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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10월호 Vol.357

짙은 애원성, 품격 있는 우조가 어우러지는 소리

VIEW 프리뷰 3┃국립극장 완창판소리 이난초의 춘향가-김세종제

 

동편제의 강하고 날카로운 기세와 보성소리의 섬세함을 동시에 갖춘 이난초 명창. 숙성된 소리와 이면을 구사하는 탁월함으로 판을 휘어잡는다.

 

 


이난초 명창이 한국 전통음악계에 발을 디딘 지 어언 50년을 헤아린다. 반세기 동안 외롭고 험난한 국악 인생을 올곧게 걸으며 국악을 격조 있는 예술로 승화시켜왔다는 점에서 충분히 칭송받을 만하다. 이 명창의 소리 무대는 성실한 것으로 정평이 나 있다. 이 명창은 또박또박 소리를 이어가며 어느 대목에서라도 요령을 부리지 않고 성실하게 소리한다. 계면조의 짙은 남도색을 제대로 표현하는데, 애원성으로 질러내는 상청이 좋고, 서슬 있는 목으로 판을 휘어잡는 기량이 탁월하다. 그런가 하면 중하성의 표현력도 뛰어나다. 판소리는 계면조와 우조가 서로 이면을 제대로 구사해서 판을 이끌어가는 성음 놀음인데, 이면에 맞는 우조를 구현하는 능력도 좋다. 이 명창의 목구성은 맑으면서도 상청에서 시김새 구사가 특히 좋아 거침없이 고음을 질러낼 때 관객은 그 소리에 빠져들어 전율하게 된다.
이 명창은 전라남도의 국악 명가 출신이다. 광주광역시 무형문화재 제14호 판소리 강산제(심청가) 예능보유자인 이임례 명창, 해남 지역을 기반으로 활약하는 이수자 씻김굿 명인이 이난초 명창의 고모다. 아쟁의 이태백 명인과 피리의 이석주 명인은 사촌 동생이다. 그리고 임현빈 명창이 조카니, 가히 국악 명가로서 집안의 융성을 짐작할 만하다. 이 명창은 1980년 남원의 상징인 고故 강도근 명창에게 소리를 배우고 이어받아 적통의 자리에 우뚝 서게 됐다. 강직한 동편제 소리꾼인 강도근 명창에게서 ‘흥부가’를 비롯해 ‘수궁가’ ‘적벽가’ 등 판소리 다섯 바탕을 모두 배워 익혔다. 거기에 더해 성우향 명창에게서 김세종제 ‘춘향가’를, 안숙선 명창에게서 강산제 ‘심청가’를 배웠다. 그리고 동편제의 서슬과 보성소리의 섬세함을 동시에 갖춘, 두 계통 소리의 장점을 온전히 계승한 명창으로 성장했다. 이 명창은 1992년 남원 춘향제 판소리명창 경연대회(현 대한민국 춘향국악대전)에서 명창부 장원으로 대통령상을 받았으며, 그동안 수십 차례에 걸쳐 ‘흥부가’ ‘수궁가’ ‘춘향가’ ‘심청가’를 완창했다.
이 명창은 남원시립국악단 감독으로 재직하던 시절, 3년에 걸쳐 매주 남원과 서울을 오르내리며 춘전 성우향 명창에게 보성소리 ‘춘향가’를 배워 익혔다. 그 무렵, 힘든 시절을 보내던 성 명창은 멀리서 소리를 배우러 오는 제자에게 특히 마음을 쏟았다. 이 명창이 가르치는 대로 소리를 잘 받아 소화하는 것을 보고는 기특하게 생각해 절반쯤 진도가 나갔을 때부터 “아야, 완창하자. 장소 잡아볼끄나?”라고 완창을 권하기도 했고, 공부하다가 시간이 늦으면 으레 자고 가라고 붙잡기 일쑤였다. 스승의 사랑 아래 소리를 배운 이 명창은 2001년 프랑스에서 초청한 여섯 명창 가운데 한 사람으로 파리에서 여섯 시간에 걸쳐 김세종제 ‘춘향가’를 완창했다. 이후 ‘춘향가’ 완창 무대도 여러 차례 이어졌다.
