때 본격적으로 민요풍 창작가요를 만들고 연주하며, 부르는 사람들이 등장했다. 국악가요는 국악의 장단과 가락에 대중가요의 형식과 감성을 더하며, 누구나 쉽게 따라 부를 수 있는 멜로디로 인기를 얻었다. 국악가요에서 ‘국악’은 우리 것, ‘가요’는 대중적인 것을 의미한다. 필자는 1970년대 후반 대학생 시절 캠퍼스에서 데모하는 학생들이 하얀색 한복을 입고 민중가요와 함께 국악가요를 부르는 걸 목격한 적이 있다. 당시 필자에게 국악가요는 우리 것임에도 불구하고 낯선 느낌과 함께 생각보다 친근하게 적응되는 음악으로 다가왔다. 따라 부르기도 좋았다. 당시 대학가를 중심으로 폭발적인 인기를 얻었던 통기타 포크 음악, 발라드, 록 음악과는 완전히 다른 느낌이었다. 외세를 배격했던 이들은 서구 음악, 전자음 위주의 대학 축제도 우리 민요와 국악가요, 민중가요를 부르는 ‘대동제’로 바꾸기도 했다.
1970년대 후반과 1980년대 국악가요의 확산은 김영동·조광재·채치성 등 창작국악실내악단 ‘슬기둥’의 활약에 기인하고 있다. ‘슬기둥’은 국내뿐 아니라 일본 등 해외에서 수많은 공연을 하며 우리 음악을 알렸다. 이들은 우리 고유 전통에 머무르지 않고 양악을 접목하는 대담한 ‘퓨전성’과 ‘실험성’으로 국악 장르의 다양성을 추구했고, 세련된 느낌을 주면서도 한국인의 삶과 정서를 담아낸 독자적 장르로 자리매김했다. 그럼에도 이후 한국 대중음악에서 국악가요는 점점 희미해져 갔다.

이번 국립국악관현악단 <국악가요> 공연은 이러한 흐름을 국악관현악과 함께 본격적으로 재조명하고, ‘국악가요’라는 장르가 가진 문화적 의미와 확장 가능성을 새롭게 보여 준다. 따라서 이번 공연은 단순한 복고나 회고가 아닌, 국악가요의 형성과 발전 과정을 돌아보며 그 음악적 가치와 문화적 의미를 새롭게 확인하는 자리가 될 것으로 보인다. 그래서 지금의 대중음악 속에서도 국악가요의 정신과 무드가 어떻게 살아 있는지를 확인하는 시간도 될 것이다. 그뿐만 아니라 이번 국악가요 공연은 아이돌 음악 일변도인 글로벌 한류 시장에서 장르 다양화를 통한 새로운 국악 한류까지 모색하는 계기로 삼아도 될 것 같다.
이번 공연 지휘와 해설은 국립국악관현악단 예술감독 채치성이 맡는다. 그는 ‘슬기둥’의 창단 멤버이자 작곡가로 국악가요의 황금기를 직접 경험하고 이끌어 온 인물이다. 이번 무대에서 그는 지휘자로서 국악관현악의 풍성한 울림을 만들어 내는 동시에 해설자로서 관객에게 국악가요가 지닌 역사와 미학을 친근하게 풀어낼 예정이다. 채치성의 다양한 경력과 경험은 이번 국악가요 공연을 더욱 풍성하게 안내하는 역할을 할 것이다.
이번 공연 협연자 또한 국악가요의 정체성을 대변하는 인물들이 대거 참여한다. 국악가요 1세대 소리꾼 강호중을 비롯해 전명신·주병선·홍승희·이소연·이광복이 무대에 올라 각자의 목소리와 개성으로 노래의 감동을 이어 간다. 이들은 국악가요가 시대마다 품어 온 정서를 각기 다른 방식으로 표현하며, 무대 위에서 새로운 하모니와 시너지를 만들어 낸다. 프로그램은 국악가요의 대표곡과 창작곡 12곡으로 구성된다. 공연은 국악관현악을 위한 ‘찬란함 속으로’로 문을 연다. 채치성의 대표곡 ‘꽃분네야’를 국립국악관현악단 상주작곡가 손다혜가 국악관현악으로 새롭게 해석했다. 이어서 김영동의 ‘어디로 갈거나’, 조광재의 ‘산도깨비’, 채치성의 ‘독도아리랑’과 ‘타버린 사랑’, 박범훈의 ‘배띄워라’ 등이 무대에 오르며, 여기에 ‘아버지의 노래’ ‘가시버시 사랑’ 등 다양한 곡이 더해져 국악가요의 스펙트럼을 한눈에 조망할 수 있도록 꾸며진다.
‘국악가요’는 1930년대 일제강점기 신민요에서 출발했지만, 1970년대 국악에서 대중가요가 합쳐져 국악가요라는 음악 갈래가 생겼다. 이번 공연은 그런 국악가요를 새롭게 조명하는 자리다. 그것은 ‘퓨전국악’이나 국악과 다른 음악 장르를 혼합해 새로움을 창조하는 ‘크로스오버 국악’이라는 다양성으로 발전할 에너지를 확인하는 시간이기도 하다.
2021년 JTBC 서바이벌 음악 방송 <풍류대장 - 힙한 소리꾼들의 전쟁>의 1대 우승자로, 전통음악과 팝의 크로스오버를 통해 새로운 장르인 ‘조선팝’을 창시한 서도밴드 음악의 정신과 정서는 ‘국악가요’와 맥락이 닿아 있다. 이번 공연은 1980년대를 풍미한 ‘국악가요’가 국립국악관현악단의 대규모 관현악 편성으로 다시 태어나는 걸 볼 수 있는 좋은 기회다. 나이 든 관객에게는 익숙한 노래를 새로운 편성, 또 다른 감성으로 체험하는 시간이 될 것으로 보인다. MZ세대들은 국악가요의 장단과 가락에서 요즘 K-팝 훅Hook 라인과의 유사성을 발견할지도 모른다.
국립국악관현악단은 이번 <국악가요> 공연이 과거의 향수를 불러일으키는 것에 머물지 않고, 지금의 국악관현악과 만나 여전히 현재진행형의 예술일 수 있음을 증명하려고 한다. 또한 이번 공연을 통해 전통과 현대를 잇는 교량으로서 역할을 재확인하고, 국악의 대중적 저변을 확대하고 우리 음악이 가진 확장성과 미래 가능성을 제시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그렇다면 <국악가요> 공연은 한국 전통문화와 현대 K-팝을 융합해 무속신앙, 전통 소품, 음식, 패션 등 다양한 한국적 요소를 사실적으로 재현한 넷플릭스 애니메이션 <케이팝 데몬 헌터스>가 전 세계적 인기를 끌고 있는 지금이 최적기다.
국립국악관현악단 <국악가요>
일정 2025-10-25 | 시간 토 15:00 | 장소 하늘극장 | 관람권 전석 5만 원 | 문의 02-2280-41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