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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 12월호 Vol.371

수고했어, 올해도

미리보기 셋 | 국립국악관현악단 '윈터 콘서트'


음악이 건네는 더없이 따뜻한 위로


이런 일이 일어날 줄 알았을까. 늦겨울 바람에 실려 온 바이러스가 우리 곁에서 꼬박 한 해를 머물 줄은. 그 탓에 우리도 꼬박 한 해를 집에서만 보내게 될 줄은. 보고 싶은 공연, 가고 싶은 여행 맘껏 즐기지 못한 채 다시 겨울이 왔다. 시린 바람이 코끝에 스치고 하얀 입김이 날 때쯤 되니 아쉬운 마음이 더욱 밀려온다. 아, 한 해가 이렇게 갈 수도 있구나.

창밖은 연말이 가까워오며 조금씩 분주해진다. 마른 땅에 첫눈이 내려앉고 거리에 주홍 불빛이 반짝일 시간이다. 거리에선 연말 공연 현수막이 펄럭인다. 차가운 바람을 가르며 공연을 보러 가는 사람들. 사소한 풍경 하나하나 따뜻하고 소중하다. 그동안 공연이 열릴 수 있을지조차 아무도 확신하지 못했으니까. 다사다난한 2020년, 한 해를 무사히 살아낸 이들에게 국립극장이 따스한 연말 선물을 준비했다. 12월 30~31일 국립극장 하늘극장에서 열리는 ‘윈터 콘서트’다. 

매년 만원사례라는 뜨거운 호응을 받으며 관객에게 웃음 가득한 시간을 선사해 온 ‘윈터 콘서트’. 올해는 코로나19로 지친 몸과 마음을 위로할 콘서트로 준비된다. 마음이 몽글몽글해지는 영화음악과 연말 분위기를 자아내는 캐럴, 흥겨운 뮤지컬 넘버, 50인조 국악·서양 오케스트라의 웅장한 관현악까지! 어떤 음악들이 기다리고 있을까. 

몽골 대초원 음악부터 ‘미스터 션샤인’까지 
올해 ‘윈터 콘서트’의 문을 여는 작품은 몽골 작곡가 비르와M.Birvaa의 ‘말발굽 소리’와 샤라브B.Sharav의 ‘깨어난 초원’이다. 몽골의 광활한 대지, 드넓은 초원을 달리는 말들의 기세를 느낄 수 있는 곡들로, 2012년 국립국악관현악단과 몽골국가대합주단의 예술 교류 프로젝트 ‘초원의 소리’로부터 탄생했다. 황량한 초원이 풍요로워지기를 바라는 ‘깨어난 초원’, 민족의 마음과 행운을 상징적으로 표현하는 ‘말발굽 소리’를 연주하며 대지 너머 우리 삶도 풍요롭고 평안할 수 있기를 기원한다.  이색적인 몽골 전통 리듬은 한국의 전통 장단인 자진모리와 휘모리장단이 조화롭게 엮여 나간다. 몽골 리듬과 우리 장단을 비교해 가며 듣는 재미도 있다. 지휘는 담백하면서도 절제된 소리 속 국악기 본연의 음색을 담아내는 이승훤 국립국악관현악단 부지휘자가 맡았다. 

이어지는 무대는 드라마 ‘미스터 션샤인’에서 이병헌이 연기한 유진의 테마로 많은 이들의 가슴을 저리게 한 ‘마이 홈My home’이다. 오래된 영국 민요 ‘그린 슬리브스Green Sleeves’의 멜로디를 딴 서정적인 노래로, 사랑과 희망, 희생을 그려내는 곡이다. 우리에게 익숙한 마단조의 느린 선율은 국악·서양 오케스트라의 음색을 덧입어 아름다운 서정으로 거듭난다. 

‘필름 콘서트’는 ‘윈터 콘서트’ 가운데 특별히 사랑받는 프로그램이다. 무대 위 스크린에 흐르는 영화 하이라이트를 국악·서양 오케스트라 반주로 감상하는 작은 시네마 콘서트다. 2018년 ‘나홀로 집에’, 2019년 ‘러브 액츄얼리’에 이어 올해는 데이미언 셔젤Damien Chazelle 감독의 ‘라라랜드’를 선보인다. 재즈 피아니스트를 꿈꾸는 세바스찬과 배우 지망생 미아가  사랑에 빠지는 이야기 ‘라라랜드’는 로스앤젤레스의 아름다운 풍광과 보랏빛 밤의 스윙댄스, 재즈 선율과 우수에 젖은 멜로디로 많은 이들의 감성을 자극한 영화다. ‘라라랜드La La Land’, 꿈의 나라라는 제목에 걸맞은 몽환적이고 따스한 색감, 불안하지만 아름다운 청춘의 한 페이지는 올 연말 우리마음을 따뜻하게 채우기에 부족함이 없을 것이다.  

