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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 06월호 Vol.365

깊이 보고 오래 남기길

극장사람들 | 공연예술박물관 자료 보존관리 김도연

 

지나간 기억으로 앞으로 예술을 빚기 위해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무엇일까. 공연의 뒷모습을 기록하는 그녀의 시선을 빌려 물끄러미 무대를 바라본다

 

공연예술박물관에서 어떤 업무를 하나요.
공연예술 자료가 오래 보존될 수 있도록 자료의 상태를 관리해요. 남산 바로 아래 자리한 공연예술박물관 수장고는 습도가 급격하게 변하는 데다, 크고 작은 벌레도 자주 나와 자료를 관리하기가 까다로워요. 그래도 제 손으로 묵은 먼지나 곰팡이를 털어내고, 산화를 예방하기 위해 약품을 분사하고, 단단히 박힌 녹슨 철심이나 고리를 자료에서 떼어내 자료를 안전한 상태로 잘 유지하는 데 보람을 느껴요.

 

수장고에는 무슨 자료가 보관돼 있나요.
공연 영상이나 음향 자료, 의상이나 소품이 있고요. 대본이나 사진, 포스터와 프로그램 등 종이 자료가 대다수예요. 근현대박물관이다 보니 소장품의 생산 시기가 비교적 오래되지 않아, 내부에서도 보존 처리가 어느 정도 가능한데요. 훼손 정도가 심각하면 복원처리 전문가에게 도움을 받기도 하죠.

 

가장 인상적인 자료는 무엇인가요.
김동원 선생님의 컬렉션과 무대디자인 자료요. 오랜 시간 연극배우로 활동하신 김동원 선생님은 약 550건에 달하는 자료를 공연예술박물관에 기증하셨어요. 선생님의 젊은 모습부터 은퇴하실 때까지 활동을 담은 앨범이나 신문 스크랩, 기타 소지품 등을 보면 타고난 배우라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그분의 예술을 향한 열정 앞에 자연스레 겸손해지게 되고요. 또한 무대디자인의 경우 과거에는 직접 손으로 그리고, 의상·소품 등의 샘플을 종이에 붙여가며 작업했거든요. 지금 컴퓨터로 하는 거랑 다르게요. 다채로운 색상이 깃든 디자인을 보면 저절로 마음이 홀리게 돼요.

 

공연예술 자료 전시 관람도 예술을 누리는 또 하나의 방법이죠.
맞아요. 빅토리아 앤드 앨버트 박물관의 데이비드 보위 전시처럼요. 2013년 개최됐지만 지금도 회자되는데요. 박물관이 아니라 마치 공연장에 와 있는 듯 착각할 정도로 압도적이죠. 미디어아트를 활용한 그의 노래가 귓전에 들리는 듯 선명해요. 그는 죽었지만, 컬렉션에서 살아 숨 쉬고 있는 것 같았달까요.

 

빅토리아 앤드 앨버트 박물관에서 직무 연수도 했다고요.
디자인·장식 전문 박물관이지만, 공연예술 자료 컬렉션 규모도 꽤 커요. 그곳에서 입수한 자료를 정리하고, 기초 정보를 입력하는 일을 했어요. 해외 문화예술 기관에서 일하는 게 쉽진 않았어요. 언어의 장벽도 높았고요. 사전 지식이 없는 자료를 대할 때는  더 힘들었죠. 하지만 영국에서 기초부터 탄탄히 다진 경험이 지금 일하는 데 크게 도움이 돼요.

 

국가무형문화재 제92호 태평무 이수자라고 들었어요. 어떻게 공연예술 자료에 관심을 갖게 됐나요.
춤은 몸짓이나 말로 전해지다 보니, 그 원형이 흔들리기 쉬워요. 호흡이나 손짓 등 미세한 표현이 전달 안 되는 경우도 종종 있고요. 대가의 춤뿐만 아니라 그분에게 제가 직접 배우면서 느낀 감동을 고스란히 남기고 싶었어요. 창작하는 과정에서 남겨진 예술의 흔적이 사라지는 게 안타까웠고요.

 

예술의 흔적이 구체적으로 무엇인가요.
창작 과정에 예술가의 인생이 담겨 있다고 생각해요. 동료와 주고받은 서신과 회의록, 무대디자인과 작업 노트를 보면 예술가의 작품 세계를 좀 더 깊게 이해할 수 있죠. 물론 삶 자체에서도 예술관을 엿볼 수 있기 때문에 사적인 기록도 중요하고요. 

 

예술을 공부한 사람으로서 자료를 대하는 마음가짐이 남다른 것 같아요.
작품을 만들기도, 직접 무대에 서기도 했으니 공연예술 자료의 가치를 특별하게 느껴요. 공연예술의 시대별 경향도 알 수 있고요. 교육과 홍보, 새로운 작품에 영감이 될 수 있죠. 국립극장을 스쳐 간 수많은 예술가의 숨겨진, 살아 있는 이야기를 공연예술박물관이 잘 간직했으면 좋겠어요. 저도 구성원 중 하나로서 조금이나마 기여하고 싶고요. 예술가가 공연예술박물관을 믿고 자료를 기증할 수 있도록 지금의 자리에서 성실하게 임하고자 해요. 누구보다 소중함을 잘 알기 때문에 사소한 자료도 진심을 담아 관리하면서요.

 

 

붓·실·끈 장갑을 낀 뒤 붓으로 먼지나 곰팡이를 부드럽게 털어내죠. 실로 녹이 슨 철심을 제거하고, 끈으로 자료를 안전하게 바인딩해요.

 

탈산제 종이의 수명을 연장하기 위해 탈산 약품을 사용해요. 산화로 인한 훼손을 예방하는 효과가 있죠.

 

차경주  국립극장 홍보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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