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킵네비게이션

주메뉴 바로가기 본문 바로가기 빠른예매 바로가기 사이트 지도 바로가기
월간미르 상세

2019년 08월호 Vol.355

중세와 현대 문화의 공존, 셀틱

세계무대 ㅣ 페스티벌 인터셀티크 드 로리앙

 

 

중세 유럽에서 시작된 언어와 문화를 여전히 보존하고 즐기는 축제가 있다.

49년 역사를 자랑하는 ‘페스티벌 인터셀티크 드 로리앙’이다.

 

프랑스는 매해 6월 말에 접어들면 한국의 설날이나 추석처럼 민족 대이동 수준의 들썩거림이 일어난다. 주로 학기를 마친(프랑스는 9월에 1학기가 시작된다) 학생들과 그들의 부모들이 각자 선호하는 여행지나 고향집을 찾아 한 달에서 길게는 두 달에 달하는 여정을 준비한다.
프랑스의 공연 문화 역시 이 기간에는 또 다른 풍경을 보여준다. 모든 도시의 극장은 시즌을 마치고 두 달가량의 긴 휴가에 들어간다. 그리고 주요 휴양지인 몇몇 도시에서는 대규모의 페스티벌이 열린다. 이외에도 모든 장르를 아우르는 크고 작은 야외 공연이 본격적인 시작을 알린다. 대표적인 예로 올해 150주년을 맞이하는 오랑주의 고대 원형극장 오페라 페스티벌인 ‘레 코레지 도랑주Les Choregies d’Orange’와 엑상프로방스의 ‘페스티벌 덱상 프로방스Festival D’Aix-en-Provance’ 등이 있다. 또한 로리앙의 ‘페스티벌 인터셀티크 드 로리앙Festival Interceltique de L'Orient’이라는 셀틱 문화 페스티벌도 빼놓을 수 없다. 49년 역사를 자랑하는 이 축제는 우리에게 그리 익숙하지는 않은 셀틱 문화를 만날 수 있어 더욱 흥미롭다. 올해는 8월 2일부터 11일까지 10일간 펼쳐지는데, 스코틀랜드와 아일랜드, 영국의 웨일스·콘월·맨섬, 스페인의 갈리시아·아스투리아스, 프랑스의 브르타뉴 그리고 미국·캐나다·오스트레일리아 등 여러 나라와 지역에서 4,500명에 달하는 음악가·무용가·조형예술가·대학생·영화인이 참여한다. 첫째 주 일요일에 열리는 대규모 퍼레이드를 포함한 총 120여 개의 무대가 페스티벌 기간에 펼쳐진다. 페스티벌이 열리는 로리앙은 6만 명가량이 거주하는 도시인데, 이 기간에만 7만 명 정도가 방문한다고 하니 그 규모를 어림잡을 수 있다.

 

셀틱 문화의 모든 것

셀틱은 유럽의 철기시대(BC 800~52)부터 시작된, 중세 유럽 내 서로 비슷한 언어와 문화를 공유한 민족들이 만든 커뮤니티를 말한다. 물론 각 나라의 고유한 특징에 따라 사용하는 셀틱 언어와 문화가 조금씩 다르다. 현재 프랑스 브르타뉴, 영국 스코틀랜드·웨일스·맨섬·콘월 그리고 아일랜드가 각자의 셀틱 언어를 보존하고 있으며 스페인·캐나다·미국·호주·뉴질랜드 등 많은 곳에서 셀틱 국가 혹은 셀틱 민족으로 스스로를 지칭해 전통을 이어가고 있다. 페스티벌이 열리는 프랑스 브르타뉴 지역은 셀틱 문화의 중심지로 여전히 그들의 언어인 브르통Breton을 프랑스어와 공용어로 사용하고 있다. 교통표지판에도 프랑스어와 브르통이 함께 표기돼 있다. 그뿐만 아니라 텔레비전과 라디오에도 브르통만을 사용하는 방송이 남아 있다. 지역 공립학교에서 제2언어로 브르통을 선택해서 배울 수 있고, 사립 형태의 브르통학교에서 고등학교 과정까지 정규 교육과정을 이수할 수 있다.

셀틱 문화의 모든 장르를 경험할 수 있는 것이 바로 ‘페스티벌 인터셀티크 드 로리앙’이다. 먼저, 대규모 퍼레이드는 마치 올림픽의 개막식을 연상케 할 정도로 화려하다. 전통 의상을 입은 예술가들이 각국의 깃발을 앞세우고, 백파이프 같은 전통 악기 연주와 전통 춤사위를 보여주며 행진한다. 4일 오전 10시부터 시작되는 이 행렬은 카르넬 다리Pont Carnel에서 출발해 마른대로Avenue de la Marne를 따라 무스투아 경기장Stade du Moustoir에 도착하게 된다. 경기장에서 이어지는 공연은 페스티벌의 전체 분위기를 제대로 경험하게 해준다.

