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으로 바로가기 메인메뉴 바로가기

이 누리집은 대한민국 공식 전자정부 누리집입니다.

공식 누리집 확인방법
공식 누리집 주소 확인하기

go.kr 주소를 사용하는 누리집은 대한민국 정부기관이 관리하는 누리집입니다.
이 밖에 or.kr 또는 .kr등 다른 도메인 주소를 사용하고 있다면 아래 URL에서 도메인 주소를 확인해 보세요.

운영중인 공식 누리집보기
단체 바로가기
전체메뉴 열기
퀵메뉴

계간 국립극장

  • 소식 · 참여
  • 계간 국립극장

2025년 10월호 Vol. 423

목차 열기

한의 강에서 피어난 희망, 춤으로 노래하는 『토지』

달다 / 미리보기 1
전유오 춤·소리·어울림 <토지>
의 강에서 피어난 희망,
춤으로 노래하는 『토지』

시대의 고난 속에서 민족의 울림이 농현弄絃하고,

개개인의 한이 연처럼 하늘로 올라 소망이 되어 가벼워지길.




300만 부 이상 판매된 박경리 작가의 대하소설 『토지』는 많은 예술가에게 영감을 줬고, 드라마와 영화 등 다양한 장르로 재탄생하며 세대를 초월한 감동을 이어 왔다. 이처럼 많은 사랑을 받은 소설 『토지』가 무대 위에 오른다.

한국 근현대사의 숨결이 서린 이 작품은 단순한 문학을 넘어 우리 민족의 희로애락을 담은 거대한 서사시다. 구한말부터 일제강점기까지 격동의 시대를 지나온 인물들의 삶과 사랑, 그리고 고뇌는 독자에게 깊은 울림을 선사했다. 특히 길상과 서희를 비롯한 등장인물들이 겪는 비극적 운명과 그들이 지켜 내고자 했던 삶은 오늘날에도 강렬한 메시지를 전하고 있다.

소설 『토지』 5부작 중 제1부를 기반으로 하는 <토지>는, 우리 민족의 뿌리 깊은 서사와 역사를 춤과 소리의 언어로 확장해 깊은 울림을 선사한다. 그렇기에 단순히 고전의 내용을 따라가는 것을 넘어 격동의 시대를 살아낸 인간의 정서와 정체성을 몸짓으로 승화시킬 것으로 기대된다.



‘한’을 넘어 ‘생명’으로


이번 공연의 핵심은 한을 희망으로, 연민을 능동적인 생명력으로 바꾸는 데 있다. 총안무와 연출을 맡은 전유오는 『토지』를 읽으며 “생명으로서의 존재와 삶에 대해 가졌던 질문이 더 큰 질문으로 확대됐다”라고 밝혔다. “시대의 고난 속에서 민족의 울림이 농현弄絃하고, 개개인의 한이 연처럼 하늘로 올라 소망이 되어 가벼워지길 바란다”는 그의 연출 의도가 작품 전체를 관통하고 있다. 총 12개 장으로 구성된 이번 공연은 원작의 방대한 서사를 압축하면서도 인물들의 내면을 섬세하게 펼쳐낸다.

작품은 섬진강의 물결과 은은한 선율 속에서 시작된다. 토지와 농민들의 삶, 그 안에 서린 한과 꿈은 소리로 흘러간다. 주인공 서희가 무대 위에 홀로 서는 순간, 생의 울림이 안개처럼 번져 간다. 이렇게 열린 첫 장면은 곧 구천의 절규와 별당아씨의 운명, 서희의 몸부림으로 이어지며 절망과 간절함의 세계를 드러낸다. 뒤이은 추석 타작마당에서 펼쳐지는 흥겨운 오광대놀이조차 용이와 월선의 비극적 사랑, 강청댁의 분노가 교차하며 삶의 갈등으로 변해 간다.

