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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 01월호 Vol.360

국악으로 건네는 신년사

미리보기 하나 | 국립국악관현악단 ‘신년 음악회’

2020년 경자년 쥐의 해가 열렸다. 희망·평화·사랑·행복이 국악 관현악을 타고 오고, 국립국악관현악단이 품격 있는 연주로 신년 인사를 건넨다.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해마다 1월 1일이면 전 세계 클래식 애호가들은 음악의 도시 오스트리아 빈에서 날아오는 생방송을 기다린다. 주인공은 바로 ‘빈 필하모닉 신년 음악회’. 1939년 지휘자 클레멘스 크라우스가 시작한 이 음악회는 작곡가 요한 슈트라우스 1·2세 부자父子의 행진곡이나 춤곡처럼 밝고 경쾌한 곡을 주로 연주해 새해 분위기와 딱 맞아떨어진다. 빈의 유서 깊은 음악당인 무지크페어아인 황금홀에서 매년 1월 1일 오전 11시 15분(현지 시각)에 열리는데, 매년 당대 최고의 지휘자를 초대해 누가 지휘봉을 잡느냐가 초미의 관심사일 정도로 세계인의 사랑을 받는다. 전 세계 90개국에 생중계되고 지구촌 5천만 명이 시청하면서 모두가 희망찬 새해를 기약하는 행사로 자리 잡았다.
클래식만큼 유구한 역사를 지닌 국악은 어떨까. 빈에서 8천 2백 킬로미터 떨어진 서울에선 우리 정서의 깊은 곳을 농익은 힘으로 두드리는 국악 관현악으로 새해를 연다. 2020년 경자년 쥐의 해를 맞아 국립국악관현악단은 대형 파이프오르간과 JTBC ‘팬텀싱어2’ 우승팀인 크로스 오버 그룹 포레스텔라, SBS ‘영재발굴단’에서 찾아낸 천상의 목소리 양제인·정인성 어린이가 총출동해 ‘신년 음악회’를 한다. 그동안 국립국악관현악단은 한 해를 마무리하기 직전, 연말 공연으로 ‘제야음악회’와 ‘윈터 콘서트’ 등을 열어왔다. 올해부턴 연말연시 모두 관객들과 함께하면서 우리 음악으로 관객의 소원을 빈다는 의미를 담아 ‘윈터 콘서트’에 ‘신년 음악회’를 더했다. 10대부터 80대까지 전 세대가 즐길 수 있는 무대를 꾸리는 데 초점을 맞췄다.

 

 

