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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간 국립극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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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년 6월호 Vol. 4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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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상한 민요 나라로의 초대

달다 / 미리보기 3

국립극장 2025 <여우락 페스티벌>

요상한 민요 나라로의 초대


애초에 앨범이나 공연 프리뷰를 잘 맡지 않는다. 이유는 단순하다. 결과물이 보장되지 않는 까닭이다.

이를 뒤집어 말하면 다음과 같다. 그것이 신뢰의 브랜드일 경우에만 프리뷰를 수락한다.

<여우락 페스티벌>이라면 더 말할 것도 없다.






페스티벌에 가서 느낀 충격과 환희의 순간을 잊지 못한다. 그것은 줄곧 서양음악만 들어온 내 인식의 석고상이 파괴될 때만 느낄 수 있는 미증유의 음악적 쾌감이었다. 낯설기에 더욱 반가운 희열이었다. 비단 나만의 소감은 아니다. <여우락 페스티벌>(이하 여우락)에 가 본 팬이라면 대부분 동의할 거라고 확신한다.


바야흐로 페스티벌 전성시대다. 페스티벌 간판을 단 거대 이벤트가 주변에 차고 넘친다. 구름 관중이 몰리고, 환호성이 그 공간을 뒤덮는다. 나 역시 여러 국내외 페스티벌에 가서 탁월한 뮤지션과 밴드의 라이브를 감상했다. 관객은 냉정하다. 철저한 준비가 없다면 단발성 호응은 끌어낼 수 있을지언정 지속성을 일궈 내기란 불가능하다. 그 와중에 성장과 확장을 꾸준히 거듭한 페스티벌이 하나 있다. 자료에 따르면 2010년 시작 이래 약 8만 2천여 명의 관객이 찾았다고 한다. 그렇다. <여우락>이다.

널리 알려져 있다시피 ‘여기, 우리 음악樂이 있다’를 줄여 ‘여우락’으로 명명되었다. 기반은 우리 음악이다. 단, 우리 음악의 가치를 오직 보수적으로 수호하는 태도만을 취하지 않는다. 세상이 변했다. 사람도 변했다. 음악도 변했다. 공연 문화도 변했다. 시선을 바꿔야 한다.

이런 관점에서 <여우락>은 선구자와도 같다. 우리 음악이 절대 고인 물이 아님을 앞장서서 증명했다. 전통은 수정 불가와 동의어가 아니다. 전통에도 얼마든지 변주가 들어가고 변화를 이끌어 낼 수 있다. 그래야 도태되지 않고 살아남을 수 있다. 당연한 이치다.


<여우락>이 신뢰의 브랜드라면 올해 여우락의 예술감독으로 선임된 이희문은 그 신뢰를 더욱 끌어올릴 적임자다. 밴드 씽씽의 충격적 데뷔를 지금도 기억한다. 당연한 말이지만 내 주변은 음악 관련한 지인으로 가득하다. 심지어 한국에서 라이브를 한 것도 아니었는데 그들 모두가 씽씽을 언급했다. 우리 음악의 새로운 가능성을 제시한 그들의 존재에 다가가고 싶어 했다.






이후에도 그는 우리 음악의 확장성을 끊임없이 실험했다. 재즈 밴드 프렐류드, 인디 밴드 까데호 등과 함께 발표한 결과물이 증명한다. 그의 음악에서는 우리 음악과 재즈, 레게, 디스코 등의 서구 장르가 마치 한 몸인 것처럼 작동한다. 요사스럽게 흐느적거리다가도 넘치는 흥으로 소리를 마음껏 부리고, 단련된 절제로 그 흥을 절묘한 수위에서 조절한다. 어느 모로 봐도 대가의 음악이다.

이희문은 2014년부터 <여우락>과 인연을 이어 왔다. <제비·여름·민요>(2014) <한국남자>(2016) <씽씽락락>(2017) <13인의 달아나 밴드>(2019) 등을 통해 우리 음악을 창조적으로 풀어낸 무대를 <여우락>에서 처음 선보였다. 분명하게 말할 수 있다. 올해 <여우락>에도 이희문만큼이나 당신의 세계를 뒤흔들어 놓을 음악가가 여럿 있다.