4장에 들어서며 비극은 점점 심화된다. 구천은 별당아씨와 함께 우관선사에게 구원을 청하며 과거 동학의 기억과 자신의 운명을 마주한다. 이어 귀녀와 김평산의 음모로 최치수가 살해되고, 윤씨 부인의 회한과 귀녀의 최후는 욕망과 사랑, 한의 정점으로 치닫는다. 길상과 봉순, 서희가 개나리꽃을 매개로 함께 춤추는 장면은 다시 봄빛 같은 희망을 불러낸다. 그리고 도망쳤던 임이네의 귀환, 조준구와 홍씨의 탐욕, 그리고 병수의 순수한 마음이 얽히며 인간사의 대비가 무대를 채운다. 한편 역병과 흉년이 마을을 덮치며 수많은 이가 죽음을 맞지만, 새로운 생명이 태어나 삶과 죽음의 순환을 보여 준다. 서희는 할머니의 마지막 유산인 장롱의 막대기를 떠올리며 시련을 이겨 낼 힘을 다진다. 봉순은 소리의 재능을, 구천은 허무를 깨달으며 각자의 길을 이어 간다.

이윽고 민중을 중심으로 의병이 일어나고, 일본군의 탄압 속에서도 민족의식은 고양된다. 서희는 연못가에서 죽음을 결심했으나 ‘내가 왜 죽지?’ 하는 깨달음으로 다시 삶을 붙든다. 결국 서희와 길상, 봉순, 임이네는 조국 산천을 뒤로한 채 간도로 떠난다. 마지막 장면에서 잃어버린 조국을 되찾기 위해 떠나는 이들의 춤은 자유와 해방을 향한 다짐을 표현하며, 끝이 아닌 새로운 시작을 알린다.



춤과 소리로 되살아난 한의 서사, 그 깊은 울림


춤·소리·어울림 <토지>는 박경리 작가가 『토지』에 담아낸 민족의 한과 삶의 질긴 생명력을 춤과 소리라는 새로운 예술 언어로 재해석한 작품이다. 이번 무대는 단순한 스토리텔링을 넘어 인간 내면 깊은 곳에 있는 절망과 희망, 고통과 사랑을 몸짓으로 표현한다. 특히 오광대놀이, 동학당 군무, 한과 울분을 토해 내는 개인의 춤사위 등 다양한 형식의 춤은 작품의 서사를 더욱 풍성하게 만들 것으로 보인다.

전유오는 한국무용의 아름다움을 전하고 한국적 움직임을 기반으로 한 창작 활동을 해온 무용가다. 사람과 땅을 기반으로 한 공동체와 정체성에 대한 사유를 하나의 어울림으로 풀어낸 그는 “사유와 감동이 두려움과 환희의 양날이 됐다. 두려움은 위대한 원작에 대한 것이며, 환희는 마침내 춤과 융합돼 세상에 내놓는 탄생의 순간을 준비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또한 호찌민 시티 발레 심포니 오케스트라 & 오페라극장Ho Chi Minh City Ballet Symphony Orchestra and Opera의 안무가 훙 푹 응우옌Hung Phuc Nguyen이 협력안무로 참여했다. 음악에는 21세기 한국음악프로젝트 대상을 수상한 국악그룹 bud의 고만석, 무대미술에는 연극·창극·뮤지컬 등 다양한 공연 장르에서 활동해 온 시노그라퍼 임충일이 참여해 무대를 한층 완성도 있게 만들었다.

이번 공연은 우리에게 익숙한 『토지』를 시각적·청각적으로 새롭게 경험하는 기회가 될 것으로 보인다. 특히 춤과 소리로 표현되는 섬진강의 흐름과 인물들의 내면, 그리고 격동의 시대는 관객에게 깊은 인상을 남길 것으로 기대된다. 춤·소리·어울림 <토지>는 단순한 예술 관람을 넘어 우리가 잃어버린 조국 산천을 되찾기 위해 고난을 감내했던 선조들의 삶을 되새기는 무대가 될 것이다.

우리가 알고 있던 『토지』의 이야기 위로 펼쳐질 새로운 무대 언어와 미학은 과연 어떤 모습일까? 수많은 인물의 희비가 교차하는 길상의 삶을 따라, 잃어버린 땅을 되찾으려는 인간의 간절한 투쟁이 어떻게 그려질지, 그리고 그들의 꺾이지 않는 생명력이 어떻게 표현될지 궁금증을 자아낸다. 시대를 초월해 우리의 마음을 흔드는 『토지』의 서사를 다시 만날 준비가 됐다면, 이 공연은 특별한 경험이 될 것이다.



글. 한민아 『더프리뷰』 기자



전유오 춤·소리·어울림 <토지>

일정 2025-10-02 ~ 2025-10-03 | 시간 목 19:30 금 17:00 | 장소 달오름극장 | 관람권 R석 5만 원, S석 3만5천 원, A석 2만 원 | 문의 02-798-1479

메뉴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