콘서트도 열린다. 올해 30주년을 맞이하는 브르타뉴의 대표 밴드 솔다 루이Soldat Louis의 공연이 눈에 띈다. 로리앙 출신 멤버 7명이 브르타뉴 전통 음악과 록을 접목한 퓨전 음악을 연주한다. 주로 남성적 느낌이 강하며 뱃사람들의 걸걸한 감성이 묻어나는 가사와 멜로디로 꾸준히 인기를 끌고 있는 밴드다. 페스티벌이 선정한 올해의 지역이 스페인의 갈리시아인 만큼 갈리시아 출신 연주가 카를로스 누녜스Carlos Nunez의 공연도 주목된다. 갈리시안 전통 백파이프 가이다Gaida와 전통 플루트, 오카리나 등이 그가 연주하는 주요 악기이며 60명이 넘는 게스트 연주자와 오케스트라, 무용수들이 인상적인 무대를 펼칠 예정이다. 이외에도 스페인 출신 6인조 아카펠라 그룹 산 살바도르San Salvador 콘서트·셀틱 기타 콘서트·교회음악 콘서트·일렉트릭 음악과 셀틱의 퓨전 음악 공연인 셀틱 엘렉트로Celtic Electro 콘서트도 열린다.
공연 외에 다양한 스포츠 대회도 준비된다. 골프 대회·요트 경주·줄다리기 그리고 우리의 씨름과 흡사한 루트Lutte 대회 등이 그것이다. 셀틱 음악 콩쿠르도 백파이프·셀틱 포크음악·셀틱 플루트·아코디언 등으로 나뉘어 다양하게 펼쳐진다. 지역을 테마로 하는 패션쇼 또한 흥미를 자극한다. 이뿐만 아니라 관람객이 직접 참여할 수 있는 전통 악기 마스터 클래스·전통 춤 수업·전통 의상 콘퍼런스도 열린다. 11일 오전에는 브르통으로 집전하는 전통 미사가 생-루이 성당에서 진행된다. 이외에도 페스티벌 구역의 차도를 기간 내에 통제하고 많은 상설 무대를 설치하는 덕분에 아마추어 예술가의 무대도 즐길 수 있다. 공연의 티켓은 인터넷 사이트에서 예매할 수 있다. 입장료는 각 공연당 35~100유로이며 전체 공연의 60퍼센트는 무료다.

 

전설과 미스터리가 살아 숨 쉬는 브르타뉴

페스티벌이 열리는 로리앙이 속한 브르타뉴 지역은 영국인이나 북부 유럽인들이 즐겨 찾는 관광지다. 고대와 중세 시대의 건물과 문화가 잘 보존돼 있다. 요정과 미스터리한 전설이 가득한 브로세리앙드 숲이 있고, 아서왕·원탁의 기사 같은 오래된 이야기가 살아 숨 쉬는 지역이다. 음식으로도 유명한데, 크레이프와 마들렌 등 디저트류가 맛있기로 이름난 것은 물론 굴 양식장과 대형 어선이 드나드는 큰 항구가 있어 신선한 해산물을 맛볼 수 있다. 또 바다로 둘러싸여 있어 해수욕을 즐기기에 안성맞춤이다. 우리의 서해안처럼 조수 간만의 차가 큰 지역이라 저녁 무렵 썰물이 지나간 자리에서 조개를 캘 수도 있다. 바람이 좋아 서핑 같은 수상스포츠를 즐기는 사람도 볼 수 있다. 가는 방법도 여러 가지다. 파리에서 브르타뉴까지는 비행기로 1시간 15분이 소요되고 기차로도 3시간 20분 정도면 도착할 수 있다. 버스나 자동차로 이동하는 방법도 있는데 이동 시간은 5시간 미만이며 브르타뉴 지역 내의 고속도로 이용은 무료다.

필자는 지난해 휴가차 방문한 로리앙에서 우연히 페스티벌을 관람하게 됐다. 페스티벌에 대해서는 익히 들어왔던지라 뜻밖의 횡재를 한 기분이었다. 준비된 방문이 아니어서 티켓을 예매하지 못했지만 무료 길거리 공연을 관람하기로 하고 길을 나섰다. 페스티벌 구역 도로의 술집과 식당 옆에 설치된 여러 간이 무대에서 밴드의 열정적 공연이 한창이었다. 이미 거리는 맥주잔을 들고 공연을 관람하는 관객들로 발 디딜 틈이 없을 정도였다. 마음에 드는 공연을 찾기 위해 둘러보다가 신선한 밴드들의 공연에 넋이 나가버렸다. 전기 기타와 드럼에 백파이프와 셀틱 플루트의 조합이라니! 거기다 관객의 반응이 더 놀라웠다. 밴드의 음악에 맞춰 모두 약속이라도 한 듯이 손을 잡고 우리의 강강술래 같은 춤을 추고 있었다. 전통 의상인 킬트를 입은 남자들의 공연도 여기저기 눈에 띄었다. 물론 그 길을 지나가는 많은 수의 일반 남성 관객도 킬트의 자태를 뽐내며 페스티벌을 즐기고 있었다. 공연 외에도 킬트와 전통 문양이 새겨진 옷가지·액세서리·소품 등을 판매하는 가판대가 늘어서 있고 지역 음식을 판매하는 간이식당도 눈길을 사로잡았다.

셀틱 문화를 보면 재미있는 상상을 하게 된다. 만약 우리나라 경주에 사는 사람들이 예전 신라의 전통과 문화를 아직 보존하고 그 시대의 의상과 풍습을 지키며 독립적인 민족이라 주장하고 있다면 조금 비슷한 느낌이 아닐까? 물론 신라와는 다르게 역사적 배경과 상황이 그들의 것을 이어오기에 조금 더 유리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그러다가 그들이 셀틱 문화와 언어를 지금까지 지키려 얼마나 고단한 노력을 했을까 생각하면 과히 그 과정을 상상조차 할 수 없게 된다. 그들이 지켜온 노력의 결정체를 마음껏 뽐낼 수 있는, 그 덕분에 모두가 만끽할 수 있는 이 페스티벌을 올해도 기다린다.

 

손영주 파리에 거주하며 프랑스 국립생모예술학교 연극과를 졸업했다. 현재 프랑스 컴퍼니 ‘레 자파뷔라퇴르Les Affabulateurs’소속으로 어린이 공연을 하고 있다.

 

사이트 지도

사이트 지도 닫기