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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12월호 Vol.359

공연예술박물관이 나아가야 할 길

공연예술박물관 10주년 특별 대담

 2009년 12월 23일. 국내 최초 공연예술 전문박물관인 공연예술박물관이 설립됐다. 공연예술박물관 10주년을 맞이해 지난 시간을 돌아보고, 한 단계 더 도약하기 위한 제언을 나누는 자리를 마련했다.


공연예술박물관은 10년 동안 수장고 기능을 넘어 전시로 지금의 관람객과 생생하게 소통하며, 교육으로 미래의 공연예술 전문인을 발굴하고, 지나간 예술로 앞으로의 예술을 빚어내는 가교 구실을 해왔다. 최석영 공연예술박물관 관장을 비롯해 연구용역 책임자로 참여하며 공연예술박물관의 건립부터 지켜봐온 성기숙 한국예술종합학교 교수, 2011년 ‘새로운 공간, 무대를 찾아서’, 2019년 ‘무대 위 새로운 공간의 창조, 무대디자인’展 등에 참여한 박동우 홍익대학교 교수가 공연예술전문박물관이 나아가야 할 길을 논의했다.

 

국내 최초 공연예술 전문박물관의 탄생
성기숙 국립극장 공연예술박물관이 개관한 지 어느덧 10년이 됐습니다. 건립 전 연구용역 책임자로 참여한 경험이 있는데요, 개관 10주년 기념으로 마련된 오늘 이 자리에 오니 감회가 새롭네요. 공연예술박물관 개관은 공연예술계의 숙원이었기에 모두가 환영하는 분위기였어요. 당시 신선희 전 국립극장장의 의지가 강했기에 탄생이 가능했다고 봐요. 박물관은 한 나라의 문화 척도를 가늠하는 중요한 지표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에요. 공연예술박물관은 한국 공연 문화의 보고로서 매우 중요하다고 봅니다.
최석영 공연예술은 일회성·현장성이라는 특성상 자료가 유실되기 쉬운데요. 공연예술자료의 유실을 막고 수집·전시·교육의 역할을 수행할 수 있는 박물관 설립에 대한 공연예술계의 열망이 한데 모아져 2009년 12월 23일 국립극장 공연예술박물관 개관으로 열매를 맺었습니다. 공연예술박물관은 의미 깊은 장소에 자리하고 있어요. 우리나라 전통문화의 후세대를 양성한 국악사양성소가 있었던 곳이죠. 1955년에 종로구 운니동에서 개소한 국악사양성소가 1967년 이곳에 새로운 건물을 지어 이전했습니다. 그 건물이 2001년 별오름극장으로 재탄생했으며 2008년부터 건물 내부를 새롭게 단장해 이듬해 공연예술박물관이 문을 열었습니다.
개관 이후 공연예술박물관은 공연예술사 자료 정리와 아카이빙을 비롯해 보존과 자료열람 및 복사 등 서비스에 주력했습니다. 체험 위주의 기획전시뿐 아니라 세계적 추세인 ‘박물관 교육’에도 역점을 두어 공연예술의 후세대 양성을 위해 노력했고요. 유사 기관과의 교류와 네트워크 강화에도 힘을 기울였는데요, 그동안 국립극장의 전속 단체로 있다가 법인으로 독립한 국립극단·국립합창단·국립발레단·국립오페라단에서 생산·소장하는 자료를 교류하고 있습니다. 더 나아가 유사 기관인 국립국악원·국립무형유산원·문화예술위원회 예술자료원과 디지털화한 자료를 한 사이트에서 이용할 수 있는 K-판이라는 공용 네트워크도 운영하고 있습니다.
성기숙 관장님께서 공연예술박물관의 설립 취지와 목적, 그리고 그간의 활동을 짚어주셨는데요. 지난 10년 동안 공연예술 전문박물관으로서 선도적 역할을 했다고 봅니다. 또 ‘공간의 역사성’을 언급하셨는데, 매우 중요한 말씀이라고 생각해요. 국립국악고등학교 전신인 국악사양성소는 무형문화재 제1세대가 배출된 곳이자 전통 공연예술 인재 양성의 요람으로 유서 깊은 공간이지요. 이곳이 소실되지 않고 공연예술박물관으로 거듭난 것은 퍽 다행스러운 일이고, 또 공간이 품고 있는 예사롭지 않은 ‘역사성’도 기억할 점이라고 봐요.
사실 공연예술은 장르의 특성상 공연을 하고 나면 대본·의상·무대 제작물은 남아 있지만 작품 자체는 증발해버리는 특성이 있어요. 박동우 교수님은 공연예술계 무대미술 분야 거장이신데요. 현장 전문가는 공연예술박물관의 존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는지 궁금합니다.
박동우 그 나라의 공연예술 수준과 공연예술박물관의 가치는 결국 같이 발전하는 것이 아닐까요. 최근 수십 년 사이 우리나라 공연예술은 어마어마한 속도로 발전했습니다. 그런데 공연예술박물관의 입지 조건·적은 인력·넉넉지 않은 예산 등이 마음에 걸립니다. 이제 막 발걸음을 뗀 것이라고 보고 100년, 200년 동안 계속 발전해나갔으면 좋겠습니다.

