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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10월호 Vol.357

한글날 만나는 우리 음악

VIEW 프리뷰 2┃국립국악관현악단 정오의 음악회

세종대왕이 한글을 창제해 세상에 펴낸 것을 기념하는 ‘한글날’. 그날을 맞아 우리글과 우리 음악 그리고 우리 문화가 어우러진 ‘정오의 음악회’가 열린다. 가을빛에 물든 남산에 깃들여 우리 것의 의미를 되새겨보는 것은 어떨까.

 

“안녕하십니까? ‘정오의 음악회’ 해설을 맡은 국립국악관현악단 예술감독 김성진입니다.”
지난 9월에 열린 국립국악관현악단의 국악 브런치 콘서트 ‘정오의 음악회’ 시즌 첫 공연은 예술감독 김성진의 인사로 시작됐다. 이번 시즌에서 가장 눈에 띄는 변화는 진행자다. ‘정오의 음악회’의 새로운 얼굴이 된 김성진은 특유의 말투로 자분자분, 아기자기하게 진행한다. 그의 진행에는 특별한 것이 있다. 바로 ‘편안함’이다. 전문 진행자가 구사하는 세련된 말투와 정확한 발음은 가끔 딱딱하게 느껴지고, 격식을 차려서 들어야 할 것 같은 부담감을 준다. 하지만 김성진의 꾸밈없는 진행은 관객에게 편안함을 안겨주고, 자연스레 잠자고 있던 국악 유전자를 끄집어내게 도와준다. 출연자의 속내를 잘 안다는 것도 그의 장점. 주 출연자인 국립국악관현악단원들의 음악적 특징은 물론이고 취미와 취향, 어쩌면 버릇까지도 알고 있기 때문에 그 어떤 진행자보다 그들의 매력을 잘 솎아내서 낱낱이 전달한다. 단원 하나하나의 장점이 살아나서 무대가 더욱 돋보인다. 김성진 표 진행의 또 다른 강점은 음악 해설. 흐르는 선율을 자신만의 언어로 담아내서 깊이 있는 해설을 들려준다. ‘관현악이 유람선이라면, 실내악은 돛단배에 비교할 수 있다’라는 표현은 김성진이기에 가능한 것이 아닐까.

 

 

김성진이 ‘돛단배’로 비유한 실내악을 감상하는 시간은 이번 시즌, 국립국악관현악단이 야심만만하게 준비한 새로운 코너다. 그동안 관현악을 중심으로 한 연주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 국악 실내악을 선보임으로써 다양한 편성의 음악을 들려준다. ‘정오의 앙상블’이라는 제목의 이 코너가 특별한 이유는 ‘초연곡’을 공개한다는 것. 오직 ‘정오의 음악회’를 위해 위촉된 음악이 매 공연 초연되기 때문에 관객은 ‘새로운 국악곡 탄생의 순간’을 함께 맞이하는 선물을 받는다. 10월의 초연곡은 김시율 작곡가의 ‘번개’다. 제목부터 강렬한 이 음악은 빛과 소리에 관한 곡으로, 번개가 치는 순간 번쩍이는 빛을 피리의 강렬함으로 표현해서 자연에 대한 경외감을 담아냈다. 김시율은 피리를 전공했고 전통음악을 바탕으로 동시대적 음악을 창작하고 연주하며, 연극·미술·퍼포먼스·무용 등 다양한 장르에서 활동한다. 피리로 번개 치는 장면을 어떻게 표현했을지 사뭇 기대된다.
‘번개’가 이날 ‘정오의 음악회’에서 초연된다면, 초연 무대를 재연하는 듯한 감흥을 오롯이 맛볼 수 있는 무대도 준비돼 있다. ‘정오의 협연’에서 김희조 작곡의 ‘플루트 독주와 국악 합주를 위한 무용 환상곡’이 연주되는데, 이 음악은 창작국악 1세대 작곡가인 김희조 선생이 1992년에 작곡한 곡이다. 초연 당시 플루트 연주자 오신정 인제대학교 교수가 이번 무대에 선다. 처음 호흡을 맞출 때 김희조 선생은, “플루트를 대금 느낌이 나지만 또 플루트처럼 불어달라”라고 했단다. 동·서양 음악의 느낌을 고스란히 담은 음악과 만나는 시간이 될 것이다.
‘정오의 음악회’와 여타의 시리즈 공연을 비교해볼 때, 눈에 띄는 점은 ‘지휘자’다. 지난 시즌부터 공연마다 젊은 지휘자를 영입해 그들의 색깔로 완성된 곡을 연주하는데, 10월의 지휘자는 박상후다. 박상후는 지난 시즌에도 ‘정오의 음악회’와 함께해, 재치 있는 말솜씨와 풍성한 음악 해석으로 관객에게 큰 박수를 받았다. 박상후는 중앙대학교 국악대학에서 지휘를 전공한 뒤, 중국 국립중앙음악원 연수 과정을 수료했으며 독일 함부르크 브람스 음악원에서 오케스트라 지휘를 전공했다. 지난 3월에 이어 또다시 어우러질 국립국악관현악단과 박상후의 만남을 기대해본다.
10월 ‘정오의 스타’는 소리꾼 고영열이다. ‘피아노 치는 소리꾼’으로 불리는 판소리 아이돌 고영열은 3장의 앨범을 발표하면서 판소리뿐만 아니라 작사·작곡·피아노 연주 실력을 보유한 다재다능한 소리꾼이다. 세련된 소리와 깊은 감성으로 대중에게 판소리를 친숙하게 전달하며, ‘피아노 병창’이라는 신조어를 탄생시킨 고영열. 그는 자신만의 스타일로 새롭게 풀어낸 판소리 ‘춘향가’ 중 ‘사랑가’와 김영랑 시인의 시 ‘북’을 가사로 한 가곡 ‘북’, 통일에 대한 염원을 담은 노래 ‘홀로 아리랑’을 선보인다. 이번 ‘정오의 음악회’는 10월 9일에 열리기 때문에 ‘한글날’에 딱 맞는 음악, ‘신新 용비어천가’도 선곡돼 있다. 우리글과 우리 음악, 그리고 우리 문화가 함께하는 자리로 빛날 ‘정오의 음악회’. 특히 그동안 오전 11시 공연이라 마음은 있었지만 관람하지 못했던 직장인, 혹은 학생들이 함께할 수 있는 기회다. 평일 관람이 어려워 아쉬웠던 관객이라면 이 공연을 꼭 놓치지 말기를 바란다. 가을빛으로 점점 아름다워질 목멱산이 품은 국립극장에서 음악과 문화를 마음껏 즐겨보자.

 

박근희 1995년 MBC-TV ‘새미기픈믈’을 시작으로 KBS 클래식 FM과 국악방송 등에서 방송 원고를 썼다. 리뷰·칼럼·기사 쓰기 등 국악과 관련된 다양한 활동을 했지만 여전히 모든 것이 새롭다.

 

 

국립국악관현악단 ‘정오의 음악회’
날짜 2019년 10월 9일
장소 국립극장 하늘극장
관람료 전석 2만 원
문의 국립극장 02-2280-41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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