국악 관현악을 타고 온 이채로운 새해 인사
클래식의 기원이라 할 수 있는 파이프오르간이 국악 무대에 가세한다는 점이 무엇보다 눈에 띈다. 국립국악관현악단이 파이프오르간과 협연하는 건 이번이 처음이다. 이번 공연이 열릴 롯데콘서트홀의 문을 열고 들어서면 무대 중앙 뒤편에서 은빛 몸집을 반짝이는 높이 10미터짜리 파이프오르간을 한눈에 볼 수 있다.
이번 공연을 위해 독일에서 활동하는 작곡가 정일련에게 위촉한 10분 길이의 파이프오르간 협주곡을 초연한다. 동서양 음악을 아우르는 재독 작곡가 정일련은 지난 2011년 국립국악관현악단과 6악장짜리 합주 협주곡 ‘파트 오브 네이처’를 선보였으며, 2016년에는 국립국악관현악단 상주 작곡가로 활동한 바 있다. 파이프오르간 연주는 연세대 신동일 교수가 맡았다. 2006년 프랑스 오르간 콩쿠르 ‘그랑 프리 드 샤르트르’에서 대상을 받은 신동일은 열세 살 때 명동성당에서 벨기에 신부의 오르간 연주를 보고 “한 사람이 오케스트라 소리를 빚어내는 듯한 마력”에 흠뻑 빠져서 오르가니스트가 됐다. 4년 전 롯데콘서트홀 개관 공연 때 파이프오르간을 처음 연주한 사람도 그다. “그동안 음악 활동의 원천을 고민하고 있었다”라는 신동일은 “국립국악관현악단과의 만남을 통해 한국의 정체성을 제대로 조명하고 음악 폭을 넓히면서 새로운 음악도 만들어내게 돼 기쁘다”라고 했다.
‘푸른 하늘 은~하수 하얀 쪽배에’ 일제강점기에 돛대도 아니 달고 삿대도 없이 반달을 쪽배 삼아 서쪽 나라로 나아가며 나라 잃은 민족의 애환을 달래줬던 동요 ‘반달’(윤극영 작사·작곡)은 작곡가 김대성의 손에서 통일을 위한 ‘반달 환상곡’으로 재탄생해 연주된다. 2018년 11월 국립국악관현악단 관현악시리즈Ⅱ ‘다시 만난 아리랑’에서 위촉 초연된 곡이다. 김대성의 ‘반달 환상곡’은 월북 음악가 고故 김순남이 동요 ‘반달’에 북한에서 채보한 토속 민요를 접목한 국악 관현악이다. 함경도 고진 지방 민요인 ‘밭 풍구소리’와 단천 지방 민요인 ‘베틀 노래’ ‘물방아 타령’이 등장해 우리나라에서 쉽게 접할 수 없는 북한 민요의 자취를 느낄 수 있다. 곡 중간에 나오는 아련하면서도 슬픈 선율은 황해북도 곡산 지방 ‘자장가’로 김대성이 직접 채보했다. 한민족이 분단 이전부터 공유한 정서를 민요로 되새기고, 이를 통일을 위한 염원으로 승화하려는 마음을 담았다.
작곡가 김기범은 땅속에서 자그마치 1,500년 넘게 잠자다 20세기가 돼서야 우리 눈앞에 모습을 드러낸 신라 시대 그림에서 국악 관현악을 위한 ‘天馬圖(천마도)’라는 작품을 만들어냈다. 천마도는 1973년 경주의 한 무덤을 발굴하다가 출토된 그림. 장니障泥, 그러니까 말을 탄 사람의 옷에 흙이 튀지 않도록 가죽 등으로 만들어 말의 배 양쪽에 늘어뜨리는 말다래에 하늘을 나는 말의 모습으로 아름답게 색칠돼 있었다. 김기범은 “사방에 둘러쳐진 덩굴무늬까지도 천마와 어우러져 조화로웠다. 나도 모르게 한참을 서서 천마도를 마주 봤다”라며 “우리나라 전통 회화가 지닌 가치와 고유한 아름다움이 이 곡을 통해 더욱 강렬하고 깊이 전달되길 바란다”라고 했다. 관악기와 현악기가 대립하고 대화하면서 서로 녹아드는 국악 관현악 ‘천마도’는 마지막 부분에서 동해안별신굿 반주로 쓰이는 장단 중 하나인 드렁갱이를 접목해 2분박과 3분박이 복잡하지만 유려하게 뒤섞이는 조화로움을 보여준다.

그 밖에 작곡가 손다혜가 초기 애국가인 ‘대한제국 애국가’ ‘이필균의 애국가’ ‘학생애국’ 세 곡을 엮어 편곡한 ‘애국가 환상곡(가제)’은 양제인?정인성 어린이의 맑은 목소리로 울려 퍼져 듣는 이들의 심금을 울리고, 크로스오버 그룹 포레스텔라는 뮤지컬·성악·오페라·록 등 다양한 분야에서 활동한 이들답게 폭발적 가창력을 뽐내며 힘찬 남성 사중창을 선보일 예정이다. 특히 한국적이고 동양적인 분위기를 담은 곡을 많이 발표해 크로스오버 음악의 새로운 장르를 개척하고 있다고 평가 받기에 이번 협연 무대가 더욱 기대된다. 지휘는 국립국악관현악단 김성진 예술감독이 맡는다. 해외에선 새해가 오면 오케스트라의 신년 음악회로 한 해를 시작하듯, 국악 관현악으로 새해 공연을 선보이고 싶다는 김성진 예술감독은 “우리 음악의 성찬이 전 국민에게 희망찬 기운을 전하길 빈다”라고 전했다. 국립국악관현악단이 온 마음 다해 외치는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인 셈이다.

 

 

김경은 조선일보 문화부 기자. 고교 3학년 때까진 피아니스트가 고 싶었다. 많은 이들이 고전음악·전통음악을 낯설어하고 또 어려워하지만 음악의 사소한 뒷면까지 꼭꼭 소화해 누구든 쉽고 재밌게 읽을 수 있는 글을 쓰는 게 지금은 꿈이다.

 

국립국악관현악단 ‘신년 음악회’
날짜 2020년 1월 16일
장소 롯데콘서트홀
관람료 R석 5만 원, S석 3만 원, A석 2만 원
문의 02-2280-41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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