(왼쪽부터) 지휘 : 이승훤

협연 : 뮤지컬 배우 강홍석·박혜나(사진 제공 : 씨제스엔터테인먼트)


뮤지컬 스타가 부르는 달콤쌉싸름한 선율 
‘윈터 콘서트’는 매년 뮤지컬·대중음악·창작 국악 등 여러 분야의 젊은 아티스트들과 협연하는 시간을 마련해 왔다. 올해 콘서트의 협연자는 바로 뮤지컬계를 대표하는 스타 강홍석과 박혜나. 두 사람은 익숙하고도 흥겨운 뮤지컬 넘버를 선보일 예정이다. 강홍석은 2014년 뮤지컬 ‘킹키부츠’의 한국 초연 당시 ‘롤라’ 역을 맡으며 폭발적인 가창력과  카리스마 넘치는 연기력으로 떠오른 배우다. 강홍석은 뮤지컬 ‘엘리자벳’의 ‘키치Kitsch’와 뮤지컬 ‘킹키부츠’의 ‘랜드 오브 롤라Land of Lola’를 불러 흥을 돋울 예정이다. 국악관현악과 유쾌한 롤라의 만남이 어떻게 이루어질지 기대된다.

박혜나는 영화 ‘겨울왕국’의 한국어 주제곡 ‘다 잊어Let it go’의 목소리로 널리 알려진 뮤지컬 배우다. 2013년 뮤지컬 ‘위키드’ 한국 초연에서 주인공 엘파바를 맡은 후, 엘파바를 도맡다시피하며 많은 뮤지컬 팬의 사랑을 받아왔다. 지난해 개봉한 ‘겨울왕국2’에서도 역시 한국어 주제곡을 부른 그가 ‘숨겨진 세상Into the Unknown’을 들려준다. 더불어 많은 이들에게 ‘웅크리지 말고 당당해지라’ 위로하고 북돋는 영화 ‘위대한 쇼맨’의 명넘버 ‘디스 이즈 미This is Me’도 준비돼 있다.  

‘윈터 콘서트’의 마지막 무대는 국립국악관현악단의 성탄 연곡이 장식한다. 작곡가 이지수가 국악·서양 오케스트라용으로 편곡한 크리스마스 캐럴을 우리 소리의 포근한 음색으로 경험하는 자리가 될 것이다. 

이번 ‘윈터 콘서트’에서 연주될 ‘마이 홈My home’에는 이런 가사가 있다. “그 별들이, 중요했던 것들이 다시 제자리를 찾아 돌아올까요. 그래도 전 믿어요. 그런 날이 올 거라는 걸.” 노래를 듣는데 그런 생각이 든다. 올해의 기다림과 수고는 예상치 못한 것이었고, 그 길이도 한참은 길어졌지만, 그리고 여전히 기다리는 것만이 최선이기에 무력한 나날이지만, 그럼에도 언젠가 “그런 날이 올 거라는 걸” 믿기 때문에 우리는 오늘을 견딜 수 있는 거라고. 

하지 못한 것이 많아 아쉬운 올해이지만, 올해였기 때문에 할 수 있었던 것도 많았다. 가족과 충분히 보낸 시간, 함께 푸념하며 돈독해진 친구들, 스트리밍으로 골라 보는 공연, 무엇보다 건강하게 겨울을 맞이할 수 있음에 감사한 마음. 자유롭지 못했기에 어쩌면 삶이 더욱 깊고 단단해졌을지 모른다. 지난해처럼 서로 손을 꼭 잡고 공연을 보진 못하겠지만, 그저 함께 앉아 볼 수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마음이 따뜻해진다. 그래서 이번  ‘윈터 콘서트’는 어느 해보다 더욱 소중한 연말 선물이 될 것이다. 2020년 마지막 날, 동그란 하늘극장에선 눈과 같이 아름다운 선율이 쏟아질 테다. 음악은 우리에게 말할 것이다. “수고했어, 올해도.”


국립국악관현악단 ‘윈터 콘서트’

2020년 12월 30~31일

국립극장 하늘극장

전석 5만 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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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윤혜 음악교육을 전공하고 월간 ‘객석’ 기자, 출판사 ‘수류산방’ 편집자를 지냈다. 2015년 화음평론상을 수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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