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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 08월호 Vol.367

‘한국춤 창작’에서 ‘한국적 창작춤’으로의 확장

깊이보기 둘 | 국립무용단 시즌 프리뷰

국립무용단 ‘제의’


다양한 실험과 시도를 통해 성장해 온 국립무용단. 이 시대 관객과 통하는 한국춤을 선보이기 위한 노력은 계속 이어진다

1962년 창단 이래 30년간 지속된 고故 송범 단장의 극무용 시대를 제외하고 1990년대부터 국립무용단은 예술적 방향성에 대해 고민해 왔으며, 최근에는 예술성뿐 아니라 대중과의 소통, 동시대성까지 중요한 사안이 되고 있다. 해외 안무가나 타 장르 안무가, 다원적 협업 등에서 실험과 시도를 해왔으며 이에 대한 성과는 매 시즌 자발적 관객이 보여주는 높은 예매율로 나타나고 있다. 그럼에도 국립무용단은 여전히 ‘한국춤 창작’과 ‘한국적 창작춤’ 중 어느 쪽인지에 대한 질문을 받고 있다. 이 둘은 큰 차이가 있다. ‘한국춤 창작’은 우리가 알고 있는 무용의 삼분법(한국무용·현대무용·발레) 중 하나인 한국무용의 창작을 말하는 것이고, ‘한국적 창작춤’은 ‘한국적인’ 것을 다루는 창작, 즉 전통부터 현대까지 폭넓은 주제는 물론 참여 예술가나 춤의 기법까지 포용 범위가 넓어진다. 테로 사리넨의 ‘회오리’나 김설진의 ‘룸’, 조세 몽탈보의 ‘시간의 나이’ 같은 작업이 후자에 해당한다. 최근 국립무용단은 ‘한국적 창작춤’으로 확장된 관점을 보이는데, 관객은 크게 만족하고 있다. 다만 세 개의 국립무용단체를 가진 한국 시스템에서는 (한국무용을 담당하는) 국립무용단의 예술적 정체성에 대해 논의가 지속될 수밖에 없다. 그러한 이유로 국립무용단의 동시대성 추구, 한국춤의 현대화는 최근 몇 년간 더욱 주목받았고, 어쩌면 새 예술감독을 맞은 지금이 가장 궁금하고 흥미로운 시기라 할 수 있다. 그래서 신작이 네 편이나 제작되는 이번 시즌은 우리가 주목해야 할 기점인 것이다. 해오름극장의 재개관과 함께 전통춤·제례의식·기악을 현대화한 작품들, 국립무용단 단원들의 안무작, 명절 기획 신작 등 다양한 세대와 취향을 아우르는 국립무용단의 2020-2021 시즌을 기대해 보자.  