주요 콘셉트는 ‘민요의 재발견’이다. 개막작과 폐막작을 포함해 총 12개의 풍성한 공연이 예정되어 있다. 출연진 규모로 따지면 180여 명에 달한다. 역대급 규모인 셈이다. 이희문의 말을 먼저 듣는다.


“민요는 지금 시대에도 여전히 살아 숨 쉬는 음악입니다. 그 진정한 힘은 사람과 사람을 잇는 데 있어요. 이번 <여우락>이 모두가 기꺼이 빠져들 수 있는, 낯설면서도 매혹적인 음악의 세계가 되길 바랍니다.”


어쨌든 중심은 민요다. 여기에 팀마다 다양한 해석과 변주를 통해 관객을 즐겁게 해줄 것이다. 이희문과 페스티벌 측의 말을 빌리면 “요상한 민요 나라로의 초대”라고 한다. 과연 흥이 넘실거리고, 신명이 들어찰 것이다. 페스티벌의 포문을 여는 ‘들어오는 문’부터 심상치가 않다. 민요 나라의 시작을 여는 이 공연의 문지기는 다름 아닌 이희문이다. 그가 ‘요상한 민요 나라 히무니’를 타이틀로 걸어 시작과 함께 관객을 매혹할 것이 분명하다.

페스티벌의 각 파트는 다음과 같이 나뉜다. ‘수호자’ ‘연금술사’ ‘마법사’. 아마 짐작할 수 있을 것이다. ‘수호자’에서는 좀 더 민요에 집중한 무대가 펼쳐지고, ‘연금술사’와 ‘마법사’에서는 더욱 크로스오버 성격이 짙은 공연이 예정되어 있다.






출연진은 가히 전 장르를 넘나든다. 한국 대중음악을 상징하는 얼굴이라 할 인순이, 서도소리 전승교육사 유지숙, 재즈 드러머 한웅원, 전통 장단 연주자 박범태가 꾸밀 무대는 대체 어떤 만듦새일지 상상하기조차 어렵다. 이러한 예측 불가능성이야말로 <여우락>이 줄 수 있는 주요한 즐거움이다. 깊이 있는 목소리 하면 떠오르는 가수 최백호는 창작 그룹 공명을 이끌고 있는 박승원과 파트너로 나선다. ‘청춘가’라는 타이틀을 내건 만큼 짙은 노스탤지어로 관객의 감성을 끌어올릴 것이다. 클래식 크로스오버 트리오 레이어스 클래식은 경서도소리를 기반으로 하는 보컬 트리오 긴 요자들과 함께한다. 클래식과 민요가 감각적으로 굽이치고, 드라마틱하게 섞이는 무대를 상상할 수 있을 것이다. 밴드 까데호는 소리꾼 정은혜와 더불어 ‘사우스바운드Southbound’라는 간판 아래 우리의 소리를 해체하고 재해석할 예정이다. 마무리는 8도9룹이 맡는다. 다양한 장르의 차세대 뮤지션들로 구성된 9팀이 함께 모여 ‘지금 우리 시대의 민요’를 각자의 방식으로 재해석할 예정이다. 경기·충청·강원·경상·평안·황해·함경·전라·제주의 소리가 하나의 공간에서 과연 어떻게 울려 퍼질지, 기대하지 않을 수 없다.


내가 자주 끌어오는 잠언이 있다. “과거가 현재를 구성하는 것이 아니라 현재가 과거를 구성한다.”라는 것이다. 곱씹어 보면 그렇다. 현재의 관점에서 우리 음악을 해석하는 태도를 통해 우리 음악이라는 과거를 또한 재구성할 수 있다. 즉 현대적 해석을 거쳐야 우리 음악은 비로소 박제되지 않고 더 긴 생명력을 일궈 낼 수 있는 것이다. 그러니까 관객과 유리된 영역으로 우리 음악이 빨려 들어가기 전에 그것을 꽉 붙들고, 재창조해야 한다. 이를 통해 우리 음악의 시야는 넓어지고, 사정거리는 길어질 것이다. 무엇보다 <여우락>의 과거와 현재가 이를 증명한다.



글. 배순탁 음악평론가. <배철수의 음악캠프> 작가



국립극장 2025 <여우락 페스티벌>

일정 2025-07-04 ~ 2025-07-26 | 시간 평일 19:30, 주말 15:00 | 장소 달오름극장, 하늘극장

관람권 전석 3만 원 | 문의 02-2280-41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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