 

유기적 네트워크의 필요성
성기숙 공연예술박물관의 1차 목적은 국립극장 전속단체의 활동과 그 흔적을 수집·정리하고 보존하는 작업이 최우선이 아닌가 합니다. 따라서 국립극장 내 국립무용단·국립창극단·국립국악관현악단과의 유기적 네크워크가 중요하다고 봐요. 단체별 공연 전공 전문 학예연구사가 박물관 인력으로 반드시 배치돼야 합니다. 창작 단계부터 전문 학예연구사를 매칭해 자료를 수집하고 조사하도록 해야 해요. 후속 작업인 자료 축적에 이르기까지 작품을 제작하는 연속선상에서 업무가 이루어진다면 좀 더 효율적이고 생산적인 성과를 도출하는 데 도움이 될 거라 생각해요.
최석영 공감합니다. 향후 지속해서 그 부분에 대해 노력을 기울여나간다면 박물관 기능과 역할이 확대될 것으로 기대합니다.
성기숙 우리나라도 문화 강국이라 할 만큼 여러모로 발전했고, 국제 교류도 10년 전에 비해 활발해진 편이에요. 일본 도쿄의 와세다 대학교에는 1928년 쓰보우치 쇼요의 고희를 맞아 개관한 연극 전문 박물관이 있어요. 세계 최고·최대의 아시아연극 전문 박물관으로 명성이 높습니다. 박물관이 소장한 자료의 희소가치도 높고, 16세기 영국 엘리자베스 시대 포천 극장을 모델로 한 고풍스러운 외관의 건물 자체도 랜드마크로 불리지요. 와세다 연극박물관은 전문 연구 인력이 매우 풍부한 편입니다. 연극을 전공한 한국 유학생들이 이곳에서 종종 연구원을 지내기도 해요. 학위를 마치고 귀국한 후에도 객원 연구원 신분으로 지속해서 네트워크를 유지하는 경우를 봤어요. 국립극장은 한국 공연예술의 메카이자 정신적 본산이에요. 그렇다면 국립극장 내 공연예술박물관 역시 국내뿐만 아니라 아시아권 공연예술박물관 등 관련 기관들과 네트워크를 구축해 교류와 협력 체계를 갖는 등 외연 확장 작업도 필요하다고 봐요.
최석영 네, 국내외 네트워크 강화와 국제 교류 또한 외연 확장을 위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영국의 빅토리아 앤드 앨버트 박물관이라든지 스웨덴·오스트리아 등의 역사 깊은 공연예술박물관·자료관과의 국제 교류는 검토해 봄직하다고 생각합니다. 활동 시야를 넓혀 국제박물관협의회ICOM 내 십마스SIBMAS 가입과 국제 활동으로 세계 동향을 엿보면서 발전 방향을 모색해 갈 수 있다고 보고요. 더불어 동아시아 여러 국가와 함께 우리 공연예술과 소통할 수 있는 요소를 찾고 공동 기획전시와 자료 조사, 연구 등의 교류 또한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공간의 한계를 뛰어넘기 위해