이 명창의 ‘춘향가’는 우아하고 기품 있는 소리로 정평 나 있는 김세종제에 근원을 둔다. 19세기 말, 김세종 명창은 고창 신재효의 사랑방 동리정사에 기거하면서 제자들에게 판소리를 가르쳤다. 그는 여러 ‘춘향가’를 섭렵하며, 자신만의 스타일을 정립했다. 김세종제 ‘춘향가’에서 춘향은 교양미가 넘치고 기품 있는 여인으로 그려진다. 춘향의 방에는 성현이나 도인의 그림이 걸려 있다. 이별을 고하려고 나타난 이도령에게 화를 내도, 다른 바디 ‘춘향가’에서 보이듯 치맛자락을 찢어내거나 거울을 마당에 집어 던지지 않는다. 오리정에서 이도령과 이별하는 것이 ‘염치 있고 체면 있는’ 춘향에게는 걸맞지 않다고, 춘향의 집 마당에 와상을 펴고 이별한다.
김세종제 ‘춘향가’는 정재근을 거쳐 보성 정응민 집안 소리로 이어진다. 박유전 명창은 한양의 흥선대원군 사랑채에서 기거하면서 양반 좌상객의 취향에 꼭 맞는, 우아하게 완성된 ‘심청가’ ‘수궁가’ ‘적벽가’를 새롭게 구성했다. 그리고 박유전이 보성으로 낙향하면서 이 기품 있는 소리들이 정응민 집안 소리로 정착한다. 김세종제 ‘춘향가’ 박유전제 ‘심청가’ ‘수궁가’ ‘적벽가’를 통틀어서 보성소리라고 칭한다.
공연은 ‘초두’에서 ‘사랑가’까지의 1부와, ‘이별가’에서 ‘어사출도’까지의 2부로 구성된다. 1부는 요천수라는 냇물이 일어나 섬진강에 이르는 정경이 서사를 따라 호흡 길게 흘러간다. 진중한 ‘적성가’를 지나 춘향이 그네 뛰는 장면에서 숨결이 일렁이고, 춘향 집을 찾아온 이도령의 설렘을 그려 보인 다음, 신분이 서로 다른 둘 사이의 짜릿한 사랑이 기품과 절제를 통해 우리에게 전해진다. 2부는 ‘춘향가’의 백미로, 한 시간 정도의 ‘이별가’가 이어진다. ‘이별초두’ ‘월매의 자탄’에 이어 “일절통곡”으로 시작하는 ‘방안이별’까지 한 매듭을 짓는다. ‘마당이별’을 거쳐 먼 길 떠나는 이도령을 배웅하는 춘향의 모습, 그리고 절망과 그리움으로 세월을 보내는 춘향의 적막한 그림자를 보여준다. ‘십장가’ ‘옥중가’ ‘어사와 장모’ ‘옥중상봉’ ‘어사출도’에 이르기까지 섬진강의 깊은 강물이 바다에 이르는 대서사가 이어지는 것이다.
김청만과 이태백이 고수로 함께한다. 김청만 고수는 국가무형문화재 제5호 판소리고법 예능보유자로서 소리꾼과 조화를 이루면서도 화려한 기교로 주목받는 분이다. 이태백 명고는 아쟁 명인이자 남도 음악에 능한 리더이기도 하다. 이난초 명창의 김세종제 ‘춘향가’ 완창판소리는 성우향의 소리를 누구보다 이면에 맞게 보여주는 명창의 무대이며, 우리 시대 명창과 명고수의 북이 만나 한판 겨루는 무대가 될 것이다.


유영대 고려대학교 교수. 고려대학교 국어국문학과를 졸업하고 동 대학원에서 ‘심청전연구’로 박사 학위를 받았다. 국립창극단 예술감독을 지냈으며, 현재 무형문화재위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국립극장 완창판소리 ‘이난초의 춘향가-김세종제’
날짜 2019년 10월 26일
장소 국립극장 하늘극장
관람료 전석 2만 원
문의 국립극장 02-2280-41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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