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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 08월호 Vol.367

행복한 미화원

극장사람들 | 미화반장 김용철


시인 이해인은 말했다. “날마다 먼지를 쓸고 닦는 일은 나를 쓸고 닦는 일.” 그가 날마다 극장을 청소하는 것은 자신을 갈고닦는 일 아닐까

누구보다 빠르게 극장의 아침을 엽니다.
동이 트기 전 일어나요. 오전 6시 30분까지 출근하고, 오후 4시 30­분이면 퇴근하죠. 일찍 자고 일찍 일어나니, 제 일상도 깔끔히 정돈돼 있죠. 

이 일을 하신 지 얼마나 됐나요.
2년 반 동안 민간 업체에서 청소 일을 했어요. 2016년부터 국립극장 미화원으로 근무했죠. 2019년 1월 공무직으로 전환되면서 제가 미화반장이 됐어요. 반장으로서 각종 청소 물품을 관리하고 소모품이 떨어지지 않게 재고 확인도 철저히 해요. 지금까지 동료들이 큰 문제 없이, 정해진 구역을 책임감 있게 청소하니까 늘 든든합니다.

각자 담당 청소 구역이 있나요. 
맞아요. 건물 내부와 외부로 먼저 팀을 분류하고, 그다음 한 사람씩 담당 구역을 정했죠. 총 12명의 직원이 달오름극장·별오름극장·하늘극장·뜰아래 연습장과 주차장·문화광장 등을 맡아 작업해요. 참, 폐기물 분리작업만 하는 미화원도 따로 있고요. 일주일에 한 번 외부팀이 먼지를 흡수하는 흡진기와 일명 ‘돌돌이’라 불리는 바닥광택기로 청소하죠. 물론 고압세척기로 물청소도 하고요. 

극장에 다니며 길거리, 화장실이 깔끔하단 생각을 자주 했습니다. 
그런 말 들을 때 제일 기분 좋아요. 직·단원이 근무하는 직장이고, 관객이 돈 내고 일부러 공연 보러 오는 공연장이니, 항상 극장을 깔끔하게 정돈해야 한다는 사명감이 큽니다. 늘 깨끗함을 유지하기 위해 최선을 다해요. 별오름극장은 마침 인터뷰 전, 오늘 아침 청소하고 왔는데요. 주차장에서 정문으로 들어오는 길, 정문에서 지하 1층으로 내려가는 계단 그리고 회랑을 구석구석 물청소했죠. 그뿐인가요. 극장 바깥의 휴식 공간도 청소해요. 

미화원들만 사용하는 휴게실이 따로 있나요.
달오름극장에 여자·남자 휴게실이 각각 있어요. 미화원 전용이죠. 하루에 두 차례, 30분씩 휴식하는데요. 극장에 마련된 공간에서 편하게 몸과 마음을 누이죠. 

공연이 올라가는 극장을 청소할 때 주의하는 점이 있나요.
저는 달오름극장을 담당하는데요. 객석 바닥과 무대, 바깥 회랑을 청소합니다. 열심히 쓸고 닦은 뒤 청결한 극장을 바라보면 저절로 보람을 느끼죠. 달오름극장 내부를 청소하는 미화원도 세 명 있어요. 그분들은 수작업으로 객석 의자를 일일이 닦고, 각 시설물의 얼룩과 때를 제거하죠. 공연날은 더 철저하게 작업합니다.  오후 8시 공연이면, 오후 6시부터 10시까지 미화원 두 명이 대기 근무해요. 관객들이 공연장 오기 전에 객석과 화장실 등을 말끔히 청소하고, 공연이 끝난 후에도 다시 원상태로 돌아갈 수 있도록 하죠. 주말에 공연할 때는 외부 구역 담당 미화원도 한 명 더 출근하고요. 물론 하늘극장·별오름극장도 각각 담당 미화원이 꼼꼼히 작업해요. 관객이 안과 밖 모두 깔끔하다고 느낄 수 있게 극장의 미화원들이 다 신경 씁니다.

현재 코로나19로 인해 공연이 온라인 중계로 진행되고 있어요.
관객은 없지만, 일거리는 비슷하게 유지돼요. 코로나19 예방을 위해 사람들이 화장실에 자주 가서 비누로 손을 씻고, 휴지로 물기를 닦고 버리죠. 공연이 있는 날보다 오히려 요즈음 휴지 소모량이 더 많아요. 물론 비누도 빠르게 소모되는 편이라, 자주 잔여량을 체크하죠. 

청소의 숙명은 원상태로 돌아오는 것 아닐까요. 일해도 금방 어질러지는 게 힘들지 않은가요. 
전혀, 귀찮지 않아요. 깨끗이 청소하고 잠시 자리를 비웠는데, 금세 연락 와 다시 작업해 달라고 하는 경우가 있어요. 관객이 실수로 음료를 쏟았다고 하면서요. 바로바로 청소하는 게 제가 할 일이잖아요. 청결 유지가 관객에 대한 도리이기도 하고요. 얼른 가서 빨리 치우죠.

공간을 치우며 마음마저 함께 비우는 것 같아요. 
누구나 깨끗한 것을 좋아하잖아요. 얼룩과 먼지가 하나도 없는 완벽한 상태가 되면, 비로소 ‘나는 할 일을 했구나’ 하는 생각이 들어요. 말끔히 치워도 돌아서면 또 한 움큼 먼지가 쌓이지만, 구석구석 쓸면서 제 잡념도 미련 없이 지우려고 하죠. 별다른 불만 없이 하루를 충실하게 보낼 수 있다는 것만으로 늘 만족합니다. 

흡진기 작고 세밀한 티끌 하나 놓치지 않도록, 먼지를 빨아들이는 흡진기를 사용해 작업합니다. 기계 크기에 따라서 극장의 내부와 외부를 나눠 청소하죠.

비·쓰레받기·마포 걸레
무대와 객석 바닥을 비와 쓰레받기로 먼저 치우고요. 그다음 마포 걸레로 반들반들 윤이 나게 닦습니다.

차경주 국립극장 홍보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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