박동우 관장님께서 박물관의 교육적 기능을 말씀하셨는데요. 저는 박물관의 전시 자체가 교육이고, 그 대상은 전문가가 아니라 대중이라고 봅니다. ‘어떻게 하면 더 많은 사람에게 전시를 보여줄 것인가.’ 이게 바로 당면 과제입니다. 국립극장은 산중에 지어져 있고, 정문에서 5~10분쯤 걸어야 공연예술박물관에 도착합니다. 마음을 먹어야만 올 수 있는 곳이에요. 대중과 좀 더 쉽게 접촉할 수 있는 방법, 그 부분이 굉장히 중요하지요. 중국 베이징에 있는 국가대극원은 입구에서 극장으로 들어가는 길에 호수가 있어요. 그 호수 밑의 통로 양쪽에 전시장이 있고, 항상 공연예술 관련 전시를 하고 있죠. 관객은 공연을 보러 왔다가 자연스레 전시를 접하게 됩니다. 리모델링 중인 해오름극장은 워낙 크게 지어진 극장이니, 유휴 공간이 있을 것 같아요. 해오름극장의 1·2·3층 로비를 활용해 전시하면 어떨까요. 2007년까지 런던 코벤트 가든에는 ‘영국 연극 박물관’이 있었어요. 유동인구가 가장 많은 관광 중심지 코벤트 가든에 위치한 이 박물관에는 관광객뿐 아니라 일반인도 언제든 들어가 볼 수 있었죠. 공연예술박물관으로서는 가장 효과적인 곳이었다고 생각합니다. 이번 기획전시는 시청 근처 배재학당에서 진행하는데요, 도심 한복판에서 열린다는 사실에 굉장히 기뻤습니다.
성기숙 박 교수님 말씀처럼 남산 중턱에 위치한 공연예술박물관은 접근성 면에서 큰 약점이 될 수 있어요. 또 극장과 박물관도 공간적으로 분리돼 있고요. 그런데 단점이 장점이 될 수도 있다고 봐요. 방금 언급하신 것처럼 극장 로비를 전시 공간으로 활용하는 것, 그리고 국립극장을 찾는 관람객의 동선을 효율적으로 짜보는 것도 좋을 것 같아요. 또 운영시간에 변화를 주는 것도 방법이지요. 대개 공연은 평일 저녁에 열리잖아요. 공연예술박물관을 공연 직전까지 오픈하는 것은 어떨지요? 좀 더 유연하고 창의적인 운영 방안을 모색할 필요가 있다고 봐요.
공연예술박물관이 남산 중턱에 있다는 점은 대중 접근성 면에서 한계인 것은 분명해요. 대신 자연친화적이고 주변 경관이 멋지다는 것은 큰 장점이 아닐까요? 미국 로스앤젤레스의 게티 센터는 산 정상에 있어 트램을 타고 올라가야 해요. 접근하기 쉽지 않은데도 로스앤젤레스에 가면 꼭 방문하는 문화 단지로 자리매김했어요. 건물 자체도 명품이지만, 박물관을 채우는 소장품이 세계 최고 수준이기 때문이라고 생각해요. 공연예술박물관도 전속단체에서 생산하는 공연 자료뿐만 아니라 더 다양한 자료를 발굴하고 수집해서 희소성 높은 컬렉션을 갖출 필요가 있다고 봅니다.
공연 자료의 발굴과 수집·전시와 보존·연구와 교육 등이 공연예술박물관의 기능과 역할이 아닌가 해요. 박물관에 전시된 유물은 ‘박제화된 화석’으로 머물러 있지 않고, 예술가에게 창작의 영감을 제공하는 자양분이 되기도 합니다. 역사·기억의 저장고로서 정신적 토양이 돼주는 것이죠. 예컨대 1930년대 후반 신무용가 조택원 선생이 파리에 머물 때, 거의 매일 박물관에 갔다고 해요. 박물관에 드나들면서 역사·문화적 소양을 쌓고 거기서 영감을 얻었다고 술회한 기록이 있어요.

