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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간 국립극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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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년 10월호 Vol. 4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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욕망과 파멸의 여정, 국립극장에서 만나는 고전

달다 / 미리보기 2

극단 툇마루 <욕망이라는 이름의 전차>

욕망과 파멸의 여정,
국립극장에서 만나는 고전

인간은 욕망으로 움직이는 존재다. 그렇기에 흔히 우리 삶을 비춘다고 일컬어지는 예술 작품은
모두 무엇인가를 갈망하는 인물을 그린다. 작중 인물들은 대개 그 욕망 앞에 추락하고,
끝내 파멸하며 비극적 최후를 맞이한다. 이 작품 역시 마찬가지다.





테네시 윌리엄스의 <욕망이라는 이름의 전차>는 20세기 초 급격한 산업화와 남부 상류사회의 쇠퇴 등 급변하는 미국 사회 속 몰락한 귀족 출신 여주인공 블랑쉬와 그녀의 여동생 남편 스탠리를 비롯한 인물들의 욕망과 갈등을 담아냈다.
테네시 윌리엄스는 유진 오닐, 아서 밀러 등과 함께 미국의 현대 연극을 대표하는 작가다. 그런 그에게 <욕망이라는 이름의 전차>는 1947년 초연 이후 뉴욕 극비평가협회상과 퓰리처상을 안겨 준 작품이다. <유리동물원> <뜨거운 양철지붕 위의 고양이>와 함께 그의 대표작으로 꼽히기도 한다.
연극의 인기에 힘입어 영화로도 제작됐는데, 당대 최고의 배우들이 참여했다. 비비언 리가 블랑쉬를, 말런 브랜도가 스탠리를 연기한 동명의 영화는 제24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여우주연상·여우조연상·남우조연상·미술상 4개 부문을 수상하는 쾌거를 거뒀다.
<욕망이라는 이름의 전차>가 한국에서 공연되는 건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민간 극단에 의해 여러 차례 국내 무대에 올랐으며, 박해미를 비롯한 유명 배우들도 작품에 참여한 적 있다. 극단 툇마루도 이 대열에 합류한다. 극단 툇마루가 오는 10월 9~10일 국립극장 달오름극장에서 선보이는 연극은 고전 격인 작품에 현대적 색채를 덧입혔다. 주인공 블랑쉬에는 방은희와 한다감이, 스탠리는 이세창과 강은탁이 연기한다. 미치 역에는 박형준이, 스텔라 역에는 서지유·김세람이 캐스팅됐다.


“사람들이 욕망이라는 이름의 전차를 타고 가다가 묘지라는 전차로 갈아타서 여섯 블록이 지난 다음, 극락이라는 곳에서 내리라고 하더군요.”

“여기가 거기예요. 여기가 바로 극락이에요.”

<욕망이라는 이름의 전차>에서 가장 유명한 대목이자 작품의 도입부다. 명문가 출신 블랑쉬가 뉴올리언스에 있는 여동생 스텔라를 찾아가는 장면인데, ‘극락’이라는 말과 달리 해당 대목은 앞으로 블랑쉬가 겪을 불행한 미래를 암시한다. 결국 블랑쉬의 희망은 폭력적인 스탠리에 의해 무너져 내린다. 숨기고 싶었던 과거가 파헤쳐지고 원치 않는 관계까지 맺게 된다. 그리고 작품은 블랑쉬의 대사로 마무리된다. “난 항상 낯선 사람들의 친절에 의지해 왔어요.” 누군가에게 사랑받고 싶었던 블랑쉬의 욕망은 그렇게 이뤄지지 못한 채 사라진다.

“인간의 뒤틀린 욕망이 결국 파멸을 불러일으키는 건 과거나 현재나 똑같아요.” 개막을 한 달여 앞두고 연습으로 바쁜 가운데 전화로 만난 연출가 조금희는 이같이 말했다. 그의 설명대로 초연된 지 70년도 넘은 이 작품의 생명력은 바로 여기에 있다. 욕망을 이기지 못해 가족을 향해 칼끝을 겨누고 끔찍한 성범죄가 자행되는 현실은 1947년 미국 빈민가나 2025년의 대한민국이나 다르지 않다는 것.
많은 문제를 개인의 것으로 치부해 버리고 끝내 외면하는 사회 분위기 역시 여전하다. 조금희는 “누군가가 블랑쉬의 내면 깊숙한 외로움을, 부르짖음을 들어 줬다면 이런 일은 생기지 않았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런 현실 속에서 작품은 여전히 소구력을 갖는다.

작품의 배경이 되는 뉴올리언스를 생생히 그리는 동시에 인물들의 내면을 섬세히 묘사하는 무대 역시 보는 재미를 더한다. 미국 미시시피강 하구에 위치한 대도시 뉴올리언스의 술집은 흑인과 백인이 어울리는 혼종성을 반영하는 동시에 당시 빈민가의 양상을 적나라하게 보여 준다. 이곳은 수많은 인물의 욕망이 들끓는 장소이기도 하다. 여기에 블랑쉬가 몸을 누이는 작은 침대도 함께 놓인다.
조금희의 무대에는 특별한 점이 하나 더 있다. 인물들의 내면을 직관적으로 보여 주기 위한 장치를 덧붙였다. 얇고 투명한 막 뒤편에서 때로는 무용수가 춤을 추고, 때로는 색소폰 연주자가 음악을 연주하며 블랑쉬의 아픔이나 스탠리의 폭력성을 극대화하는 식이다. 이들은 마치 그림자처럼 무대에 공존하며 인물의 내면을 시각화한다. 불필요한 것은 덜어 내고 필요한 것만 남기겠다는 그의 연출 방식인 셈이다.
나아가 사실주의 희곡인 만큼 그동안 <세일즈맨의 죽음> <헤다 가블러> 등 고전 영문 희곡을 꾸준히 연출해 온 것은 물론 <고도를 기다리며>와 같은 부조리극으로 영문학 박사학위를 받은 자신의 노하우를 집약했다. 조금희는 “그동안 해왔던 부조리극은 자기 나름대로 해석할 수 있지만 심리극, 사실주의 연극은 해체하기보다 고전의 매력을 잘 살려야 한다. 고전답게, 이전과는 결이 다른 작품을 선보일 것”이라며 자신감을 드러냈다.



글. 김유진 『문화일보』 문화부 기자. 2024년 입사 이래 평일 저녁은 물론 주말에도 연극· 뮤지컬·무용을 비롯한 공연 관람을 위해 극장을 찾으며, ‘덕업일치’의 삶을 살고 있다.



극단 툇마루 <욕망이라는 이름의 전차>

일정 2025-10-09 ~ 2025-10-10 | 시간 목·금 15:00, 19:00 | 장소 달오름극장 | 관람권 R석 7만 원, S석 5만 원, A석 3만 원 | 문의 02-764-898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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