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누리집은 대한민국 공식 전자정부 누리집입니다.
go.kr 주소를 사용하는 누리집은 대한민국 정부기관이 관리하는 누리집입니다.
이 밖에 or.kr 또는 .kr등 다른 도메인 주소를 사용하고 있다면 아래 URL에서 도메인 주소를 확인해 보세요.
2025년 6월호 Vol. 419
목차 열기「巖底幽花」
春歸紅瘦後 / 山密綠肥時
渡水幽香逼 / 隈巖異卉奇
晩叢憐隱逸 / 浪蘂惜興衰
自是能貞吉 / 天工豈有私
「바위 아래 그윽한 꽃」
봄은 가고 꽃은 이미 졌는데, 산중에 빽빽하게 녹음이 무성하여라.
물 건너니 그윽한 향기 풍기고 가까운데 언덕 위 바위틈에 기이한 풀 있구나.
늦은 떨기는 속세를 피한 듯 가련하고, 부질없는 꽃 흥망성쇠 애석하구나.
이로부터 정貞하고 길吉하나니 하늘의 일에 어찌 사사로움이 있으리오.

이 작품은 조선 초기의 문신이자 판한성부사判漢城府事, 곧 지금의 서울시장을 지낸 정이오鄭以吾, 1347~1434가 남산의 경치를 읊은 연작시 「남산팔영南山八詠」 중 한 편이다. 봄은 가고 꽃은 졌지만, 남산 바위틈엔 여전히 그윽한 꽃내음이 피어오른다. 시인은 소리 없이 피어난 늦은 꽃을 바라보며, 정직하고 길한 덕을 스스로 갖추고, 깊은 곳에서도 제자리를 지키는 존재의 가치에 대한 깨달음을 전한다. 녹음이 우거진 여름의 남산을 거닐다 보면, 우리도 저마다 바위틈에서 피어난 ‘그윽한 꽃’과 마주하게 될 것이다. 바위틈에 핀 풀꽃처럼, 이번 여름의 남산은 조용히 그러나 묵묵히, 우리를 맞이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