 

무엇을 어떻게 보여줄 것인지에 대한 끝없는 질문
박동우 맞습니다. 또한 갖고 있는 것을 그대로 전시하는 차원에서 좀 더 나아가야 합니다. 만들어서 보여줘야죠. 일례로 과거 전통 예술 공연이 어땠는지 좀더 입체적으로 보여주는 것은 어떨까요. 불과 200~300년 전 조선 시대에 궁중연희가 있었고, 그전에 고려 시대 팔관회가 있었죠. 신라 시대에도 음악에 많은 관심을 뒀어요. 과거를 쭉 짚어가며, 역사적으로 이 나라의 공연예술이 어떻게 발전해왔는지 보여주는 것이죠. 그렇게 하면 관람객이 ‘우리나라 공연예술의 역사가 깊구나, 자부심을 가질 만하구나’ 생각하게 되지 않을까요.
이를 모형으로 보여줄 수도 있어요. 중국 국가대극원에서는 대극원이 제작한 공연 무대를 10분의 1 크기로 만들어서, 관람객이 그 사이로 걸어 다니며 관람하도록 구성해 큰 인기를 끌었어요. 우리도 어느 정도 규모 있는 전시물을 제작한다면, 그 자체로 좋은 볼거리가 되겠죠. 오늘날에는 무엇이든 스마트폰 화면으로 들여다보는 것이 익숙한데요. 박물관에 와서 실제 입체물을 보는 것은 2D 화면으로 볼 때와는 감동의 크기가 완전히 다릅니다. 또 한 가지는 기존 자료를 어떻게 매력적으로 보여줄 것인지가 중요해요. 오늘날 대중은 미술관·박물관에 가서 볼거리와 함께 셀카를 찍고, 이를 소셜미디어에 올려서 홍보하죠. 가고 싶은 장소가 되도록, 대중에게 동기부여를 해야 합니다.
최석영 지금 굉장히 귀중하고, 큰 그림을 그려주셨어요. 지금 말씀해주신 방향으로 나아가기 위해서는 국내 유일의 공연예술 전문박물관으로서 조직 변화와 상설전시 공간의 확대와, 자료를 보존·관리할 수 있는 수장고가 필수인데 당장 수장고 증축이라는 현안 과제를 안고 있습니다. 이와 함께 앞으로 전시와 박물관 교육을 위한 공연예술자료에 대한 연구의 지평도 크게 넓힐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
박동우 저는 ‘극장전’이란 기획 전시가 있으면 좋겠어요. 공인된 기록상 1902년에 개관한 협률사가 국내 최초의 극장 건축물인데요. 협률사와 광무대·연흥사·단성사·조선극장·동양극장·원각사 등에 대한 모형을 만들고, 기록 사진을 쭉 전시하면 어떨까요. 또한 현대의 주요 극장은 다들 모형을 가지고 있습니다. 이를 대여해서 함께 전시한다면 우리나라 극장의 발달사를 한눈에 볼 수 있는 재미있는 전시가 될 것입니다.
성기숙 일반적으로 박물관은 크게 상설전시관·기획전시관 두 방향으로 운영되는데요. 공연예술박물관도 마찬가지죠. 박 교수님이 말씀하신 고대부터 고려·조선·근대에 이르기까지 한국공연예술사 전체를 조망할 수 있는 내용은 상설전시관에 담아내고, ‘극장전’처럼 특별전시는 기획전시로 운영하면 될 것 같아요. 또한 매해 산술적 의미를 갖는 역사성에 포커스를 둬서 기획전시를 설계하면 어떨까요? 마침 내년은 6.25전쟁 70주년이에요. 국립극장은 6.25전쟁 때 대구로 피란해 명맥을 유지했고, 명동 시공관을 거쳐 남산 시대를 맞이해 현재에 이르고 있습니다. 또 향후 10년은 전통과 현대를 가교한 근대 신연극과 신무용을 기념하는 산술적인 해가 줄을 이을 거예요. 관련 전시·학술·공연 등 입체적이고 거시적인 관점에서 계획을 짜봐도 좋을 것 같습니다.
공연예술박물관은 10년간 한국의 공연예술 전문박물관으로서 선도적 역할을 했다고 봅니다. 공연 자료의 중요성을 깨닫게 했고 기록 문화의 결핍을 채워줬어요. 무엇보다 공연예술의 정신문화적 가치를 창출하는 데 크게 기여했어요. 10년간 초석을 쌓았다면, 이제는 한 단계 발전해 세계 속 공연예술박물관으로 도약하기 위한 장기 계획을 수립해야 한다고 봅니다. 국립극장 공연예술박물관이 한국 공연예술의 정신적 본산으로 거듭나길 바라면서 좌담을 마칠까 합니다. 좋은 말씀 감사합니다.


정리 이정연·차경주 국립극장 홍보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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