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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 06월호 Vol.365

한국 무용사의 전환점

공연예술을 전시하다 | 명동 시대의 무용 공연

 

한국 춤의 자아탐색이 본격적으로 이뤄진 1960년대. 한국 무용 발전의 주춧돌이 된 역사의 기록들


1960년대는 정치·경제적으로 격동하는 시대였다. 4.19 혁명으로 민주화 물결이 이는가 했으나 군부가 정변을 일으켜 장기 집권 체제를 이어갔다. 이에 사상·사회적 억압이 가해지는 한편 강력한 산업화 정책으로 급속한 경제성장이 시작됐다. 교육열 또한 고조됐고, 한국이란 정체성을 탐구하는 분위기가 자연스레 무용계에도 영향을 미쳤다. 특히 한국 무용사에 획을 그을 만한 사건이라면 국립무용단 창단과 대학교 무용과 설립을 거론할 수 있는데, 공연예술박물관에는 바로 그 역사의 전환점을 증거하는 자료가 전시돼 있다. 

 

 

국립무용단, 그 시작을 알리다
첫 번째로 소개할 전시 자료는 국립무용단 창단 공연의 프로그램이다. 공연예술계에서는 무용 발전을 위해 체계적이고 안정적인 단체가 필요하다는 사실을 인식하고 꾸준히 목소리를 내고 있었다. 1962년, 마침내 노력이 결실을 보아 국립무용단이 창단했다. 고故 임성남이 초대 단장에, 고故 송범이 부단장에 임명돼 창단 공연의 안무를 맡았다.
첫 공연인 만큼 공개된 세 작품은 소품이기는 하나 모두 창작이었다. 첫 번째 작품은 임성남이 안무한 ‘백의 환상’으로, 원제가 ‘쇼팡의 협주곡’이라는 점에서 알 수 있듯 쇼팽 피아노 협주곡에 클래식 발레의 형식미를 얹은 작품이었다. 두 번째 소품은 송범 안무의 ‘영은 살아있다’로, 민족의식을 고취하는 발레를 표방했다. 세 번째 소품 ‘쌍곡선’은 다시 임성남의 작품으로, 조지 거슈윈의 음악을 사용하고 심리 갈등에 초점을 맞춰 현대적인 감각을 불어넣었다. 비록 첫 회 공연은 예산과 시간 부족으로 썩 좋은 평을 받지는 못했으나, 향후 국립무용단이 나아갈 방향성을 뚜렷하게 보여줬다고 할 만하다. 
당시의 공연 프로그램은 분량에 비해 많은 정보를 담고 있다. 열악한 환경에 대한 고충과 함께 간절한 염원을 토로하는 안무가들의 목소리는 물론 KBS교향악단이나 화가 이세득·윤경모가 무대미술을 담당했다는 사실, 참가한 무용단원들의 면면과 영문 해설까지, 창단 공연이 펼쳐진 상황을 자세히 알 수 있다.

 

 

대학 그리고 민간 무용단의 발전
두 번째로 살펴볼 전시 자료는 ‘제1회 현대무용 육완순 발표회’ 프로그램과 티켓이다. 1963년, 이 공연이 국립극장에서 개최됐을 때 관객은 물론 평단도 술렁였다. 당시 보편적으로 여겨지던 소위 현대무용과는 현저히 달랐기 때문이다. 공연은 총 여섯 작품으로 구성돼 있었다. 첫 번째는 ‘Basic Movement’로, 마사 그레이엄 테크닉을 사용해 기술적 현란함 대신 현대무용의 본질을 보여주려 했다. 두 번째는 ‘미국의 인상’으로, 제목 그대로 미국에서 받은 느낌을 빠른 박자와 기계적인 움직임을 사용해 표현했다. 세 번째는 ‘흑인영가’로, 흑인음악과 현대무용의 움직임을 결합하려 했다. 네 번째 ‘공포’는 급변하는 사회 속 현대인의 공포라는 심리를 표현했다. 다섯 번째는 ‘마음의 기쁨’으로, 슬픔이나 공포 외에도 기쁨을 찾으려는 현대인의 움직임을 그렸다. 여섯 번째 ‘논개’는 안익태의 음악을 사용해 구태의연한 한국 여성상을 탈피하고자 했다.
예술계에 큰 반향을 불러일으킨 이 작품은 이후 대학이 무용계에서 차지할 위상을 상징적으로 보여주기도 했다. 육완순은 대학에서 무용을 공부한 후 미국으로 건너가 몸소 배운 현대무용을 무대에 펼친 것이었는데, 이화여자대학교에서 그를 가르친 이는 일본에서 현대무용을 공부한 박외선이었다. 또한 이 공연에 참여한 단체 오케시스는 국내 최초의 대학 무용단이기도 하다. 한국 최초로 이화여대에 무용과가 설립된 것은 바로 이러한 부단한 움직임이 꽃피운 성과라고 할 수 있다. 진열장 안의 프로그램은 역시 분량이 적지만 귀한 정보를 확인할 수 있다. 표지에는 ‘Basic Movement’의 한 장면이 실려 있고, 내지에는 각 작품에 대한 안무 의도를 비롯해서 오케시스 회원들의 명단과 포부까지 담겨 있기 때문이다. 티켓에는 가격이나 공연 시간대의 정보가 적혀 있어 연구자들에게 도움이 될 만하다.
전시는 무용사의 전환점이 된 두 공연 프로그램에 이어, ‘강선영 무용연구소 문하생 발표회’나 김천흥의 ‘만파식적’ 자료도 공개하며 전통을 계승하고 강화하려 한 1960년대의 움직임도 아우른다. 이를 따라가다 보면, 이후 대학 무용의 발전과 홍신자의 포스트 모던댄스로 이어지는 흐름도 자연스럽게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공연예술박물관
공연예술박물관은 약 28만 점의 공연예술 자료를 보존하고 있습니다. 공연예술 디지털아카이브 홈페이지(archive.ntok.go.kr)에서 누구나 쉽게 자료 검색과 열람이 가능하며 박물관을 직접 방문하면 더 많은 자료를 이용할 수 있습니다. ‘공연예술을 전시하다’에서는 공연예술박물관 상설전시실 중 일부 공간을 골라 지면에 차례로 소개합니다.
문의 공연예술자료실(방문 이용)
02-2280-5834
공연예술디지털아카이브(온라인 이용)
02-2280-5805

 

참고
‘공연예술, 시대와 함께 숨쉬다’, 국립중앙극장, 2010
‘국립극장 70년사’, 국립중앙극장, 2020
육완순, ‘육완순 나의 춤 반세기’, 마루, 2003
김경애 외, ‘우리무용 100년’, 방일영문화재단, 2001

 

이주현 공연예술박물관 학예연구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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