국립무용단의 새로운 전통 쓰기
2020-2021 시즌 국립무용단은 네 편의 신작과 두 편의 레퍼토리를 올린다. 2020년이 국립극장 70주년을 맞는 해인 만큼, 국립무용단은 손인영 신임 예술감독과 도약을 앞두고 신작 중심으로 시즌을 꾸렸다.
가장 먼저 관심을 끄는 2020년 신작은 ‘다섯 오’다. ‘다섯 오’는 2019년 부임한 손인영 예술감독의 첫 안무작이자 2020-2021 시즌의 개막작으로, 손인영표 ‘현대적 한국무용’이 국립무용단을 통해 어떻게 구현될지 기대를 모은다. 현재 인류가 직면한 환경오염 문제가 음양오행의 불균형에서 초래된 결과라는 인식을 바탕으로 자연의 순리를 따르는 삶의 중요성을 춤으로 빚어낼 예정이다.  2020년 9월.
11월, 신작 ‘홀춤’에서는 국립무용단 단원들이 안무에 도전한다. ‘홀춤’은 익숙한 전통춤을 새롭게 풀어내는 솔로 춤 공연으로, 안무 개발 과정을 엿볼 수 있는 공개 시연이 여름 중에 열린다. 오늘의 자신을 만든 토양인 전통춤을 다른 각도에서 들여다본 ‘홀춤’이 그들의 미래에 어떤 의미가 될지 궁금해진다.
2021년 2월, 새해 복을 기원하는 전통춤 한마당 ‘새날’은 신축년을 맞아 선보이는 명절 기획공연이다. 새해의 행복을 기원하는 풍성한 한국춤 잔치로, 극적인 무대 연출, 생생한 라이브 연주 등이 더해져 매년 인기를 끌고 있다. 하늘극장의 특성인 원형무대를 활용해 친근함과 흥, 그리고 멋이 가득한 명절 공연을 완성한다. 
2020-2021 시즌의 기대작으로 꼽히는 ‘산조’는 2021년 6월 해오름극장에서 공연된다. 전통 기악 양식인 산조를 소재로 한 이 작품은 여백의 미를 살린 안무와 무대 연출로 한국의 미를 한껏 드러낼 것이다. ‘산조’의 안무는 국립무용단 수석 무용수 출신으로 안무가로도 주목받는 최진욱이, 연출·무대·의상은 정갈한 무대 미학으로 ‘향연’ ‘묵향’ 등에 참여한 정구호가 맡는다. 원형 LED 패널이 설치된 현대적 무대 위에서 한국적 창작춤의 가능성이 어디까지 확장될지 대작 ‘산조’를 기대해 본다.
신작 개발에 그치지 않는 레퍼토리 기획도 국립무용단의 중요 프로젝트다. 이번 시즌 두 편의 레퍼토리 가운데 먼저 공연되는 작품은 젊은 단원 이재화가 안무한 ‘가무악칠채’다.  올 11월 선보이는 ‘가무악칠채’는 그간 무용 작품에서는 거의 사용되지 않던 농악 장단 칠채를 활용한 작품으로, 국립창극단의 스타 소리꾼 김준수와 가객 박민희, 국립무용단의 젊은 무용수 7인 그리고 연주자들이 칠채에서 출발한 다양한 아이디어를 춤·음악·대사·노래 등으로 풍성하고 발랄하게 전개한다. 전통의 무한한 가능성이 궁금한 이에게 하나의 해답이 되는 작품이다.
2021년 4월 오르는 레퍼토리는 ‘제의’다. 2015년 국립무용단 예술감독이던 윤성주의 안무로 초연된 ‘제의’는 인류 역사와 함께 진화해 온 제례의식 속 다양한 무용의 정수를 웅장한 군무의 위용으로 선보이는 작품이다. 유교의 일무, 불교의 나비춤과 법고춤, 무속신앙의 살풀이춤, 원시적이면서 현대적인 몸의 언어까지 각 시대를 대표하는 의식무용을 모티프로 인간의 춤은 변화하지만 본질인 생명력과 단결력은 현재까지도 일관되고 있다는 사실을 일깨워준다.
2012년 도입된 국립극장 레퍼토리시즌제가 올해로 9년이 됐다. 1년 동안 공연할 작품을 미리 알 수 있다는 것을 넘어 이제 국립극장에서 발표되는 작품의 제작 시스템에 대한 신뢰와 추구하는 방향성까지 파악할 수 있다는 점에서 예술계와 대중 모두에게 시즌제는 긍정적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시즌제 이후 국립무용단은 다양한 스타일의 작품을 개발해 왔고, 제작의 체계화와 함께 홍보와 관객 개발에서도 큰 성과를 보여주고 있다. 올 상반기에 정구호 연출, 최진욱 안무의 신작 ‘산조’와 윤성주의 안무작 ‘제의’가 코로나19로 취소돼 많은 이들의 아쉬움을 샀지만, 9월 시작되는 2020-2021 시즌 작품들은 무사히 공연되길 바란다. 

김예림 무용평론가. 무용수와 안무가로 활동했으며 평론가 등단 후 여러 매체에 춤 관련 글을 기고하고 있다. 현장성 있는 평론가를 지향하며 오늘도 극장으로 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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